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가 2023년 2월 8일 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CEO 밥 아이거(Bob A. Iger)가 발표할 새로운 성적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005년부터 2020년까지 15년 간 디즈니 CEO를 역임했던 아이거는 2022년 11월 주주들의 부름에 3년 CEO를 임기를 다시 시작했다.
사실 밥 아이거는 어닝콜의 달인이다. 그는 15년 재임 기간 동안 총 58번의 실적 발표 행사를 거쳤다. 그러나 8일 공개되는 2022년 4분기(회사는 3분기) 실적의 의미는 아이거의 59번째 이벤트 이상이다. 회사의 미래인 스트리밍 수익 부진,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 전임 CEO의 조기 퇴진, 팬데믹 이후 100년 디즈니의 앞날, 디즈니 주가 향방, 아이거의 후반전 등이 모두 담긴 행사다.
미디어 전문가 마이클 내탄슨( Michael Nathanson)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2월 8일은 향후 회사 분위기를 결정하고, 의제를 바꾸는 날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디즈니를 분석해온 Bofa증권의 베테랑 애널리스트 제시카 리프 어릭(Jessica Reif Ehrlich)은 “우리가 이날 행사 하나로 모든 것을 알 수 없지만, 아이거의 메시지는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3년 2월 8일 “단순한 어닝콜” 아니야”]
2023년 2월 8일(미국 시간 수) 열리는 실적 발표는 복귀 후 그가 월가와 할리우드를 대하는 첫 행사다. 2022년 11월 말 디즈니 이사회는 밥 체이펙 전 CEO를 해임하고 71살의 아이거를 다시 등판시켰다. 오랜만에 공식 석상에 등장하는 아이거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신경써야 할 것이 많다. 급락한 주가를 부양시킬 정책이나 서비스에 대한 질문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날 행사에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있다. 트리안 파트너스( Trian Partners)가 10억 달러 규모 디즈니 주식을 인수한 후 공동 창업주인 넬슨 펠츠(Nelson Peltz)가 자신 혹은 아들에게 이사회 자리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넬슨 펠츠는 디즈니가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비용 절감과 수익 확대에 집중해 더 많은 배당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아이거 이후 회사를 책임질 제대로된 CEO도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넬슨 펠츠는 이사회 교체를 위한 위임장 대결(Proxy battle)을 벌이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아이거가 이와 관련한 언급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밥 아이거가 디즈니에 복귀한 뒤 처음 한 경영 활동은 스트리밍(디즈니+, 훌루, ESPN+) 관련 업무였다. 출근 첫날 6시 30분에 회사에 온 아이거는 밥 체이펙의 심복이었던 스트리밍 서비스 유통 조직 최고 임원(카림 다니엘)을 사임시키고 조직을 예전으로 돌려놨다. 밥 체이펙은 콘텐츠 유통을 강화하기 위해 각 사업부에 있었던 유통 및 예산 집행 권한을 신설 조직으로 집중시킨 바 있다. 아이거는 시스템을 해체하고 TV, 영화, 스트리밍 등의 각 사업부에 콘텐츠 개발과 예상집행권을 회복시켰다.
에를리히(Ehrlich)는 NYT인터뷰에서 “몇 달 동안 디즈니는 비용 절감과 해고에 대해 이야기해 왔다. 이런 분위기를 계속 가지고 갈 수 없다.”며 “이는 회사의 사기에 좋지 않다”고 언급했다. 실제 일부 디즈니 직원들은 아이거 복귀 후 일주일에 4번 사무실에 출근하라는 지시에 반발하며 청원서를 돌리기도 했다.
[위기: 집(TV)은 불타고 이주할 곳(스트리밍)은 공사 중]
주주들도 아이거 복귀 후 발표할 실적에 관심이 매우 뜨겁다. 특히, 주주들은 스트리밍 투자 수익이 아직인데다 전통적인 TV비즈니스의 하락에 크게 우려하고 있다. 디즈니는 지상파 방송 ABC와 함께 15개의 케이블TV채널(ESPN, 디즈니 채널, FXS, 프리폼,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을 보유하고 있다. 디즈니의 케이블TV비즈니스는 유료 방송 구독자들이 스트리밍 서비스로 옮겨가는 ‘코드 커팅(Cord-Cutting)’에 힘들어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2022년 10월에서 12월 사이 미국 케이블TV 구독 가구는 6.2% 감소했다. 내탄슨 애널리스트는 “디즈니 TV비즈니스에 대해 냉정하고 정확한 시선을 가져야 한다”며”체이펙 재임 시절에는 이런 구조 개편 논의들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지속적인 축소에도 불구하고 현재 디즈니의 TV비즈니스는 여전히 가장 큰 1위 사업부다. 2022년 10월에 마감된 회계 분기 영업이익 중 85억 달러가 TV에서 나왔다. 사실 디즈니와 올드 미디어들은 풀기 어려운 문제에 봉착해 있다. 전통적인 TV비즈니스부터 수익의 대부분을 올리지만, 이 사업부의 외형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스트리밍 서비스의 수익 개선은 매우 더디다.
디즈니의 경우 레기시 TV비즈니스의 이익( earnings)이 2023년 16억 달러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스트리밍 부문 손실은 2022년에 비해 개선되겠지만 여전히 9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내탄슨은 분석했다. 2022년 11월 디즈니는 7월부터 9월까지 스트리밍 부문에서 15억 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1년 같은 기간 적자는 6억 3,000만 달러였다.
11월 어닝 콜에서 밥 체이펙은 2024년 디즈니+는 수익을 낼 것이라고 밝혔지만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미국 증권가도 이런 낭관론에 회의적이다. 8일 아이거는 디즈니+의 성장과 수익 전망치를 수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디즈니+는 2024년 2억 1,500만 ~2억 4,500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2년 10월 초 현재 디즈니+ 구독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1억 6,400만 명이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적자폭 확대와 함께 디즈니는 테마파크에서도 기대만큼의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테마파크의 매출은 개선되고 있지만 코로나바이러스 영향이 너무 컸다. 이로 인해 디즈니는 2022년 10월 초 미국 증권가의 실적 예측치를 처음으로 달성하지 못했다.
아이거는 실적 발표에서 디즈니의 최근 성과를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022년 12월 16일 개봉한 ‘아바타:물의 길(Avatar: The Way of Water)’은 글로벌 시장에서 22억 달러를 벌어들여 역대 4위의 기록을 세웠다. ‘아바타’ 1편과 ‘어벤져스: 엔드게임’ ‘타이타닉(21억 9,000만 달러)에 이어서다. 아바타가 아직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어 기록 갱신은 시간 문제다. 디즈니는 제 95회 오스카상 후보작 23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테마파크 매출도 계속 나아지고 있다.
[아이거에겐 운명의 하루가 될 2월 8일]
그러나 아이거는 경기 불황에 따른 수익 악화와 싸워야 한다. 애널리스트는 2022년 마지막 분기 디즈니의 주당 이익을 79센트로 예측했다. 1년 전 1.06달러에 비해 크게 감소한 수치다. 매출은 234억 달러로 1년 전 218억 원을 약간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아이거의 미래이자 디즈니의 미래인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의 경우 구독자 1억 6,300만 명으로 예상됐다.
아이거 CEO는 현재 펠츠의 위임장 대결에 대해 공식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실적 발표 때도 질문이 없다면 언급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디즈니는 2023년 1월 17일 미국 연방증권거래소(SEC)에 제출한 문서를 통해 “펠츠는 콘텐츠 기업에 대한 전략도 없고 운영 경험도 없으며 새로운 아이디어 없다”고 폄하했다. 1월 말 트라이언은 “디즈니 주주들이 현 이사인 마스터카드 이사인 마이클 B.G. 프로맨을 사임시키고 펠츠나 그의 아들에게 자리를 넘겨줄 긴급 현안이 발생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디즈니는 전직 미국 무역 대표부 대표(U.S. trade representative)를 역임한 마스터카드 임원인 프로만을 적극 옹호했다.
한편, 아이거는 애널리스트와 기자들의 매서운 질문도 견뎌야 할 것으로 보인다. 리서치 회사 라이트쉐드 리서치 파트너스(LightShed Partners)의 창업주 리차드 그린필드(Richard Greenfield) 등은 평소 아이거의 경영 스타일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