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 시장에서 애니메이션이 핵심 장르로 떠오르면서 글로벌 애니메이션 스트리밍 수익이 2030년까지 23조 원까지 확대될 전망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 리서치 회사인 버나인(Bernstein)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총 55억 달러(약 8조 2700억 원) 수준인 애니메이션 스트리밍 시장은 2030년까지 지금의 3배 수준인 160억 달러(약 23조 3,520억 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특히 일본이 장악하고 있는 이 시장이 2030년에는 해외(International)의 비중이 크가 증가해 전체 시장의 78%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스트리밍하고 있는 크런치롤(Crunchyroll)은 2021년 500만 명 수준이었던 유료 구독자가 2024년 8월 기준으로 1,500만 명을 넘어서면서 3년 만에 세 배가 늘어났다.
크런치롤은 나루토, 원피스, 진격의 거인 같은 인기 애니메이션을 포함 1,800 편 이상의 작품을 제공한다. 특히 일본에서 방영 후 1시간 만에 최신 에피소드를 제공하면서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애니메이션 뿐만 아니라 만화(Manga), 게임 서비스도 제공하며 관련한 굿즈(의류, 피규어, 캐릭터 등)도 크런치롤 스토어에서 판매하고 있다.
넷플릭스도 꾸준히 애니메이션 콘텐츠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지난 해 미국 라이브러리에 240개의 타이틀을 추가했다. 이러한 수치는 크런치롤 1,800개 보다는 적지만 시청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면서 비영어콘텐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이 스트리밍 서비스의 핵심 콘텐츠로 자리잡으면서 M&A 등 국제적 협력이 활발해 지고 있다.
일본의 소니 그룹 산하 애니플렉스(Aniplex)와 글로벌 애니메이션 스트리밍 플랫폼 크런치롤(Crunchyroll)은 합작법인 하야테(Hayate)를 설립했다. 하야테는 '귀멸의 칼날', '솔로 레벨링' 등 인기 콘텐츠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을 위해 본격적인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제작할 예정이다.
최근 홍콩 필마트(FilMart)에서 인도의 유명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툰즈 미디어 그룹(Toonz Media Group)과 일본의 퍼스트 플레이스(1st Place)가 전략적 제휴를 발표했다. 양사는 글로벌 시장의 급증하는 애니메이션 수요를 충족하고, 일본 내 심화되고 있는 애니메이션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서이다.
퍼스트 플레이스(1st Place)의 창립자 겸 사장인 쿠미코 대표는 "현재 일본 내 애니메이션 제작 인력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라며 "툰즈와의 협력을 통해 생산력을 높이고, 품질을 유지하면서 보다 많은 작품을 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두 사업자는 이번 제휴를 통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부터의 새로운 프로젝트 유치를 기대하고 있다.
인도의 툰즈 미디어 그룹은 이미 마블(Marvel)의 '울버린과 엑스맨', 라이언스게이트(Lionsgate)의 '스피드 레이서: 더 넥스트 제너레이션'과 같은 글로벌 프로젝트를 수행했었다. 일본의 퍼스트 플레이스(1st Place) 역시 '클라나드 애프터 스토리', '엔젤비트!' 등 인기 애니메이션의 OST 제작과 오리지널 IP 개발을 통해 글로벌 팬덤을 확보하고 있는 회사이다.
한편 중국에서는 애니메이션 영화 '나타 2(Ne Zha 2)'가 아이맥스(IMAX)를 통해 중국 박스오피스 신기록을 달성하며, 아시아 시장에서의 프리미엄 애니메이션 콘텐츠 수요가 얼마나 강력한지를 입증했다. '나타 2'는 약 20억 달러 이상의 흥행 수익을 기록하며, 기술적 우수성과 프리미엄 극장 경험이 결합되었을 때 애니메이션 콘텐츠의 가능성이 얼마나 커질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이제 애니메이션은 더 이상 일본이나 미국 등 특정 국가의 지역(local) 콘텐츠가 아니다. 스트리밍으로 달라진 유통망을 통해 글로벌 이용자들에게 사랑받는 콘텐츠가 되었다.
한국도 달라져야 한다. 한국은 네이버 웹툰, 카카오웹툰 등 풍부한 창작 작품과 우수한 스토리텔링 역량을 갖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애니메이션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을 보강하고 필요에 따라 국제적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청강문화산업대 김성용 교수는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에서 가장 큰 취약점으로 산업적 인프라 부족과 대형 작품에 대한 투자 미흡을 지적했다. 그는 특히 실패 이후에도 지속적인 제작이 가능한 산업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서는 단편적인 지원이 아니라, '프리 프로덕션-프로덕션-포스트 프로덕션'으로 이어지는 제작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고, 정부가 이를 체계적으로 지원해 창작자와 제작사가 안정적으로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제언했다(한국콘텐츠진흥원 글로벌OTT트렌드 Vol 7 참조)
이제 한국도 웹툰 산업과 함께 글로벌 애니메이션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경쟁력을 갖추고 준비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