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 네버 - 알파 세대 .. 어린이 콘텐츠의 부족 사태가 불러올 한국 미디어의 미래
알파 세대(Gen Alpha)는 TV에서 멀어지지 않는다. 단지 TV를 모를 뿐이다.
알파 세대는 한 번도 유료 방송에 가입하지 않은 코드 네버(Cord-Never) 세대이다.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 태블릿, 인공지능(AI) 기술 등 디지털 기기를 접한 첫 세대가 알파 세대다. 그래서 유튜브, 틱톡, 스트리밍 플랫폼 등에서 소비하는 짧은 숏 폼 콘텐츠나 시각적인 콘텐츠에 익숙하고 인터넷과 기술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활용 능력을 가진다.
Z세대(1995~2010년 출생)가 디지털 기술의 발전 속도를 경험하며 적응한 세대라면, 알파 세대는 디지털 기술이 이미 삶의 일부인, 디지털을 직관적으로 활용하는 세대이다.
미국 프리사이스(Precise) TV와 지레프 인사이트(Giraffe Insight)의 연구에 따르면, 어린이의 85%는 유튜브를 통해 콘텐츠를 시청하고, 70%는 유튜브를 통해 광고를 본다. TV에서 광고를 봤다는 어린이는 35%에 불과했다. 재밌는 것은 어린이의 34%는 유튜브 광고를 보고 그것을 부모님께 사달라고 졸랐다고 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아니, 더 심할 수 도 있다. 과거 지상파 방송이나 만화 채널 투니버스, 어린이 채널 ‘재능TV’ 등을 통해 콘텐츠를 시청했던 아이들이 이제는 ONLY Youtube 세대가 되어가고 있다. 어린이 채널은 가구 기준 시청률 0.1%도 아닌 0.01% 수준이다. 어떤 콘텐츠는 0%의 시청률이 나오기도 한다.
공전의 히트를 치고 있는 ‘티니핑 시리즈’도 케이블TV 보다는 유튜브에서 더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티니핑TV(Teenieping TV)의 구독자는 128만이다.(2024.11.25 기준)
놀라운 것은 한 달 전에 공개한 콘텐츠는 구독자 보다 두 배 많은 250만 뷰를 넘었다. 1년 전 콘텐츠는 1100만 뷰를 넘었고 가장 많이 본 에피소드는 3,200만 뷰(2021.11.25)를 넘었다. 어린이 콘테츠 특성 상 구독자 보다 훨씬 많은 시청을 보이고 있다.
유튜브와 스트리밍의 부상
전 세계적으로 어린이들은 선형(Linear) TV 대신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다. Nielsen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에서 2세에서 17세 사이의 어린이들이 유튜브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약 30%에 달한다. 안타까운 것은 2016년 이후로 주요 아동 TV 네트워크들의 시청률은 최대 90%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트렌드는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활용한 짧은 동영상 소비는 이미 일상화 되었고, 부모들 또한 자녀들의 콘텐츠 소비를 위해 유튜브 키즈와 같은 플랫폼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어린이 콘텐츠 제작 환경과 사업 모델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선형(Linear) TV 중심의 수익 구조는 붕괴되고 있고, 스트리밍 플랫폼과 크리에이터 주도의 콘텐츠가 어린이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이는 콘텐츠 수익화와 안전 문제를 동시에 야기한다.
미국에서 2019년, COPPA(어린이 온라인 개인정보 보호법) 규제로 인해 유튜브와 구글은 약 1억 7천만 달러(약 2조3,700억 원)의 벌금을 부과 받았다. 그 이후, 유튜브는 어린이 콘텐츠로 지정된 영상에서는 타겟 광고를 금지하고 댓글, 채널 구독 알림, 맞춤 광고 등 데이터 기반의 기능을 제한했다. 그 결과 어린이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은 기존 광고 수익이 감소했고, 타겟 광고가 불가능해 광고 단가(광고 CPM)도 낮아졌다.
그러나 크리에이터나 채널 운영자들은 구독 서비스나 콘텐츠 판매, 캐릭터 기반 상품(장난감, 의류 등)을 통해 수익을 충당하며 새로운 BM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미 전세는 역전됐다.
이제 디즈니, 니켈오디온 같은 네트워크 채널들은 방송이 아닌 유튜브를 핵심 마케팅 플랫폼으로 활용한다.
미국의 어린이 유튜브 채널 '미세스 레이첼(Ms Rachel) - 유아 학습 동영상(Toddler Learning Videos)'은 1250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한 대표적인 알파 세대 채널이다. 이 채널에 가장 높은 조회수를 보인 콘텐츠는 10억 9,400만 뷰를 넘는다. 포브스(Forbes) 추산, 미세스 레이첼의 2024년 크리에이터 수익은 1,190만 달러로 약 167억 원에 달한다.
콘텐츠의 부족과 전략적 다양화 필요
어린이 콘텐츠의 주요 과제는 부족한 콘텐츠 공급과 변화하는 소비 패턴에 대한 적응이다.
부모 뿐만 아니라 어린이들도 단순한 시청을 위한 콘텐츠에서 상호작용적이고 학습 지향적인 콘텐츠를 원하고 있다. PBS Kids는 유튜브에서 짧은 교육 콘텐츠를 실험하며 성공적인 반응을 얻었고, 디즈니는 'Bluey'와 같은 콘텐츠로 반복 시청 성향이 강한 어린이들을 사로잡고 있다.
문제는 한국이다. 특히 한국의 레거시 방송은 심각하다.
각 채널을 대표하는 어린이 콘텐츠가 KBS 'TV유치원', MBC의 "뽀뽀뽀 좋아좋아'를 제외하면 전무하다. 코드 네버 세대를 방송 앞으로 앉힐 콘텐츠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레거시 방송을 떠나가는 MZ 세대, 레거시 방송을 모르는 알파 세대만 확대될 수 있다.
기존 세대들과 다른 가치관, 다른 방식의 소비 행태를 보이는 MZ를 잡기 위해 기업들은 부단히 노력한다. 현재 가장 영향력 있는 소비 계층일 뿐만 아니라 미래의 소비 트렌드를 제시하기 때문이다.
곧 알파 세대가 소비를 주도하는 시장이 다가온다. 비단 소비재 뿐만 아니라 미디어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영어권 국가에서 MZ 세대들은 영어가 아닌 비영어 콘텐츠를 적극 수용하고 있다. 그러면서 한국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위상을 떨치고 있다. 곧 한국도 같은 상황이 연출될 것이다. 그리고 AI 등 엔터테인먼트 기술의 발전은 그동안 한국 시장에서 한국 기업과 한국 콘텐츠가 누려왔던 '언어적 이점'을 빠르게 줄여나갈 것이다.
이제 미디어 시장은 더 이상 지역(LOCAL)에서 머무르지 않는다.
어린이 콘텐츠 시장도 마찬가지다. 지금의 알파 세대가 한국 콘텐츠를 경험하지 않는다면, 그들이 소비의 주도 세력이 될 때도 마찬가지다. 방송은 물론, 스트리밍 서비스에서도 10대들이 적극 이용하는 콘텐츠가 없다는 것은 앞으로 미디어의 미래가 그만큼 어둡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 기업들이 어린이 콘텐츠를 외면하면 그들이 성장해서 한국 콘텐츠를 시청할 거란 기대도 접어야 한다. 유뷰브에 빼앗긴 알파 세대를 불러 모아야 하는 이유이다.
정부도 불필요한 규제는 과감히 거둬야 한다. 과거 아날로그 방송 시대에 머물러 있는 '애니메이션 편성 의무' 같은 보여주기식 규제로는 어린이 콘텐츠 제작이 활성화 되지 않는다.
창작자를 육성하면서 창작 생태계를 조성하고, 플랫폼과 유통망 확대를 포함, 다각적인 생태계 육성 방향으로 정책 방향을 바꿔야 한다.
기업의 자발적 어린이 콘텐츠 제작과 정부의 규제 철폐, 육성 정책의 조화로 우리의 미래 세대를 든든한 미디어 산업의 버팀목으로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