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Mad Unicorn'이 6월 5일과 6월 6일 기준 글로벌 Top 12위에 오르며, 전 세계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Mad Unicorn'은 5월 29일 스트리밍 공개 후, 하루 만에 태국 넷플릭스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첫 주에만 1.6백만 명이 시청하며 한국 드라마 '당신의 맛(2위)', '미지의 서울(3위)'에 이어 전 세계 비영어권 TV 부문 넷플릭스 4위에 올랐다.
이는 지난 해 7월, 'Master of the House'가 태국 드라마 최초로 비영어권 TV부문 1위를 기록한 이후 가장 좋은 성과로, 태국 인접 국가는 물론 브라질 등 중남미 지역에서도 큰 인기를 끌면서 태국 드라마의 해외 진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해외 팬까지 사로잡는 태국 드라마
태국 드라마 역시 태국 현지에서는 큰 인기를 누려왔다. 2023년에는 'Royal Doctor', 2024년에는 시대극 시리즈 '데와프롬(Dhevaprom)', 그리고 올해는 가족 코미디 'Good Heavens! I'm Goose not a Swan'이 태국 내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하지만 이들 드라마의 인기는 대체로 국내 시청자에 국한되었고, 해외에서는 팬덤 중심의 소규모 확산에 머물렀다.

그러나 Mad Unicorn은 기존 태국 드라마와 달리 태국 내에서만 인기 있는 것이 아니다. 베트남·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인접 동남아시아 국가를 비롯해, 문화권이 다른 브라질, 페루, 볼리비아 등 중남미 시청자에게까지 호응을 얻고 있다. 그 배경에는 ‘진짜 태국 이야기’라는 진정성있는 스토리에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타트업 신화’가 전 세계를 사로잡다
드라마 Mad Unicorn은 태국 최초의 유니콘 기업인 ‘플래시 익스프레스(Flash Express)’의 창업자 캄산 살림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다. 북부 치앙마이의 산골 마을 출신 산티가, 배달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대도시에서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담았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훔친 파트너에게 배신당하고, 복수를 다짐하며 다시 일어서는 서사는 ‘다윗과 골리앗’의 서사로도 읽힌다. 스타트업 경쟁, 파트너십의 균열, 복수, 그리고 혁신 등 어느 문화권에서나 통할 수 있는 보편적 감정 코드와 스토리를 갖고 있다.
넷플릭스의 ‘로컬 전략’이 만들어낸 성과
Mad Unicorn의 성공은 단순히 한 편의 인기 드라마로 그치지 않는다. 이는 넷플릭스가 수년간 아시아 시장에 공을 들이며 추진해온 '로컬 중심 전략(Local-First Strategy)'의 성과이기도 하다.
넷플릭스 동남아시아 콘텐츠 총괄 말로비카 바네르지(Malobika Banerji)는 “우리는 태국 시청자를 위한 진짜 태국 이야기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그러한 진정성 있는 이야기일수록 글로벌 시청자와 강하게 연결된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오징어 게임의 성공을 만든 넷플릭스 아시아 콘텐츠 부문 김민영 부사장이 이야기한 전략과도 맥을 같이한다. 김민영 부사장도 “처음부터 세계적 히트작을 노린 것이 아니라, 지역 시청자에게 강하게 파고드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는 이러한 전략 아래 태국에서 장르물, 로맨스, 시대극을 포함한 다양한 오리지널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Mad Unicorn은 그중에서도 실화 기반 서사와 서스펜스를 결합해 콘텐츠의 보편성과 현지성을 모두 충족시킨 대표 사례로 평가받는다.
‘Mad Unicorn’은 시작일 뿐... 태국 콘텐츠의 글로벌 확장 본격화
넷플릭스는 이번 성공을 기반으로 태국 내 로컬 제작 생태계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바네르지는 “우리는 태국에서 외국 드라마를 찍는 것이 아니라, 진짜 태국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이 흐름은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지역 크루에 대한 교육, 장기적 협업 모델, 대본 개발 워크숍 등 로컬 창작 기반의 확장을 위한 투자도 확대 중이다.
무엇보다 태국 드라마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저렴한 제작비에 있다. 한국의 대형 드라마가 에피소드당 20억에서 30억 원 수준의 제작비를 투입하는 데 비해, 태국 드라마는 그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태국 드라마의 평균 제작비는 에피소드당 1억 원 미만으로 책정되며,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도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최근 태국에서 인기리에 방영 중인 'The Next Prince(One 31)' 역시 초기 예산을 3천만 바트, 약 11억 원으로 설정했지만, 제작 과정에서 비용이 증가하면서 최종 제작비는 약 9천만 바트, 약 34억 원까지 늘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 14부작으로 구성된 이 드라마의 에피소드당 평균 제작비는 약 2억 4천만 원 수준으로, 여전히 한국 드라마와 비교하면 매우 낮은 편이다.

결국 태국에서 제작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가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얻을수록, 넷플릭스는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에 더 많은 투자를 단행하게 될 것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제작비로 높은 글로벌 반응을 이끌어내면서 콘텐츠 효율과 확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번 'Mad Unicorn'의 성공은 한국 콘텐츠 산업에도 여러 시사점을 던진다. 우선,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이 더 이상 특정 국가의 대형 제작비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낮지만, 현지성과 서사적 진정성을 갖춘 콘텐츠가 글로벌 무대에서 통할 수 있음을 태국 사례가 입증하고 있다.
또한, 태국은 로컬 제작 역량 강화를 위해 정부 차원의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있으며, 제작 환경 개선과 인력 양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는 한국이 장기간 쌓아온 콘텐츠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단순히 고비용·고스펙 중심의 제작 구조를 넘어, 보다 다양한 제작 모델과 유연한 투자 구조를 고민해야 함을 보여준다.
특히, 동남아시아를 포함한 신흥 콘텐츠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입증되는 상황에서, 한국 역시, 이들 국가와의 협력적 제작 생태계 구축을 통해 새로운 방식의 한류 확장 전략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