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 2025 Upfront...다시 돌아온 HBO Max, 프리미엄으로 승부

WBD의 Max가 HBO Max로 다시 변경된다.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Warner Bros. Discovery, 이하 WBD)가 2025년 미국 뉴욕 매디슨 스퀘어가든에서 열린 ‘업프론트(Upfront)’ 행사에서 자사의 스트리밍 서비스 'Max'의 명칭을 올여름부터 'HBO Max'로 재변경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2년 전 HBO 브랜드를 제외하고 'Max'라는 이름으로 리브랜딩했던 결정을 다시 되돌리는 셈이다. WBD는 브랜드 복원을 통해 스트리밍 전략도 다시 '프리미엄 콘텐츠'에 방점을 찍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HBO라는 이름, 다시 프리미엄의 기준으로"

WBD는 업프론트 행사에서 스트리밍 부문이 지난 2년 동안 약 30억 달러의 손실을 만회하고, 글로벌 구독자 2,200만 명을 추가 확보하며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올랐고 밝혔다.

이러한 성과의 배경에는 HBO, 극장 영화의 흥행작, 다큐멘터리 시리즈, 일부 리얼리티 및 오리지널 시리즈 등 고품질 콘텐츠에 집중하며 성공한 전략 때문이다. 반대로 참여율이 낮은 장르는 과감히 축소하거나 제거하며 선택과 집중을 이뤄냈다.

스트리밍 시장이 치열해지면서 점차 '양보다 질'을 중시하는 흐름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WBD는 HBO라는 브랜드가 지난 50년간 일관되게 쌓아온 '프리미엄 스토리텔링'의 위력을 다시 활용하기로 했다.

WBD의 CEO 데이비드 자슬라브(David Zaslav)는 “우리의 성장은 콘텐츠의 질에서 비롯됐다”며 “HBO는 그 품질의 상징이며, 이를 통해 글로벌 성장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화이트 로터스’에서 ‘더 라스트 오브 어스’까지… HBO 프리미엄의 정체성 강화

이번 리브랜딩은 단순한 명칭 변경을 넘어, 콘텐츠 중심 전략의 명확한 재확인이다. HBO의 콘텐츠는 이미 ‘화이트 로터스(The White Lotus)’, ‘더 라스트 오브 어스(The Last of Us)’, ‘핵스(Hacks)’ 등의 작품을 통해 프리미엄 브랜드의 위상을 강화해왔다. WBD는 이를 ‘스토리버스(Storyverse)’라는 광고 통합 전략으로 확장해, 브랜드와 콘텐츠 간의 시너지를 창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화이트 로터스’는 방영지였던 포시즌스 호텔의 예약 붐을 일으키며 관광업과 협업 모델의 선례를 남겼고, '더 라스트 오브 어스'는 코로나 맥주와 협업을 통해 광고 효과를 극대화한 바 있다.

WBD의 DTC(Direct-to-Consumer) 글로벌 마케팅 책임자 샤우나 스펜리(Shauna Spenley)는 “사람들은 이제 낡아빠진 스웨터 다섯 벌 보다 멋진 스웨터 한 벌을 원한다”고 비유했다.

“Streaming has become a lot like fast fashion: People are saying, ‘I’d rather have one great sweater than five that fall apart,’” said Shauna Spenley, WBD’s global chief marketer of direct-to-consumer.

Warner Bros. Discovery’s upfront
(출처 : Ad Age)

광고주를 위한 '프리미엄 라인업'… 라이브 스포츠·리얼리티도 고급화

이날 업프론트에서는 콘텐츠뿐 아니라 광고 비즈니스 구조의 재편도 소개됐다. WBD는 ‘DemoDirect’, ‘NEO’ 등 새로운 데이터 기반 광고 플랫폼을 도입하고, ‘스토리버스’ 내 브랜드 통합 마케팅도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광고주는 고품질 콘텐츠와의 연계를 통해 브랜드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올해 WBD는 TNT Sports의 포트폴리오도 고급화 전략에 맞춰 재구성했다. NBA 중계권 손실 이후에도 Big12, Big East, NHL 스탠리컵 결승, 여성 농구리그 Unrivaled 등으로 라인업을 보강했다. 푸드 네트워크(Food Network)에서는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자인 옥타비아 스펜서가 진행하는 ‘Family Recipe Showdown’을 선보이며, 유명 셰프 가이 피에리(Guy Fieri)의 신작도 공개된다.

리얼리티 장르에서도 혁신이 이어진다. Discovery 채널은 'Dancing With Sharks'라는 샤크 위크 특집을 기획했으며, OWN은 성공한 흑인 여성들의 현실을 그리는 'Heart & Hustle: Houston', TLC는 90 Day Fiancé의 새로운 스핀오프 '90 Day: Hunt For Love' 등을 선보인다.

Bobby Voltaggio at the WBD upfront.
(출처 : Warner Bros. Discovery)

리브랜딩에 대한 냉소와 기대 공존… "프리미엄 전략 일관성 유지할 것"

그러나 이번 HBO Max 복귀 선언은 내부와 외부 모두에서 반응이 엇갈린다. HBO, HBO Now, HBO Max, Max 등 반복된 브랜드 변경은 혼란을 초래했다는 지적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실제 행사에서도 이를 조롱하는 밈 이미지가 등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WBD는 이번 결정을 통해 다시금 '프리미엄 콘텐츠'라는 핵심 정체성을 소비자와 광고주 모두에게 명확히 전달하겠다는 입장이다.

WBD 스트리밍 부문 CEO 제이비 페레트(JB Perrette)는 “우리의 목표는 모든 사람을 위한 플랫폼이 아니라, 성인과 가족을 위한 독창적이고 위대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HBO 및 Max 콘텐츠의 수장 케이시 블로이스(Casey Bloys) 역시 “이제 HBO Max는 ‘지불할 가치가 있는 콘텐츠’라는 우리의 약속을 가장 잘 전달하는 이름”이라고 강조했다.

WBD, 다시 ‘프리미엄 브랜드’로 도약

2025년 WBD의 업프론트는 콘텐츠, 광고, 브랜드, 플랫폼의 전 영역에서 ‘고급화’와 ‘차별화’를 키워드로 내세웠다. 영화보다는 시리즈, 수익보다 품질, 다수보다 정예라는 전략은 치열해진 스트리밍 시장에서 HBO Max가 어떤 위치를 차지할지를 가늠케 한다.

'Max'에서 'HBO Max'로의 복귀가 한걸음 후퇴로 보일 수도 있지만, 프리미엄 브랜드가 다시 시장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시험대라는 평가도 있다. WBD는 ‘다시 돌아온 HBO Max’를 통해 명확한 브랜드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 전략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