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과 오프라인은 하나다...SXSW이 남긴 교훈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하나가 된다. XR공연에서 실제감을 만나다.”

인기 걸그룹 에스파(asespa)의 멤버 닝닝이 10cm 앞으로 다가왔다. 나와 눈을 마주치며 대표곡 블랙맘바(Black Mamba)를 열창했다. 온몸이 짜릿하다. 콘서트장에 있는 나는 노래에 맞춰 리듬을 탄다. 안타깝지만 이는 실제 상황이 아니다. 에스파는 2023년 미국 공연을 하지 않았다. 에스파의 공연을 가상 공간에 재현한 VR 공연 플랫폼 기업 어메이지VR(AmazeVR)이 만든 가상현실(VR) 콘서트 영상을 체험한 소감이다.

지난  3월 10일 열린  SXSW2023.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의 혁신과 교류를 논의하는 이 자리에는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XR)은 행사의 주인공이었다. 증강현실이란 현실세계를 가상 공간에 재현한 가상현실을 뛰어넘어, 사람들의 경험의 가치를 극대화한 기술을 말한다. 쉽게 말해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기술로 볼 수 있다.

SXSW는 매년 테크놀로지와 엔터테인먼트의 접점에서 성장, 발전하는 서비스들을 조망해왔다. 소셜 미디어 서비스의 중요성도 가장 먼저 알렸고 스트리밍 서비스와 새로운 오리지널 콘텐츠도 SXSW를 통해 시장에 전달되는 경우도 많았다. 특히, SXSW는 200년대 초반부터 인터랙티브 콘텐츠의 진화에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 이에 VR, AR 기술을 적용한 콘텐츠를 대거 공개했다. 최근에는 현실 경험을 강화시켜주는 XR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SXSW는 가상, 혼합, 증강 현실과 관련한 전시장을 따로 만들고 콘텐츠의 몰입도를 높이는 기술들을 계속 소개하고 있다.

[SXSW2023. 기술이 만드는 새로운 세계]

어메이징VR과 같이 VR을 콘텐츠 제작에 활동하는 이들은 점점 늘고 있다. VR기업 중 상당수는 메타가 생산하고 있는 VR글래스 오큘러스를 가상 현실과 만나는 접점으로 삼고 있다.  2023 SXSW에서도 XR, VR 기업들은 ‘XR Experience’ 전시장에서 별도 부스를 차리며 자사 기술과 제품을 홍보했다. 이와 함께 SXSW는 ‘XR & Metaverse’라는 특별 세션도 마련해, 초현실 기술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 등을 분석 전달했다. 또 영화& TV 섹션에서는 XR과 VR을 이용한 콘텐츠 감상 기술도 대거 소개됐다.


최근 초현실 기술은  VR + AR + MR이 합쳐진 ‘초감각적’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오스틴 페어몬트 호텔 3층에 만들어진 ‘XR체험장’은 오전 11시 공식 오픈 전부터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11시 문이 열리자 참가개들은 체험을 위해 빠르게 줄을 섰다.

특히, 인기 섹션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VR푸드스낵 ‘폴리모프(PolyMorf)’는 ‘VR로 경험할 수 있는 맛’을 위해 참가자들이 50미터 이상 줄을 섰다. 폴로모프는 VR이 실제가 되기 위해 해결해야 하는 마지막 관문인 미각 정복에 도전한 스타트업이다. 가상 현실에서 맛을 느낄 수 있다면, VR과 리얼리티는 더욱 가까워질 전망이다.

K팝 걸그룹의 뮤직 비디오를 앞세운 어메이지VR은 SXSW를 방문한 이들에게 인기가 가장 높았던 체험이다. K걸그룹의 실제와 같은 모습을 VR에서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은 모든 SXSW 참가객들을 사로잡았다. 가장 호응이 높았던 기능은 ‘걸그룹들의 눈맞춤’이다. VR를 쓴 K팝 감상객들은 자신에게만 인사하는 듯한 가수들에게 순식간에 빠져들었다.

어메이지 VR는 뉴미디어 분석 언론 패스트컴퍼니(FASTCOMPANY)가 뽑은 10대 ‘혁신 라이브 이벤트 기업’으로 뽑혔다. 미국 엔터테인먼트 주류들이  어메이지 VR의 성장성을 인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팬데믹 시절 팬과 아티스트를 버추얼로 연결하면서 성장한 어메이지 VR은 가상 공간 기술이 발전하고 VR에 대한 거부감이 낮아진, 젊은 세대들이 대거 모여들었다.

팬데믹이 끝났지만, 어메이지VR은 라이브 콘서트의 강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2022년 봄, 어메이지VR은 래퍼 메건 더 스탤리언(Megan Thee Stallion)의 라이브 버추얼 콘서트를 미 전역 15개 AMC극장에 런칭했다. 2023년 어메이지VR은 SM엔터테인먼트 등 K팝 기획사들과 협업해 메타버스로의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어메이지VR 이승준 대표는 인터뷰에서 “팬데믹 이후 VR콘서트에 대한 수요와 확장성이 커지고 있다”며 “현재는 콘서트에 집중하고 있지만, 뮤지컬 등 다양한 라이브 이벤트의 VR화에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타버스는 생활이 되다.]

SXSW2023과 함께 열린 ‘크리에이티브 인더스트리(Creative Industry)’ 전시회에 참가한 독일 뮌헨 대학은 메타버스(Metaverse)의 주요 특징을 두가지로 정리해 발표했다. ‘소셜이 되고 있는 인터넷(The internet become more social)’과 ‘하나가 되고 있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험(Online&Offline become one)’ 등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통합은 VR기술의 최종 목적지다. XR체험존에서도 이런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만나는 ‘생활 곳곳에 침투한 가상 현실’을 위한 다양한 기술이 소개됐다.  누워서 즐기는 VR과 함께 VR을 통해 마틴 루터 킹의 실제 생활을 엿볼 수도 있었다. 또 만화나 게임 속 세상에 들어가는 느낌의 VR도 전시됐다. SXSW2023 XR 전시회는 ‘VR의 확장성’을 보여주는 좋은 기회였다.  오큘러스 VR헤드셋과 호라이즌과 같은 플랫폼을 제공하는 메타(Meta) 역시, 가상 공간에서 즐기는 콘서트 장면을 제공했다.

실제, 가상현실(VR)은 과거보다 훨씬 더 우리 생활에 더 밀착해있다.  체감 만족도를 높이는 VR기술 개발과 인간처럼 말하는 생성형AI가 게임에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2023년 2월 드라마 ‘오징어게임(The Squid Game)’ VR로 게임을 만들겠다고 밝힌 넷플릭스(Netflix)는 개인화된 스토리를 제공하기 위해 VR과 AR를 사용하겠다고 공개했다. 이 게임을 만드는 위치 기반 가상현실 스타트업 샌드박스VR(Sandbox VR)는 V‘몰입형 VR 오징어 게임’을 2023년 하반기 런칭하겠다고 밝혔다.

샌드박스VR에 따르면 오징어 게임 VR은 AI와 접목돼 오디언스들의 체험 깊이를 더해줄 것으로 보인다. 샌드박스 VR은 게이머들이 실제 플레이하는 리액션 장면을 실시간 캡쳐해 제공하고 AI를 이용, 자신들 만의 오징어 게임 스토리를 VR로 만들어줄 계획이다.

그러나 가상 현실 기술이 보다 대중화되기 위해선 이 세계에 진입을 도와주는 ‘VR헤드셋’의 존재가 매우 중요하다. VR이 확산되자 VR헤드셋 판매는 증가하고 있다. 팬데믹 시절 잠시 주춤했지만 202년 들어 판매량을 회복하고 있다. 소니는 500달러가 넘는 가격에 플레이스테이션 VR2를 출시했다. 특히, 애플의 참전은 가장 주목할만한 장면이다. 애플은 2023년  VR이나 스마트 글래스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2023년 3월 현재 글로벌 VR헤드셋 시장 1위는 메타 플랫폼이다. 2014년 20억 달러에 오큘러스를 인수한 이후 줄곧 1위를 달리고 있다. 메타플랫폼은 다양한 VR기기를 내놓고 있다. 500달러 보급형부터  퀘스트 프로를 1,500달러에 가까운 가격을 내놓는 등 고급 헤드셋 시장도 노리고 있다.

특히, 애플이 이르면 2023년 봄 내놓을 멀티 리얼리티 헤드셋 ‘리얼리티 프로(Reality Pro)’는 메타의 직접적인 경쟁 상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애플의 VR헤드셋이 나오면 ‘VR시장’ 더욱 대중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특히, 지금 게임 등이 집중되어 있는 VR 시장이 학교 교육이나 사무 자동화 등으로 넓어질 수 있다.  또 아이폰과 애플의 리얼리티 프로가 연동될 가능성이 높아, 애플 VR기기로 인해 VR기기의 대중화 시대가 더 빨리 열릴 수도 있다.

VR/AR 헤드셋 시장 점유율(버라이어티, 2022년)

가격도 애플의 다른 기기들처럼 월 할부가 가능해질 경우, VR 대중화시기는 더 빨라질 수 있다.  애플 CEO 팀쿡은 2023년 1월, 2022년 말 기준, 글로벌 시장에 16억 5,000만 대의 애플 기기가 유통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메타의 성적 부진이 가장 큰 걸림돌]

VR기기 확산 걸림돌은  메타의 실적 부진이다. 메타의 VR헤드셋 시장 점유율은 80%가 넘는(출하량 기준) 압도적 1위다. 하지만, 메타의 메타버스, VR사업부 리얼리티 랩스(Reality Labs division) 부문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메타의 리얼리티 랩스 부문 2022년 영업 손실은 137억 달러에 달했다. 2022년 매출도 21억 6,000만 달러, 2021년 22억 7,000만 달러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메타는 2023년 3월 13일, 1만 명, 전체 인력의 13%를 감원하고 신규 채용도 5,000명 줄인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고용 인원의 감소로 인사팀 규모도 창사 이후 처음으로 줄일 방침이다. 이에 앞서 메타는 2022년 11월 1만1,000명을 정리해고 했다. 또 회사 구조를 보다 더 가볍게 가기 위해 NFT 등 수익성이 낮은 비즈니스는 정리하기로 했다.

메타는 2023년 4월 말 테크 부문 회사 조직 개편과 추가 구조조정, 5월 말에는 비즈니스 부문의 개편을 진행하기로 했다. 저커버그는 블로그에서 “이런 변화와 구조조정이 2023년 말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메타는 각 그룹의 자금 지출도 동결할 계획이다.

메타는 2022년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이익의 70% 이상이 전년보다 낮아졌는데, 이는 S&P500기업 중 가장 큰 폭의 하락이었다. 특히, 메타는 3분기 연속 매출이 줄어들면서 투자자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저커버는 2023년 2월 이미 회사 구조조정 의지를 내비쳤다. 당시 그는 회사 블로그에 2023년은 ‘효율성의 해(Year of Efficiency)’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난해 회사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직원들을 해고하는 어려운 결정을 했다”며 “효율성을 위한 노력은 끝이 아니다. 의사 결정 구조를 단순화하고 빠르게 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커버그는  사무실 출근을 권장하고 엔지니어 직군을 우대하는 등 회사 문화와 정책 변경도 테스트하고 있다. 저커버그는 “효율성의 해와 관련, 다른 직원에 비해 엔지니어를 더 많이 뽑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