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엔터는 현재다’ 인재 사냥에 나선 할리우드 스튜디오

할리우드 작가와 배우들이 63년 만에 동시 파업에 나선 가운데 미국 콘텐츠 스튜디오들이 AI콘텐츠 전문가를 급구하고 있다.

주어진 명령에 따라 텍스트와 비디오, 오디오를 만드는 생성A(Generative AI)는 엔터테인먼트 분야에도 점점 더 중요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 물론 작가와 배우들의 파업의 중심에도 AI가 있다.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이 찾는 AI기술자는 데이터 머신러닝에서부터 고객 응대, 스트리밍 서비스 몰입도 증가, 콘텐츠 기술 R&D 등 매우 다양한 분야다.

AI가 전 사회에 퍼져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넷플릭스는 AI제품 매니저 인재에 90만 달러 연봉을 내걸었다. 이외 파라마운트 등 거의 모든 스튜디오들의 AI인력을 찾고 있다.

하지만, 엔터테인먼트 산업 내 AI의 영향력이 증가하면 할 수록 업계 종사자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때문에 AI&엔터테인먼트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그렇지만, 좋던 싫던 AI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고 앞으로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우리를 변화시킬 수 밖에 없다.

[AI에 대한 배우들의 공포감]

2023년 7월 25일, 배우이자 감독인 브라이언 크랜스톤(Bryan Cranston)은 뉴욕타임스 스퀘어 광장에서 디즈니 CEO 밥 아이거를 향한 메시지를 남겼다.  크랜스톤은 “저도 압니다. 우리가 같은 사물(AI)에 대해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을요(you look at things through a different lens)”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당신이 우리를 이해해주길 기대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로봇에게 우리의 일을 빼앗기고 싶지 않다는 우리의 요구를 들어주길 바래요”라고 강조했다.

생성AI시대, 배우들은 테크놀로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신들의 유사성(likenesses), 목소리(voices), 재사용(reuse) 권리를 빼앗길 것이라는 걱정이다. 배우들은 스튜디오가 AI를 이용, 콘텐츠 대가를 제대로 치르지도 않고(무료로) 심지어 자신들도 모르게 자신들의 수익을 가로챌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작가들 역시, 스튜디오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스튜디오들이 챗GPT와 같은 대량언어모델(LLM)을 이용, 사람 없이 각본을 생산해 자신들의 생계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것이 쟁점이다.  프로듀서들 역시 AI안전지대는 아니다. 프로듀서 조합 AMPTP는 AI사용을 막기기보다 반드시 신중한 사용에 기반한 균형잡힌 접근법(balanced approach based on careful use)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I를 둘러싼 이런 불안감과는 달리,  AI에 대한 할리우드 스튜디오와 스트리밍 서비스의  관심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모든 메이저 스튜디오 회사들은 AI관련 자리나 전문가를 찾고 있다. 그야 말로 ‘AI채용붐이다. “AI라는 테크놀로지가 자신들의 메인 필드를 어떻게 바꾸는 지”에 대한 연구와 투자에 들어간 것이다.

[AI프로덕트 매니저 연봉 12억(90만 달러)]

거의 모든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이 AI테크놀로지 보유 인력을 구하고 있다. 할리우드에서 AI를 원하는 직군은 주로 콘텐츠 개발, 고객 서비스, 데이터 분석 등이다.  할리우드리포터는 ‘이미징 테크놀러지’에 대한 관심이 가장 큰 디즈니(Disney)의 경우 AI와 머신러닝 관련 일자리 공고와 구인 광고를 계속 내고 있다.

8월 5일 기준 디즈니 AI 잡 오퍼


디즈니의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 회사인 ‘이미지니어링(Imagineering)은 AI 직군 채용을 주도하고 있다. R&D 이미지니어(R&D Imagineer)를 뽑는 공고도 AI능력에 포커스를 맞췄다. 지원자의 자격 요건에서 디즈니는 “AI툴이 만들어낼 수 있는 한계를 넘고  디자이너, 작가, 예술가들의 요구를 이해하려는 열정을 가진 사람”이라고 서술했다.(ambition to push the limits of what AI tools can create and understand the difference between the voice of data and the voice of a designer, writer or artist)

이 자리는 또 협업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디즈니 인사팀은 “대학, 스튜디오, 정부 기관, 생성AI평가, 적용, 통합 개발자 등과 협업”하는 것을 주요 역할로 적시했다. 이 자리(3년 경력) 최대 연봉을 18만 달러(보너스와 성과급 포함)로 제시했다.

디즈니+ 등 디즈니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도 AI 전문가를 급구하고 있다. 디즈니 스트리밍 어드밴스드 리서치 부문(disney Streaming Advanced Research division)은 머신러닝 엔지니어를 찾는 공고에서 디즈니+, 스타+, ESPN+ 등  디즈니 스트리밍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는 AI솔루션 개발 능력’을 채용 우선 순위로 꼽았다. AI를 이용해 디지털 아바타를 만들고 오디언스들의 참여도를 높이기 위한 ‘AI개인화 툴’을 만드는데 투입될 인력을 선발하는 것이다.

AI 전문가들을 찾는 것은 디즈니 뿐만 아니다. 이에 엔터테크 AI전문가들의 몸값은 엄청나게 상승하고 있다. 디인셉트(The Intercept)는 넷플릭스(Netflix)가 성과 포함 최대  90만 달러 연봉으로 AI프로덕트 매니저(AI Product Manager)을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잡 리스트에서 넷플릭스는 “콘텐츠 제작 인수, 개인화, 결제, 기타 수익 중심 사업에서 혁신을 담당할 머신러닝, AI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비디오 게임, 리서치, R&D, 고객 경험 등에서도 머신러닝과 AI 기술 보유자를 찾고 있다.

아마존과 애플 역시, AI와 머신러닝 직군이 채용 1순위다. 아마존의 경우 스트리밍 서비스 프라임 비디오에 AI를 접목시키는 등 미디어 분야에 특화된 선임 프로젝트 매니저를 찾고 있다고 최근 공고를 올렸다.

아마존은 구인 공고에서 “생성AI, 컴퓨터 비전 기술(Computer Vision tech)을 사용해, 콘텐츠를 현지화하고 접근성과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를 원하느냐”라며 “이 능력이 있다면 이 자리는 당신들의 것”이라고 서술했다. 이 자리의 연봉은 최대 30만 달러를 약속했다.

아마존(Amazon) 2023년 2분기 실적 발표에서도 AI를 강조했다. CEO 앤디 제시(Andy Jassy)는 “AI가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 ‘아마존 웹 서비스(Amazon Web Services)’의 실적을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AWS는 AI분야 고객의 장기 파트너가 될 것”이라며 “스트리밍 등 아마존의 비즈니스들은 다양한 생성AI 기술을 제공해 보다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진화할 것”라고 설명했다. 아마존은 생성AI를 이용해 알렉사 개인 비서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소니(Sony) 역시 마찬가지다.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Sony Pictures Entertainment)를 보유한 소니는 소니 AI아메리카라는 이름의 계열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 사업부에서는 지금 AI윤리 엔지니어(AI Ethics engineer)를 찾고 있다. AI기술 발전에 따른 개인 정보 보호, 안전망 구축 등 AI윤리는 소니가 최근 가장 신경쓰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 중 하나다.

서치 엔지니어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AI투명성, 책임성, 공정성 등을 연구하는 AI윤리 프로젝트 운영이다.

구인 공고에서 소니는  “우리는 전세계 아티스트, 마케터 크리에이터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강화하는 AI기술들의 개발과 발전을 믿고 있다.”며 “우리의 목표는 AI가 창의력을 증강 시키는 동시에 인간과 잘 어울리고 인류 사회에 도움이되는 것”이라 썼다.

(We believe in researching and developing AI techniques that empower the imagination and creativity of artists, makers and creators around the world,” the listing writes. Our aim is to advance AI so that it augments — and works in harmony with — humans to benefit society)

소니 AI는 채용이 되면 또 Sony Interactive Entertainment, Sony Pictures Entertainment, Sony Music Entertainment 등 소니의 다른 엔터테인먼트 계열사와도 AI제품 및 기술 개발을 위해 일을 하게 된다고 밝혔다. 기본 연봉은 16만 달러에서 시작된다.

리스트는 계속된다.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Warner Bros. Discovery)도 AI와 머신러닝 관련 자리를 많이 제공하고 있다. 전사 관련 업무나 비디오 게임 부문에 집중되어 있다.

파라마운트(Paramount) 역시, CBS사업부 내 머신러닝 엔지니어를 구하고 있다. NBC유니버셜의 모회사 컴캐스트(Comcast)는 고객 지원,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AI와 머신러닝 일자리를 만들었다.

[대규모 해고 속 AI일자리는 늘어]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의 AI전문가에 대한 구애는 경기침체, 광고 하락으로 인한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에 계속되고 있다. 디즈니는 2023년 3월 이후 7,000명의 직원을 내보냈고 파라마운트,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 아마존 등도 최근 몇 개월 간 직원의 상당수를 정리해고 했다. 하지만 AI는 예외다. 대량 해고 속 고용은 미디어 업계에서 AI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준다. 다른 영역과 마찬가지로 ‘AI인재에 대한 사냥’은 콘텐츠 기업들이 AI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지를 알 수 있다. AI가 콘텐츠 질과 효율성, 수익에 많은 개선을 가져다 줄 것으로 믿는 것이다.

그러나 할리우드의 AI 진격은 많은 우려도 낳고 있다. AI로 인한 일자리 축소, 인간의 역할 대체, 배우나 작가들의 창작물 훼손 등 AI가 만들 수 있는 문제는 많다. 배우이자, 작가인 저스틴 베이트먼(Justine Bateman)은 할리우드리포터 팟캐스트에서 “AI는 현관문과 같다”며 “파업을 통해 제작자(AMPTP)로부터 모든 것을 얻었다고 해도 AI를 제제하지 못한다면 (그들에게) 현관문으로 가는 열쇠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2022년 11월 28일 밥 아이거가 디즈니로 복귀한 이후, 이뤄진 첫 홀타운 미팅에서도 AI가 거론됐다.

직원들은 “회사가  빠르게 진화하는 AI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지”를 물었다. (그 이후 AI는 완전한 메인스트림이 됐다. )

이 자리에서 아이거는 “기술 진화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Nothing is going to stop technological advancement,)”며 “디즈니는 늘 새로운 기술을 포용해, 스토리를 개선시켰다. 생성AI 역시, 디즈니가 포용해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Disney has typically embraced new technology to tell better stories. Generative AI tech, Iger added, is “something that at some point in the future the company will embrace)

현재 AI로 향하는 할리우드의 레이스는 완전 초기 상태다. 앞으로 속도도 빨라질 것이며 할리우드가 AI를 포용하는 방식도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모든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AI를 스토리텔링에 적용시키는 것은 시간 문제다. 투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AI를 둘러싼 다양한 갈등도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작가와 배우들의 파업이 끝난 뒤에도 AI는 할리우드의 미래에 가장 중요한 의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AI IN 아마존]

할리우드 미디어 기업들이 AI인재를 적극적으로 찾아 나선 이유는 제작 효율화와 함께 비용 절감 이슈도 크다. 콘텐츠 비즈니스가 스트리밍 서비스로 전환되면서 시스템 구축, 콘텐츠 투자, 마케팅 등에 상당한 비용이 투입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할리우드 기업들은 AI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장기적으로는 기업을 더 건전하게 만드는 길이라고 믿고 있다.

아마존 CEO 앤디 제시(Andy Jassy)는 2023년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생성AI 기술의 잠재력을  ‘투입 비용을 줄이고 고객들에게 새로운 브랜드 경험을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요약했다.

제시 CEO는 이미 아마존은 엔터테인먼트 부문에서 AI를 상당히 다양하게 강조했다. 그동안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 AWS의 경우 AI관련 솔루션을 많이 쓴다고 알려졌지만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등 엔터테인먼트의 AI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어 제시는 “AI비서 알렉사와 함께 작업한다고 생각해보라”고 강조했다.

제시가 아마존의 AI에 대해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지만 현재 아마존은 프라임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에 AI알렉사를 적용해 콘텐츠 추천, 큐레이션, AI편성표 등을 구축하고 콘텐츠 스토리 요약, 분석에도 다양하게 AI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마존 스튜디오 역시, AI를 이용한 콘텐츠 제작, 각본, 촬영 등의 테스트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AI를 스튜디오 콘텐츠 제작에 사용하는 있는 곳은 아마존 뿐만 아니다.

영화사이자 AI솔루션 제작사 ‘플로우리스(Flawless)’의 공동 창업주 스콧 만(Scott Mann)은 자산이 최신 영화 ‘가을(Fall)’에서 비속어 ‘F’단어를 삭제하는데 AI를 사용했다. 이에 성인 등급 영화를 PG13세로 만드는데 제작비를 거의 내지 않았다. 만약 다시 촬영했다면 150만 달러가 들었지만 이를 15만 달러로 해결했다.

2024년 개봉하는 미라맥스의 영화 ‘히어(Here)’는 67세인 톰 행크스를 대역을 쓰지 않고 AI를 이용해 다양한 연령으로 변환 시켰다.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Robert Zemeckis)는 AI 안티에이징 회사 메타피직스(Metaphysic)와 작업해 행크스의 얼굴을 30대에서 70대에 자유자재로 렌더링했다.

톰 그레이엄(Tom Graham), 케빈 우메(Kevin Ume), 마일스 피셔(Miles Fisher)가 공동 창업한 메타피직스는 먼저 톰 크루즈의 복제 얼굴(딥 페이크)를 만들어 작업을 시작했다.  

https://www.tiktok.com/@deeptomcruise/video/6936178521114938630

우메는 배우이기도 한 피셔의 몸에 배우의 얼굴을 그려넣었다. 피셔는 이전 톰 크루즈의 딥페이크를 만들어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AI 채용과 활용은 많은 문제점도 낳고 있다. 저작권 침해 소송은 물론이고 직원 노조의 반발도 심하다. 이미지 공유 플랫폼 게티이미지는 이미지 생성 솔루션 스테이빌리티(Stability AI)에 저작권 침해 소송을 걸었다.

단역 배우들은 AI가 자신들의 일자리를 차지할 지 두려워하고 있다. 이에 최근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일자리나 직업을 없애는 AI보다는 작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인공지능 기술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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