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한국 콘텐츠의 날…미래가 우리에게 있다는 확신, '오징어게임' 에미상 6개 부문 수상

그야 말로 한국의 날이었다. 9월 12일(미국 시간)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한국의 저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날이 됐다. 미국 캘리포니아 LA에서 개최된 제74회 에미상(Emmy) 시상식에서 ‘오징어게임(The Squid Game)’이 남우 주연상, 최고 감독상 등 주요 부문 수상을 휩쓴 것이다. 당초  최고 드라마 상도 받을 것이 유력했지만 그 영광은 ‘석세션(Succession)’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오징어게임’ 콘텐츠 다양성이 왜 중요한지, 세계 관중들이 왜 한국 콘텐츠에 열광하는 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에미상을 휩쓴 ‘오징어게임’의 황동혁 감독과 배우 이정재

[이정재, 아시아 배우 최초 에미를 품다]

이정재가 아시아 배우로는 처음으로 에미상(Emmy award) 드라마 부문 남우 주연상(Best Actor in a Drama)를 수상했다. 이정재도 수상은 첫 번째 경험이다. 이정재는 영어로 발표한 수상 소감에서 “주최 측(Television Academy)과 넷플릭스, 그리고 이 작품을 연출해준 황동혁 감독님께 감사드린다”며 “황동혁 감독은 우리의 치열한 현실을 뛰어난 각본을 통해 영상화했다. 한국에서 보고 있는 팬들에게도 이 영광을 돌린다”고 강조했다. 이정재는 이번 남우 주연상 수상으로 다양한 기록을 세우게 됐다. 아시아인으로서는 에미상 연기 부문 카테고리에서 4번째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또 비영어 콘텐츠 출연 배우가 남우 주연상을 받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정재의 제 74회 남우주연상 수상은 치열한 경쟁의 결과여서 더 의미가 있다. ‘베터 콜 사울(Better Call Saul)’의 밥 오덴커크(Bob Odenkirk), ‘오자크(Ozark)’의 제이슨 베이트먼(Jason Bateman), ‘석세션(Succession)’의 브라이언 콕스(Brian Cox)와 제레미 스트롱(Jeremy Strong)이 강력한 수상 후보작이었다.

오징어게임의 글로벌 인기(PA)

[황동혁 감독, 에미를 다양화하다. ]

“‘오징어게임’은 에미의 밤에서만 빛난 것이 아니다. 그들은 이미 성취했다.(Squid Game” didn’t just have a big night at the Emmys. It had a historic one)”

LA타임스는 ‘오징어게임’의 에미상 주요 부문 수상을 언급한 기사를 이렇게 시작했다. ‘오징어게임’은 이미 할리우드를 넘어 글로벌 콘텐츠 시장을 빛낸 ‘세계적 현상’이 됐다는 이야기다. 실제 오징어 게임은 에미상에서 앞서 배우조합(Screen Actors Guild)과 비평가 초이스 어워드(Critics’ Choice Awards)에서도 상을 받았다. 그리고 9월 12일에는 아시아 콘텐츠 중 처음으로 프라임 타임 에미의 주요 무대를 휩쓸었다.

에미상 2관왕을 차지한 ‘오징어게임’(화면 캡처)

거액의 상금을 걸고 죽음의 경기를 펼치는 내용을 담은 ‘오징어게임’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 세계의 생존 경쟁을 뒤틀어 드라마로 잘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징어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에미상 시상식에서 아시아 감독 최초로 ‘드라마 부문 최고 감독상(Emmy for drama series directing)을 수상했다. 황감독 역시, 최고 감독상을 고국으로 가져간 첫 번째 한국인이자 아시아인이 됐다. 황 감독은 감독상을 받으며 “영어 통역을 쓸 시간이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비영어 콘텐츠가 에미상을 받을 수 있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오징어 게임’은 2022년  총 14개 부문에서 에미상 후보작에 올랐다.이 중  남우 주연상과 감독상에 앞서 혁신적인 부문에 수여하는  ‘올해의 크리에이티브 아츠(Creative Arts ceremony)’상도 받았다. 여배우 이유미는 이 카테고리에서 드라마 시리즈 부문 여우 단연상(gold statue for Outstanding Guest Actress In A Drama Series)을 수상했다. 또 특수효과, 스턴트 연기, 프로덕션 디자인 등에서도 수상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오징어게임’은 흥행에서도 큰 기록을 남겼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2021년 9월 17일에 공개된 ‘오징어게임’은 공개 첫 28일 만에 16억 5,000만 시간 시청됐으며 이는 18만 2,000년을 연속으로 상연한 것과 같은 수치다.

‘오징어게임’에 대한 오디언스의 열광은 엄청났다. 오징어는 순간에서 현상으로 그리고 문화가 됐다. 글로벌 세계 각국에서 ‘오징어게임’을 패러디한 게임들이 넘쳐났고 등장 인물들이 착용하고 나온 체육복과 가면 등도 불티나게 팔렸다. 글로벌 콘텐츠 수요를 측정하는 패럿애널리스틱스(PA)에 따르면 ‘오징어게임’의 평균 수요는 전체 평균의 29.69배였다.

2022년 2분기 기준 주요 스트리밍 서비스 구독자(버라이어티)


때문에 ‘오징어게임’의 선전은 넷플릭스에게도 큰 의미가 있다. 2분기 연속 가입자가 감소하면서 2022년 2분기 말 기준, 디즈니에게스트리밍 서비스 구독자 1위자리(합산)를 넘겨준 상황에서 자존심을 지켜준 유일한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2억 2,07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넷플릭스는 2023년 ‘오징어게임’ 시즌2로 다시 한번의 홈런을 노린다.

[2022년도 에미는 스트리밍의 싸움]

NBC를 통해  미 전역에 생중계된 ‘프라임타임 에미상’ 시상식은 3시간 내내 다양한 화제를 만들어 냈다. 특히, 2022년도 에미는 스트리밍 서비스들의 싸움이었다.

HBO와 스트리밍 서비스 HBO는 74회 에미상 140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고 넷플릭스(Netflix)는 105개 부문 후보작에 지정됐다. 이 중 최고 드라마 작품상을 수상한 ‘석세션’은 25개 부문에 후보작을 냈고 2년 연속 최고 코미디 작품상(best comedy series)을 받은 애플 TV+의 ‘테드 라소(Ted Lasso)’는 20부문 후보작에 지정됐다.

최종 2022년 에미 수상작에서는 HBO와 HBO MAX가 넷플릭스를 압도했다. 1년 전의 패배를 되갚아 준것이다. HBO는 총 12개의 프라임 타임 에미상을 가지고 갔으며 ‘크리에이티브 아츠’ 부문을 포함하면 38개 상을 수상했다. HBO는 단편 시리즈에서 10개의 에미 트로피를 수상하며 넷플릭스를 압도했다. ‘화이트 로터스(The White Lotus)’의 선전 덕이다. ‘화이트 로터스’는 최고 단편 시리즈 상도 받았다. 이 드라마는 한국에서도 웨이브 등을 통해 볼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GLq7_MonZ4

이에 반해 넷플릭스는 프라임 타임 에미상 수상은 3개에 그쳤다. 역시 ‘크레이티브 아츠’를 포함하면 총 26개의 에미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021년의 경우 넷플릭스는 총 44개 부문(프라임타임 26개)에서 에미상을 받았고 HBO(MAX)는 19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당시 넷플릭스는 ‘크라운’과 ‘퀸즈 갬빗(Queen’s Gambit) 등의 선전에 덕을 봤다.

플랫폼 별 에미상 수상 개수(버라이어티)

에미상에서 넷플릭스를 압도한 HBO와 HBO MAX는 모회사인 디스커버리와 워너미디어의 합병 이후 이어진 우울한 소식(감원, 콘텐츠 제작 취소, CNN+폐쇄)에서 벗어나 반등을 노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글로벌 시장에서 9,210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HBO MAX는 올해 영국과 아시아 지역 확장으로 더 큰 수익을 노린다. HBO는 합병 시 발생된 30억 달러의 부채도 상환해야 한다. 개별 수상의 경우 HBO MAX의 ‘화이트 로터스(The White Lotus)’는 최고 미니 시리즈(limited series)을 받았다. 드라마 시리즈 최고 여우 주연상(lead actress in a drama series)도 기록을 남겼다. Z세대 드라마 ‘유포리아(Euphoria)’ 시즌2의 주연 젠다야(Zendaya)는 흑인 여배우로서는 처음으로 주연상을 받았다. 또 에미 역사상 가장 어린 에미 2관왕으로도 이름을 올렸다.

흑인 여배우  쉐릴 리 랄프(Sheryl Lee Ralph)가 열연한 ‘에버트 엘리멘트리(Abbott Elementary)’은 그녀에게 역대 두번째의 코미디 부문 여우 조연상(supporting actress in a comedy)을 가져다줬다.  코미디 부문 여우 주연상(outstanding actress in a comedy series)은 HBO MAX의 ‘헥스(Hacks)’에서 열연한 진 스마트(Jean Smart)가 받았다. ‘헥스’는 3개 부문에서 에미(Emmy)를 수상했다. 또 희대의 사기 벤처 ‘테라노스(Theranos)’의 실화를 담은 훌루의 TV드라마 ‘드롭아웃(The Dropout)’에 출연한 아만다 사이프리드(Amanda Seyfried)는 최고 단편 여우 주연상(lead actress in a limited series)을 가지고 갔다.

콘텐츠별 에미상 수상 개수(버라이어티)

‘오징어 게임’은 총 6개의 에미상을 가지고 갔다. (2개 프라임 타임). 또 시즌4가 마무리된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는 5개의 에미상을 받았다. 애니메이션 ‘아케인(Arcane)’은 5개, 넷플릭스의 시리즈 ‘Love on the Spectrum’은 3개의 에미 수상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