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트럼프와 반대로 간다.. ITV의 다양성 정책 강화, 3년간 1억 달러 투자

영국 ITV가 다양성을 강화하기 위해 향후 3년간 8,000만 파운드(약 1억 달러)를 투자하고, 다양성 개발 기금(Diversity Development Fund)을 100만 파운드(130만 달러)로 두 배 늘렸다고 발표했다.

영국 ITV의 이러한 정책은, 제2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주요 미디어 기업들이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을 폐지하거나 축소하는 가운데 나온 발표여서 미국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4 ITV의 다양성 가속화 계획 
(출처 = ITV Press Centre, 2025.02.27)

ITV, 다양성과 포용성 가속화 계획 발표

ITV는 최근 자사의 경영진 및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다양한 인종 및 소수자 대표성을 확대하기 위한 '다양성과 포용성 가속화 계획'을 공개했다. 주요 계획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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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 가속화 계획]

• £80m(약 1,370억 원) 규모의 ‘다양성 위탁 제작 예산(Diversity Commissioning Spend)’ 재확보
- 인종적 다양성(People of Colour, POC) 및 청각·지체 장애인 및 신경다양성(Deaf, Disabled or Neurodivergent, DDN) 인구 지원 강화

• 다양성 개발 기금(Diversity Development Fund) 2배 증액: £1m(약 17억 원)
- 기존 3년간 £500,000에서 두 배 증가
- 촬영 현장의 접근성 강화, 소수자 출신 인턴 및 견습생 훈련 확대

• 다양성 투자 프로그램(2022-2024) 성과
- 총 £83.3m(약 1,420억 원) 투자, 43개 프로그램 제작
- 영국 수어(British Sign Language) 관심 증가 등 실질적인 사회적 변화 유발
- BAFTA, Royal Television Society, National Television Awards 등 수상 및 후보 지명

이번 계획의 일환으로 ITV는 장애인, 신경다양성(Neurodivergent) 인재들의 참여를 확대하는 대표적인 신규 프로그램도 발표했다.

청각장애 배우 주연의 범죄 드라마 'Code of Silence'

ITV1과 ITVX에서 방영될 범죄 드라마 '코드 오브 사일런스(Code of Silence)'는 ITV가 청각장애인 배우 및 제작진을 대거 기용한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주연으로는 청각장애 배우 로즈 아일링-엘리스(Rose Ayling-Ellis)가 캐스팅 되었으며, 출연진 및 제작진 상당수가 청각장애, 지체장애, 신경다양성을 가진 인물로 구성되었다.

자폐·신경다양성을 가진 인터뷰어가 진행하는 'The Assembly'

2025년 방영 예정인 '어셈블리(The Assembly)'는 자폐 및 신경다양성을 가진 인터뷰어들이 유명인과 대화하는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이다.  Rockerdale Studios가 제작한 이 프로그램은 인터뷰어로 자폐 및 신경다양성을 가진 출연진이 참여해 독특한 시각과 질문 방식으로 인터뷰를 진행한다.

장애인의 가족 계획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Ellie Simmonds: Should I Have Children?'

전직 패럴림픽 수영 선수 엘리 시먼즈(Ellie Simmonds)가 진행하는 다큐멘터리 'Ellie Simmonds: Should I Have Children?'도 ITV의 다양성 강화 전략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이 작품은 장애를 가진 부모가 자녀를 갖는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을 조명하며, 장애인 커뮤니티가 직면하는 사회적 문제와 현실을 조명한다.

드라마 Code of Silence와 예능 프로그램 The Assembly
(출처 = 유튜브 갈무리)

영국 ITV의 다양성 가속회 계획의 핵심은 ▲경영진과 리더십의 다양성 확대 ▲방송 콘텐츠의 대표성 강화 ▲TV 제작 내 경력 개발 지원 ▲채용 과정의 형평성 제고 ▲사내 교육 및 포용 문화 조성 등 다섯 가지다.

특히, ITV는 새로운 그룹 다양성 및 포용성 디렉터 직책을 신설하고, 모든 리더가 포용성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또한, 'Step Up 60' 프로그램을 통해 흑인, 아시아계 및 기타 소수 민족 출신 인재들이 방송 제작의 핵심 역할(감독, 작가, 프로듀서 등)을 맡을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캐롤린 맥콜(ITV CEO)은 "현재 ITV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출연자의 22%, ITV 전체 직원의 12.5%가 흑인, 아시아계 및 소수민족 출신이지만, 리더십 및 주요 제작진 내 대표성은 여전히 부족하다"며 "보다 포용적인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변화의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파라마운트, 트럼프 정부 기조에 따라 DEI 정책 철회

반면, 미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에 따라 주요 미디어 기업들이 DEI 정책을 철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파라마운트는 내부 메모를 통해 "회사의 다양성 관련 프로그램을 변경하고 있으며, 앞으로 인종, 성별, 성 정체성과 관련된 고용 목표를 설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1월 20일 취임 첫날 서명한 행정명령 ‘급진적이고 낭비적인 정부 DEI 프로그램 및 우대 정책 종결’ 때문이다. 트럼프 정부는 연방 기관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DEI 정책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파라마운에 앞서 디즈니, PBS 등 미디어 기업들이 잇따라 DEI 정책을 폐지하기로 했다.

파라마운트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2020년 대선을 앞두고 방송된 CBS 60 Minutes의 인터뷰 문제로 회사를 상대로 200억 달러 규모의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또한, 현재 추진 중인 Skydance와의 합병을 위해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승인이 필요한데, 새로 임명된 FCC 위원장 브렌던 카(Brendan Carr)가 DEI 정책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고 있어 규제 리스크를 줄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미국과 영국, 다양성 정책에 대한 상반된 접근

미국과 영국의 이러한 대비된 움직임은 정치적 환경과 정부의 기조에 따라 기업들의 다양성 정책이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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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ITV는 사회적 포용과 대표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발전시키고 있으며, 모든 경영진이 포용성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시스템을 도입

- 미국: 트럼프 정부의 DEI 폐지 정책에 따라 주요 미디어 기업들이 다양성 목표를 철회하고 있으며, 기업들은 규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DEI 정책을 축소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DEI 정책은 미국 내에서도 반발로 이어지고 있다. 애플 주주들은 보수 성향 싱크탱크 전국공공정책연구센터(NCPPR)가 제안한 DEI 폐지안을 부결시켰으며, 연방법원도 정부의 DEI 예산 삭감을 일시적으로 막는 판결을 내렸다.

글로벌 미디어 산업의 DEI 방향성은?

영국과 미국이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은 여전히 DEI 정책을 중요한 가치로 보고 있다. 특히 스트리밍 서비스가 지역(local) 사업에서 글로벌 사업으로 확산되어 있는 만큼, 넷플릭스, 아마존, 디즈니 등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에게 포용성과 다양성 정책은 단순하지 않다. DEI 관련 정책이 글로벌 시청자와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만큼 쉽게 결정할 사항은 아니기 때문이다.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은 인종, 성별, 장애, 성소수자(LGBTQ+), 사회적 계층 등 다양한 집단을 대표하는 인물과 스토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면서 로컬 콘텐츠 제작을 활성화하고 있다. 이러한 스토리와 콘텐츠의 다양성 확보는 시장 확장에 결정적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쉽게 포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현재로서는 미국의 미디어 기업들이 트럼프 정부의 정책 기조에 맞춰 DEI 정책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법적·사회적 반발 속에서 이러한 변화가 장기적으로 지속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글로벌 미디어 시장에서 DEI 정책의 향방은 정치적 환경뿐만 아니라 시청자와 소비자의 요구에 따라 다르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기업의 목표와 전략에 따라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정치적, 산업적 환경 마련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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