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O ‘라스트 오브 어스’의 성공. 게임과 스트리밍의 ‘윈윈’
.소니의 인기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을 드라마로 만든 HBO 시리즈 ‘라스트 오브 어스(The Last of US)’가 방영 시작부터 심상치 않다. 미국에서 2023년 1월 15일 처음 공개됐는데 HBO의 최근 13년 간 공개 작품의 첫 방송 중 2위를 기록했다. 가장 시청률이 높았던 작품은 당연히 ‘하우스 오브 드래곤(House of Daragon)’이었다.
시청률 조사 기관 닐슨(Nielsen)과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Warner Bros. Discovery)에 따르면 ‘라스트 오브 어스’의 첫 번째 에피소드(2023년 1월 15일 방송)는 미국에서 470만 명의 시청자를 모았다. 이 숫자는 HBO 실시간 채널과 HBO MAX 스트리밍 시청자를 포함한 수치다. 2013년 출시된 비디오 게임 ‘라스트 오브 어스는’의 HBO 드라마화는 할리우드의 게임 원전 콘텐츠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의미에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특히, 소니 엔터테인먼트에게 이 드라마는 흥행에 대한 의미 이상이다.
‘라스트 오브 어스’는 소니 픽처스 텔레비전과 게임 제작사 너티 독(Negaty Dog)이 공동 제작을 맡았다. 너티 독의 대표 닐 드럭만(Neil Druckmann)과 드라마‘체르노빌’ 제작자이자 각본가 크레이그 마진(Craig Mazin)이 제작자 및 감독을 역할을 했다. 원인 모를 바이러스에 감염된 지구에서 미래 희망인 10대 소녀를 안전한 지대로 옮기는 역할을 맡은 남자를 그린 작품이다.
‘라스트 오브 어스’에 앞서 공개된 ‘왕좌의 게임’ 프리퀄 ‘하우스 오브 드래곤(House of Dragon)’은 지난 2022년 8월에 방송돼 첫 에피소드에서 1,000만 명에 가까운 시청자를 확보한 바 있다. 이전 2011년이 초방이 ‘Game of Throne’은 첫 회 시청률은 420만 명이었다. HBO는 “전통적으로 HBO시리즈의 일요일 저녁 시청률은 매회 평균 오디언스의 20~40% 정도를 차지한다”며 “앞으로 시청자 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사실 ‘라스트 오브 어스’의 인기는 정확히 기획된 것이다. 이 콘텐츠는 팬데믹 이후 확산된 두 개의 장르 흐름을 반영하고 있다. 게임을 원전으로 하는 드라마, 영화라는 점과 세기말 종말론을 반영한 하위 장르의 인기가 그것이다. 팬데믹 영향이 서서히 걷히면서 세기말적 콘텐츠의 인기는 다소 감소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게임을 등에 엎은 ‘라스트 오브 어스’에 대한 주목도는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
[게임 원작 드라마의 선전: 역대 2위 첫 에피소드]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이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 진 사례는 ‘라이트 오브 어스’가 처음은 아니다. 소니 게임 개발 회사인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ony Interactive Entertainment)는 아예 자회사로 플레이스테이션 프로덕션(PlayStation Productions)을 두고 있다.
이 회사는 SIE가 가진 게임이나 ‘너티 독(Naughty Dog)와 같은 1차 거래 스튜디오가 보유한 게임의 IP를 원전으로 한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설립됐다.
2022년 플레이스테이션 프로덕션은 톰 홀랜드 주연의 ‘언차티드(Uncharted)’를 만들어 글로벌 박스 오피스에서 4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이 영화는 비디오 게임 IP를 기반으로 한 영화 역사상 역대 5번째로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다. ‘언차티드’ 역시 너티 독이 IP를 보유하고 있다.
게임 원작 콘텐츠의 계속된 흥행으로 비디오 게임들도 영상화 움직임을 빨라지고 있다. ‘Horizon’. ‘God of War’, ‘Twisted Metal’ 등은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이나 소니 픽처스 스튜디오에서 영상화를 추진하고 있다.
[게임 원작 드라마의 생태계-윈윈 전략]
게임 원작 콘텐츠와 원전 게임은 긍정의 시너지를 만들 수 있다. 게임 원전 드라마나 영화가 공개될 경우 게임 이용자가 더 늘어날 수 있고 차기 게임이 나올 경우 드라마 시청자도 넓어질 수 있다. 특히, SIE의 경우 게임 내 아이템 구매로 더 큰 수익을 남길 수도 있다. 차기 게임들이 플레이스테이션 전용으로 출시될 경우 콘솔 디바이스 매출 상승도 기대할 수 있다. HBO의 ‘라스트 오브 어스’의 경우 드라마가 좋은 출발을 한 만큼 이런 시너지 생태계를 예상할 수 있다.
실제, 소니는 비디오 게임의 영상화와 함께 새로운 게임도 준비하고 있다. HBO 시리즈 ‘라이트 오브 어스’가 마무리된 2023년 9월, 새로운 게임 ‘라스트 오브 어스’가 공개될 예정이다. 이 게임은 처음으로 플레이 스테이션5에서 PC버전 리메이크 돼 나온다.
오리지널 게임과 2014년 리마스터(remaster), 2020년 ‘라스트 오브 어스’2, 2022년 리메이크 버전 등은 플레이스테이션 콘솔 전용 게임이었지만 총 3,700만 카피 이상이 판매됐다.
SIE는 2018년 ‘마블의 스파이더맨’, 2020년 ‘마일스 모랄레스(Miles Morales)’도 콘텐츠 흥행 이후 PC버전으로 다시 출시된 바 있다.
‘라스트 오브 어스’는 회를 거듭할 수록 더 많은 시청자들을 끌어올 가능성이 높다. 2023년 말 공개할 ‘라스트 오브 어스’ 게임은 소니가 2025년까지 공개 예정인 12개의 라이브 프랜차이즈 시리즈 중 하나가 된다. 너티독은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게임 유통 사업자에게 라이브 서비스 게임의 매력은 인 게임 결제(in-game spending)다. 이는 모바일 게임이 전체 게임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반복적인 게임 내 지출은 일회성의 게임 구매 비용에 비해 ‘장기적으로’ 더 많은 수익을 안겨준다.
소니의 게임&네트워크 사업부문도 게임 내 판매(in-game sales)가 전체 SW판매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물론 매출은 그랜드 테프트 오토 온라인(Grand Theft Auto Online); 또는 ‘콜 오브 듀티: 워존(Call of Duty: Warzone)’과 같은 인기 있는 타사 타이틀에서 주로 발생했다.
스트리밍 시대 비디오 게임을 드라마나 영화 원전으로 쓰는 케이스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 구독 미디어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포맷으로 콘텐츠를 바꾸는 IP를 보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라스트 오브 어스’와 함께 ‘아케인(Arcane)’, ‘사이버펑크: 엣지러너(Cyberpunk: Edgerunners)’,’헤일로(Halo)’ 등 게임 원작 애니메이션과 영화는 SF팬과 함께 충성스러운 게이머들을 TV로 끌어올 수 있다는 점이 증명되고 있다.
[팬데믹이 만든 세기 종말적 콘텐츠 인기]
특히, ‘라스트 오브 어스’의 주연인 페드로 파스칼(Pedro Pascal)은 디즈니+의 ‘만달로리언’의 대성공 이후 첫 번째 주연작이라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살인 바이러스가 퍼진 이후 세기말 미국을 그린다.
또 치명적인 살인 곰팡이에 의해 파괴된 종말론 이후 미국을 그린 이 작품은 ‘종말론이라는 하위 장르를 좋아하는’ 마니아들에게도 안성 맞춤인 TV시리즈다. 원인 모를 바이러스에 감염된 인간들은 좀비가 되며 다른 사람들을 (물면서) 감염시킨다.(이 좀비 역시, 머리에 총을 쏘면 죽는다.)
2022년 1월 기준 ‘종말론 시리즈’ 인기 지수(패럿)
이른바 ‘종말론적 하위 장르(The apocalyptic subgenre)’는 팬데믹 이후 급속히 확산됐다. 종말론을 담은 콘텐츠의 수요는(Demand for apocalyptic content) 팬데믹 확산된 2020년 증가하다 2021년 피크를 기록했다. 지구의 종말을 다룬 다양한 버전의 콘텐츠도 이 시기에 집중됐다.
HBO MAX는 2020년 ‘ Raised by Wolves’을 공개했고 ‘설국열차(Snowpiercer)’ 등도 나왔다. ‘The Stand’도 종말론 프로그램 랭킹 중 2022년 기준 글로벌 10위 안에 들었다.
패럿 애널리스틱스가 2022년 종말론적 콘텐츠의 글로벌 수요를 조사한 결과, 여전히 ‘워킹데드(The Walking Dead)’가 1위였다. 워킹데드는 종말론 시리즈의 평균 수요보다 59.18배 수요가 높았다. 워킹데드는 오리지널 콘텐츠 뿐만 아니라, 스핀오프 시리즈도 많은 시청자가 모였다.
그러나 ‘Sweet Tooth and Y: The Last Man did not hold up as well’와 같은 2021년에 소개된 드라마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이 오랜 기간 지속되면서 2021년과 2022년 급증했던 종말론 콘텐츠 수요가 감소한 것이 사실이다. 업데이트도 더디다. ‘워킹데드’는 시즌 11을 끝으로 시즌이 마무리됐고 ‘Raised by Wolves’도 시즌2의 방영이 취소됐다.
아울러 ‘The 100’과 ‘스탠드(The Stand)’, ‘스테이션 일레븐(Station Eleven)’ 등도 새로운 시즌이 준비되지 않고 있다.
[2023년에 종말론적 콘텐츠의 성공은?]
‘라스트 오브 어스’의 흥행 여부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크다. 세상이 어떻게 끝나는지에 대한 신선한 시각으로 장르의 팬들을 다시 끌어들일 수 있는 콘텐츠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단 초반 시작은 좋은 편이다. 수요 관점에서도 워킹데드와 스핀오프 작품들을 넘어서고 있다.
종말론적 콘텐츠가 게임 유저들을 불러들일 수 있다면 다른 문제다. 또 다른 ‘라스트 오브 어스’가 탄생할 수도 있다.
한국에서는 아직 ‘라스트 오브 어스’를 볼 수 없다. 그러나 한국도 2021년 이후 ‘킹덤: 아신전’ ‘지금 우리 학교는’, ‘지옥’ 등 바이러스로 인한 지구 종말을 다룬 드라마 시리즈가 많은 인기를 끌었다.
요즘도 ‘아일랜드’와 같은 세기말적 드라마가 방송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시효가 언제까지 일지는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