‘선형 방송·극장 산업’ 동반 침체… AMC 두 회사 모두 실적 하락
AMC Networks의 2025년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60.6% 급감하고, 극장 부문인 AMC 시어터스(Theatres)의 순손실도 전년 대비 23.6% 악화되는 등 최악의 2025년 1분기 실적을 나타냈다.
미국의 방송·극장 콘텐츠 그룹인 AMC가 지난 7일 발표한 2025년 1분기 실적에서, AMC의 양대 계열사 AMC Networks와 AMC Theatres가 나란히 실적 악화를 겪었다. 이는 전통 방송(Linear TV)과 극장 산업의 구조적 침체가 주요 원인으로 나타났다.

AMC Networks: 구독·광고·라이선스 모두 감소… 스트리밍만 선방
AMC Networks는 2025년 1분기에 총매출 5억 5,520만 달러(약 7,750억 원)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6.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이익은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으나, 전체 순이익이 1,800만 달러(약 260억 원)로 전년 대비 60.6% 급감했고, 희석 주당순이익(EPS)도 0.34달러로 67% 하락한 점을 고려하면 전반적인 수익성은 뚜렷이 악화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콘텐츠 라이선스 매출은 5,400만 달러(약 754억 원)로 13% 감소했는데, 이는 전년도 같은 분기에 인기작 '킬링 이브(Killing Eve)'의 판권 판매가 있었던 데 따른 기저효과와 예정되어 있던 대형 콘텐츠 판매 계약이 2분기로 이연 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광고 매출 역시 15% 감소한 1억 1,900만 달러(약 1,660억 원)에 그쳤다. 이는 전통 방송 시청률 하락이 주요 원인이다. AMC는 광고 매출의 약세가 시장 전체적인 불확실성과 트럼프 행정부의 새로운 관세 정책에 대한 기업들의 마케팅 집행 지연 등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구독 수익은 3% 감소한 3억 1,300만 달러(약 4,364억 원)를 기록했다. 이 중 케이블TV 기반의 제휴 수익은 12% 감소한 1억 5,600만 달러(약 2,176억 원)로 집계됐다. 이는 가입자 수 감소와 재계약 시 단가 인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다만 스트리밍 부문에서는 AMC+ 가격 인상이 효과를 내면서, 전년 대비 8% 증가한 1억 5,700만 달러(약 2,190억 원)를 기록해 전체 구독 수익 감소를 완충하는 역할을 했다.
이와 함께 AMC는 스트리밍 가입자 산정 기준도 대폭 변경했다. 기존에는 케이블 제휴사를 통해 AMC+에 접근 가능한 모든 시청자를 가입자로 간주했으나, 이번 분기부터는 직접 비용을 지불한 가입자만 집계 대상에 포함하도록 기준을 강화했다. 이로 인해 실제 가입자 수는 작년 말 1,040만 명에서 올해 1분기 1,020만 명으로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19개의 FAST 채널과 12개 플랫폼에서 136개의 광고 피드를 운영 중인 AMC는 향후 AMC+뿐만 아니라 셔더(Shudder), 에이콘 TV(Acorn TV) 등 다른 스트리밍 브랜드에도 광고 기반 요금제를 추가로 도입할 예정이다. AMC는 광고 삽입 기술 개선, FAST 채널 확대, 스트리밍 가입자 수익 모델 다변화 등을 통해 디지털 광고 수익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AMC Networks CEO 크리스틴 돌란(Kristin Dolan)은 "전통 방송 시장의 어려움은 잘 알려진 사실이며, 현재의 수익 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해 적극적인 스트리밍·광고 기술 통합 전략을 실행하고 있다"며, "AMC의 콘텐츠는 여전히 강력한 브랜드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변화하는 플랫폼 환경 속에서도 유연하게 수익 기반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극장 부문: 할리우드 신작 부족 여파… 최악의 1분기 실적
AMC Theatres는 2025년 1분기 8억 6,250만 달러(약 1조 2,035억 원)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9.3% 감소했다. 순손실은 2억 210만 달러(약 2,819억 원)로 확대됐으며, 입장객 수도 4,190만 명으로 10.1% 줄었다. 흥행작 부족으로 박스오피스 전체가 침체된 영향이 컸다.
AMC CEO 애덤 애런(Adam Aron)은 “2025년 1분기 박스오피스는 1996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그러나 4월부터는 회복세가 두드러지며, 2분기 이후 대작들이 연이어 개봉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4월 박스오피스는 전년 대비 2배 수준을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하고 있다.
미래 전략: 고급화·구조조정 병행… 한국도 재편 본격화
AMC Theatres는 4DX, 스크린X, IMAX 등 프리미엄 상영관 확대, 전자석·음향 시스템 개선 등을 통해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특히, 미국·유럽에서 ‘XL at AMC’ 프로젝트도 가속화하고 있다.
- 화면 크기 최소 40피트(약 12미터) 이상의 초대형 스크린
- 화질/음향 4K 레이저 프로젝션, 고급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
- 좌석 환경 일반 상영관보다 넓고 편안한 리클라이너 좌석 중심
- 기술 확장 일부 관에는 4DX, ScreenX 등 멀티센서리 요소와 병행
이러한 흐름은 한국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메가박스와 롯데시네마의 통합 추진은 팬데믹 이후 침체된 극장산업의 구조조정을 본격화하려는 움직임이다. 합병 시 두 극장의 총 스크린 수는 1,682개로, 기존 업계 1위 CGV(1,346개)를 뛰어넘는 국내 최대 극장 체인으로 재편될 예정이다.
두 회사는 합병으로 지금의 위기를 타계하겠다고 하지만, 한국 극장의 위기는 '극장 영화 콘텐츠 공급 생태계 붕괴'라는 구조적 문제에게 기인하고 있어 AMC와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AMC의 애덤 애런이 말한, "일시적인 콘텐츠 공백에 따른 ‘왜곡된 이례치(distorting anomaly)’로 진단"한 문제가 작년에 이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미국의 1분기처럼 일시적 위기가 아닌 지속적이고 근본적인 위기 상황인 것이다.
버티기 보다는 바꿔야 할 때
AMC Networks와 AMC Theatres의 동반 실적 하락은 전통 방송과 극장 산업 전반의 구조적 위기를 상징한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정확히 한국적 상황과 일치하고 있다. AMC는 위기 타계를 위해 프리미엄 전략, 스트리밍 중심 전환 등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AMC의 사례는 전통 미디어와 극장 산업이 더 이상 기존 방식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준다. AMC Networks는 가입자 기준을 재정의하고, FAST·스트리밍 기반 광고 모델을 확장하며 수익 구조 다변화에 나섰다. AMC Theatres 역시 프리미엄 상영관 확대와 고객 경험 강화에 집중하며 체질 개선을 시도 중이다.
이는 한국의 콘텐츠 산업과 극장 산업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콘텐츠 공급이 위축되고 시청 행태가 빠르게 변화하는 지금, 전통 미디어 기업들이 단순한 구조조정이나 합병을 넘어 새로운 플랫폼 전략과 직접 수익 모델 확보에 나서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AMC의 실적 악화는 단순한 하락이라기보다는, 산업이 바뀌는 과정에서 감수해야 하는 과도기적 비용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동시에 새로운 생존 전략을 시험하는 과정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