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이어지는 <폭싹 속았수다>의 여운, 인간 서사로 입증한 K-콘텐츠의 확장 가능성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가 지난 3월 4째주 금요일을 끝으로 한달간의 여정을 마무리하였다. 이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작품의 여운은 여전히 한국은 물론 전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폭싹 속았수다>는  전편 동시 공개라는 넷플릭스의 고유 법칙에서 벗어나, 매주 4편씩 계절별 에피소드를 순차적으로 공개하는 방식을 채택해 눈길을 끌었다.

2025년 3월 첫째 주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주제로 한 에피소드 4편씩 총 4주에 걸쳐 업로드, 3월 넷째 주 금요일에 최종회가 공개되며 총 16개 에피소드가 약 한 달간 방영되었다.

이는 10개 에피소드로 구성된 <멜로무비>(2025년 2월 공개), 8개 에피소드로 구성된 <중증외상센터>(2025년 1월 공개) 등 기존 넷플릭스 시리즈들과 비교해도 상대적으로 긴 구성으로, 시청자에게 보다 긴 호흡의 몰입 경험을 제공했다.

<폭싹 속았수다> 공식 포스터
출처: 넷플릭스

그 결과, <폭싹 속았수다>는 3월 한 달간 넷플릭스 글로벌 TV 쇼 부문에서 볼리비아와 홍콩 등에서 1위, 방글라데시, 대만, 인도, 인도네시아 등에서 2위, 일본, 파키스탄, 베트남, 파라과이 등에서 3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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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넷플릭스 글로벌 TV 쇼 부문 Top 10 순위 중 국가별 <폭삭 속았수다> 순위

• 1위 : 볼리비아, 홍콩, 카타르, 싱가포르

• 2위: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쿠웨이트, 태국

• 3위: 일본, 파키스탄, 베트남, 멕시코, 파라과이, 몰디브

• 4위: 이집트, 칠레, 스리랑카

특히 인도네시아에서는 3월 8일부터 26일까지, 그리고 3월 30일부터 4월 5일까지 총 26일간 넷플릭스 TV 쇼 부문 일간 순위 1위를 유지하며 높은 시청 인기를 증명했다. 베트남에서도 3월 19일부터 4월 5일까지 18일 연속 1위를 기록하는 등 3월 한 달간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꾸준한 화제성과 시청자 반응을 이끌어냈다.

3월 인도네시아 넷플릭스 TV 쇼 부문 1위 작품 (출처: 플릭스패트롤)

<폭싹 속았수다>의 여운은 전 세계에서도 계속된다

제목부터 ‘고생 하셨습니다’를 의미하는 제주도 사투리를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 <폭삭 속았수다>는 한국 제주도를 배경으로 196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의 50년간의 한국 시대상을 담아낸 휴먼 드라마다.

때문에 <킹덤>, <스위트 홈>, <더 글로리> 등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한국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와 상반된 한국 정서의 휴먼드라마가 넷플릭스에서 제작 및 공개되는 것에 있어, 과연 글로벌 시청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에 대한 의문도 있었다.

실제로 <폭싹 속았수다>의 연출을 맡은 김원석 감독은 제작발표회 당시 "우리 드라마는 한국 시청자들이 주로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기획했다. 고맙게도 넷플릭스에 편성됐는데 외국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고민했다" 밝혔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와 달리, <폭싹 속았수다>는 해외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마지막 회 공개를 기념해 한 대형마트에서 단체 시청 이벤트가 열렸고, 전 세계 각국의 시청자들은 SNS를 통해 감상 후기와 반응을 활발히 공유하고 있다.

특히, 드라마를 시청하며 눈물을 흘린 뒤 부은 눈을 인증하는 리액션 영상 등도 틱톡을 중심으로 전세계적으로 공유되고 있다.

@netflixbrasil

A praça de alimentação LOTADA pra chorar junto no último episódio de Se a Vida Te Der Tangerinas... Foi lindo, São Luís do Maranhão! @doramelizando 🍊 #seavidatedertangerinasseavidatedertangerinaserines #doramelizando #kdramas #dorameiras #saoluis #iu #parkbogum #Netflix #NetflixBrasil #tiktokmefezassist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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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틱톡, 넷플릭스 브라질

또한, 틱톡에서 ‘My Own Gwansik’이라는 키워드를 활용해 극 중 캐릭터 ‘관식’을 테마로 한 다양한 영상 콘텐츠가 확산되고 있다. 나만의 관식을 자랑하거나, 관식을 찾는 콘셉트의 구애 영상 등 팬들이 자발적으로 제작한 콘텐츠가 유행을 타고 있다.

제목에서부터 드러나는 초월 번역

<폭싹 속았수다>는 제목 번역부터 글로벌 시청자들을 겨냥한 문화적 해석과 언어적 창의성이 돋보인다. 영어 제목 'When Life Gives You Tangerines'는 미국 철학자 엘버트 허버드(Elbert Hubbard)의 유명한 문장 'When life gives you lemons, make lemonade'에서 착안했다. 이 문장은 ‘인생이 떫은 레몬 같은 고난을 주더라도, 그것을 달콤한 레모네이드로 바꿔내라’는 의미로, 역경을 긍정적으로 극복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원래 문장의 ‘레몬’은 ‘떫은 열매’를 상징하지만, 영어 제목은 이를 제주도의 대표 과일인 귤(tangerine)로 재치 있게 바꾸어, 작품의 지역성과 주제를 동시에 반영한 셈이다.

<폭삭 속았수다> 영문판 포스터 (출처: 넷플릭스)

이 같은 문화적 감수성과 언어적 유연성은 작품 속 대사 번역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극 중 '도정희 장학금'을 둘러싼 장면에서는, ‘도의적 장학금’이라는 표현이 보청기를 착용한 애순의 집주인 할아버지의 난청으로 인해 ‘도희정 장학금’으로 애순의 집에 잘못 전달된다. 이는 한국어 특유의 발음 유사성을 활용한 장면이기도 하며, 시청자로부터 하여금 '도희정'은 대체 누구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하였다.

넷플릭스는 해당 대사를 단순 음역이나 해설식 자막으로 처리하는 대신, ‘도의적(Moral)’과 ‘도희정(Mo-Ran)’의 의미를 결합해 'Moral Scholarship'을 'Mo-Ran Scholarship'으로 자연스럽게 번역했다.

이는 문화적 맥락과 유머를 살리면서도 영어권 정서에 맞게 재해석한 대표적인 ‘초월 번역’의 대표적인 사례라 볼 수 있다.


언어는 다르지만, 같은 인간이기에 함께 흘린 눈물

<폭싹 속았수다>는 언어의 장벽을 초월한 ‘초월 번역’과 더불어,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을 담은 서사로 전 세계 시청자와 정서적으로 교감할 수 있었던 드라마다. 즉, 언어는 달랐지만, 웃음과 눈물의 이유는 같았다.

한국의 지역성과 정서를 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과 ‘가족’이라는 보편적인 공감 코드를 중심에 둠으로써 특정 국가나 문화에 국한되지 않은 감정적 울림을 전했다. 결국, 한국적인 이야기로 시작됐지만 인간 보편의 삶을 그린 서사가 전 세계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는 데 성공한 셈이다.

실제로 유튜브 채널 ‘프렌치호떡’을 운영하는 한 프랑스인은 <폭싹 속았수다>를 두고 “인간에 대한 깊은 깨달음을 주는 드라마”라고 평가하며, “비록 문화와 역사는 다르지만, 작품 속 메시지가 인간에 대한 이야기였기에 누구나 공감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출처: 유튜브 채널 '프렌치 호떡(French Hotteok)'


넷플릭스 <폭싹 속았수다>는 단순한 지역 드라마를 넘어, 한국의 정서와 지역색, 그리고 보편적 감정이라는 보편성과 특수성의 경계를 넘나들며 글로벌 시청자들의 공감과 감동을 이끌어낸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라는 한 지역의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인간의 감정과 삶에 대한 보편적 메시지로 전 세계 시청자와 깊은 울림을 나누는 데 성공했다. 이는 콘텐츠가 반드시 보편적 언어와 포맷에 기대지 않더라도 세계와 소통할 수 있음을 입증한 사례로 평가된다.

<폭싹 속았수다>를 시작으로 향후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가 더욱 다양하고 실험적인 지역 이야기를 전 세계에 소개할 수 있는 기회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