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3] 2024년 국내외 방송•미디어 결산... 텐트폴, 예능 제작

연말을 맞아 다이렉트미디어랩은 2024년 국내외 방송•미디어 산업 트렌드 Top10을 선정했다.

트렌드 하나씩을 집중 조명하며 한 해를 마무리 하고자 한다.

💡
2024 방송•미디어 트렌드 TOP 10

1. 스트리밍 Shift

2. 스포츠 콘텐츠 강세

3. 텐트폴, 예능 콘텐츠 제작

4. 달라진 예능 트렌드

5. 비영어 콘텐츠 확대

6. 일본 콘텐츠의 성장

7. AI와 미디어

8. 숏폼 콘텐츠

9. 현지화를 통한 글로벌 전략 (Local TO Global)

10. AVOD와 FAST Platform

3. 텐트폴, 예능 콘텐츠 제작


2024년 한 해 동안 방송·미디어 산업에서 두드러진 하나가 국내 예능 프로그램의 대형화다.

국내 예능 콘텐츠는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의 투자와 네트워크 망을 적극 활용하면서 대형화를 이뤄냈다. 예능의 대형화는 고비용의 드라마 보다 효율적인 콘텐츠라는 이유도 한 몫 했다.

텐트폴(Tent Pole)은 텐트를 세울 때 지지대 역할을 하는 기둥에서 나온 용어로, 기존에 영화 산업에서 흥행을 보장하는 대작 영화를 의미한다. 제작사들은 연중 모든 시즌이 아닌 겨울방학-여름방학처럼 특정 시기마다 텐트폴 영화를 출시하면서 연간 산업을 지탱하고, 다른 영화들도 견인하는 역할을 하게 했다. 이것이 텐트폴 전략이었다.

지금까지 국내 예능에는 텐트폴 전략이 두드러지게 나타나지는 않았다. 하지만 고비용 제작비 구조에서 콘텐츠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 이제 예능에서도 텐트폴 전략이 필요해 진 것이다.

(출처 = 넷플릭스 홈페이지)

2024년 한국 넷플릭스의 대표적인 예능 콘텐츠는 '피지컬100 시즌2'와 '흑백요리사:요리 계급 전쟁'이다. 두 콘텐츠 모두 총 제작비 100억 원 이상으로 추정되며, 에피소드 당 약 10억 원이 투입된 대작 콘텐츠였다.
넷플릭스는 '피지컬100 시즌2'를 1분기인 3월에 시작해 3주에 걸쳐 9편을 선보였고, 흑백요리사는 3분기인 9월에 시작해 3주에 걸쳐 12편을 선보였다. 결과적으로 두 편의 텐트폴 예능이 1분기부터 4분기까지 전체를 관통한 셈이다.

두 텐트폴 콘텐츠의 성과는 성공적이다. 흑백 요리사는 2024년 한국 넷플릭스 전체 TV SHOW 부문에서 9위를 기록했고, 피지컬 100 시준2는 27위를 기록 했다. 피지컬100 시즌 2가 시즌 1(2023년 전체 16위)에 비해 순위와 시청 기록 모두 많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글로벌 성과 측면에서 보면 제작비 약 240억 원의 '더 에이트 쇼(The 8 show)' 보다  더 많은 수가 시청했기 때문에 효율 면에서는 나쁘지 않은 결과를 얻었다. (피지컬100 시즌 2는 최고 610만 명이 시청했고 '더 에이트 쇼'는 480만 명이 시청)

스트리밍 플랫폼의 텐트폴 콘텐츠는 로컬 시장 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구독자를 끌어 모으며 두 시장을 모두 공략하는 성과를 나타내는 특징을 보인다.  

피지컬100은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 뿐만 아니라 북미, 남미, 오세아니아 등 전 대륙에서 골고루 인기를 얻으며 넷플릭스 시장 확대에 기여했고, 흑백요리사는 출시 후 한국 넷플릭스 1위는 물론, 홍콩과 대만, 싱가포르, 인도네시아에서 1위를 기록하면서 비영어권 TV 쇼 부문에서 글로벌 톱 10에 진입하여 한국 시장은 물론 해외 시장 공략에 성공했다.  

흑백요리사 글로벌 시청 현황(출처 = FlixPatrol.com)

이러한 텐트폴 예능은 넷플릭스 뿐만 아니라 방송사 예능에서도 나타났다.

(출처 = 각 방송사 홈페이지)

국내 대표적인 예능 채널인 tvN에서는 '유 퀴즈 온 더 블럭', '놀라운 토요일' 등 많은 예능 프로그램 중에서도 가장 큰 스케일의 텐트폴 콘텐츠는 단연  나영석PD가 배우 이서진, 정유미, 박서준, 최우식, 고민시 등 대배우들을 대거 이끌고 아이슬란드에서 한식당을 차리는 '서진이네2'를 꼽을 수 있다. '서지이네 2'는 배우들의 출연, 해외 로케, 현지 레스토랑 임대 및 인테리어 등 높은 제작비를 투자하며 대형 스케일 예능을 만들어 냈다. 연애남매, 톡파원25, 아는형님, 뭉쳐야 찬다 등 많은 예능 콘텐츠를 제작하는 JTBC는 표준 제작비를 훨씬 상회하는, 회당 제작비 2억 원이 넘는 '최강야구'를 텐트폴 예능으로 제작하고 있다. 보통 한 경기를 두 회에 나눠서 방영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한 경기 당 4~5억 원의 제작비가 소요되는 셈이다.  

물론 텐트폴 예능 콘텐츠가 단순히 높은 제작비를 투입되는 콘텐츠를 의미하는 것 만은 아니다. 전체적인 채널 이미지를 끌어 올리고, 시청자 층을 넓혀 다른 콘텐츠를 함께 견인하고, 광고와 협찬, IP 판매 등 수익 측면에서도 기여하는 콘텐츠를 텐트폴 콘텐츠라 할 수 있다.    

마무리: 선택과 집중, 그리고 확장

2024년 국내외 방송·미디어 산업에서 텐트폴 예능 콘텐츠는 콘텐츠 제작과 소비 방식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은 대형 예능 프로그램 제작을 통해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 시장에서도 강력한 성과를 거두었고, 이를 통해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새로운 기준을 세우고 있다.

영화로부터 시작된 텐트폴 전략은 드라마와 예능으로 확대되었고, 앞으로는 다큐멘터리, 리얼리티 쇼, 스포츠 등 다양한 장르로 확장될 것이다. 이를 통해 콘텐츠 제작자들은 치열해진 글로벌 미디어 환경에서 지속 가능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새로운 경쟁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K-드라마로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 온 것처럼. 텐트폴 예능 콘텐츠로 글로벌 시장을 조금씩 확장해 나갈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