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가 라디오 스타를 죽이다(EV killed The Radio Star)’


테슬라 등이 만드는 전기자동차의 확산에 영향을 받는 건 내연 기관 자동차 기업만은 아니다. 자동차에서 즐기던 라디오 등 콘텐츠 플랫폼도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장거리 운전이 많은 미국에서는 자동차에서 AM라디오를 듣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니 지금도 많다. 특히, AM라디오는 주로 미국 저널리즘의 근간인 지역 방송사들이 주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전기자동차는 라디오를 죽이고 있다. 모든 시스템이 전기를 중심으로 반도체와 IT로 무장한 전기차에는 AM라디오는 맞지 않는 액세사리다.


미국 의회가 AM라디오 살리기에 나섰다. 미국 공화와 민주 양당 의원들이 자동차에서 AM라디오를 없애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명분은 재난 상황 등 공공 이익을 위해서다.

미국 정부 기관도 AM라디오는  자연 재해나 기타 위급 상황에서 재난 방송을 송출하고 대비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필수라고 보고 있다. 미국 행정부는 “만약 운전자들이 라디오를 들을 수 없다면 위급 재산시 안전 경보를 들을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테슬라, 포드 등 자동차 제조사들은 전기자동차(EV)에서 AM라디오를 없애고 있다.

AM주파수와 전기 모터와의 간섭으로 미세한 노이즈와 희미한 신호음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전기차 제조사들은 소비자들은 디지털 스트리밍이나 스마트앱을 통해  AM라디오나 음성 콘텐츠를 들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에드 마키 미 상원의원이 20개 자동차 제조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 중 8개 기업이 AM라디오 수신 기능을 없애고 있다.

BMW, Ford, Mazda, Polestar, Rivian, Tesla, Volkswagen, Volvo 등이다.

이에 반해 다른 10개( Honda, Hyundai, Jaguar/Land Rover, Kia, Lucid, Mitsubishi, Nissan, Stellantis, Subaru,Toyota)는 여전히 AM라디오를 내장시키고 있다. GM은 벤츠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의회나 정부는 강경하다. 이 중 미 의회 상업, 과학, 운송 위원회(the Commerce, Science, and Transportation Committee) 위원인 상원의원 에드 마키(Ed Markey)는 공공 안전을 위해 무료 지상파 라디오 접근성이 꼭 보장되어야 한다는 주장하는 강경파 중 하나다.


7명의 전임 연방 비상 관리국(Federal Emergency Management Agency (FEMA) 행정관들은 2023년 2월 미국 교통부 장관인 피트 푸티지(Pete Buttigieg)와 몇 명 의회 상임위 멤버들에게 관련 내용을 담은 서한을 전달하기도 했다.


[미국 AM라디오, 미국 재난 커버망의 90%]


미국의 AM라디오 방송국은 4,185개 정도다. 상당수 라디오가 뉴스와 정치 토크, 날씨, 외국어 언어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다. FEMA에 따르면 2023년 3월 AM주파수를 운영하고 있는 미국 라디오 방송사 75개 이상(미국 인구의 90%를 커버)이 재난 상황시 시민들에게 대피와 위급 메시지를 전송할 수 있는 백업 장비와 발전기를 갖추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그러나 시민들의 뉴스와 정보를 얻는 소스가 지상파 방송이나 라디오에서 멀어지고 지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새로운 재난 소통 수단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AM 라디오를 없앤 소비자들도 스마트폰이나 앱 등 다른 방식으로 라디오를 들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미국 자동차 기업이 속한 자동차 혁신을 위한 협회(The trade association Alliance for Automotive Innovation)는 FEMA의 공공 경고 시스템(public warning system)이 문자 메시지, 라디오 및 텔레비전 방송사 비상 경보 시스템, 연방 해양 대기청 기상 라디오와 같이 여러 방송사와 걸쳐 ‘중복 경고’를 하도록 설계됐다고 언급했다. 너무 많은 미디어들이 동시에 재난 경보를 송출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정부는 재난 시 특정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재난 플랫폼’아닌 ‘재난 망’을 만드는 것을 필수라는 주장이다. 특히, 도달 거리가 긴 ‘AM라디오는 대체할 수 없는 재난 망’이라는 입장이다.


마키 의원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말하는 것처럼 인터넷 라디오 등이 위급시 지상파 AM라디오를 대체할 수 있지만, 운전자들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을 수도 있다. 그럴 경우 핵심 안전 정보를 들을 수 없다”며 “이에 지상파 AM방송은 필수 불가결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 AM과 FM라디오의 미국 인구 도달율은 92% 정도다. 다른 어떤 미디어 플랫폼보다 도달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미국 지상파협회(NAB)는 닐슨 자료를 이용해, AM라디오를 듣는 인구가 8,200만만 명 가량 된다고 전했다.


전기자동차와 AM주파수 대역 간섭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회사는 소수다.

대부분은 AM라디오 삭제를 원하고 있다.  크라이슬러와 지프를 만들고 있는 스텔란티스(Stellantis)는 최근 전파 간섭을 줄이기 위해 차폐 고압 보호 케이블(shielded high voltage cables)과 커넥터를 사용했다.

아울러 라디오 수신기를 EV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EV부품에서 멀리 떨어뜨려 설치하는 제조사도 있다. 그러나 이 솔루션이 무겁기 때문에 EV의 범위와 성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폭스바겐은 주장했다.


[AM라디오를 필수 탑재해야 한다는 법안]


에드 마키, 텍사스 테드 크루즈(Ted Cruz) 의원 등이 발의한 전기차-AM라디오 필수 탑재 법안의 핵심은 모든 신규 자동차들이 추가 비용 없이 차량에 AM라디오를 의무 탑재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 EV차에 이미 AM수신기를 제외한 8개 자동차 기업(BMW, Ford, Mazda, Polestar, Rivian, Tesla, Volkswagen and Volvo)은 반드시 이 사실을 소비자들에게 고지해야 한다.  이 법안은 공공 긴급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시민들에게 도달할 수 있는 대체 통신 시스템에 대한 연구를 하도록 정부 운영실(Government Accountability Office)에 지시하는 내용도 담겼다.


대형 재난 상황에서 AM라디오의 중요성은 낮게 평가될 수 없다.  조시 고타이머(josh Gottheimer) 하원 의원은 이 법안을 지지하며 “대규모 비상사태에서 AM 라디오의 중요성은 과소평가될 수 없다. 의심의 여지 없이 AM은 위급 상황에서 생명을 구하고 지역사회에 계속 정보를 제공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집에 전기가 나가거나 발전기가 고장할 경우 휴대전화와 TV, 인터넷 모두가 불통이 된다. 이럴 때 우리는 여전히 AM라디오를 켜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안은 없는가]


일각에서는 현재 문제는 AM콘텐츠와 AM플랫폼 간 미스매치에 있다고 보고 있다. AM오디오 콘텐츠는 여전히 필요성이 있지만 AM라디오를 통해 듣는 경우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각종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AM라디오를 송출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이 경우도 일부 전기 차량에서는 AM라디오를 들을 수 없지만, AM라디오 시스템을 탑재한 차량이나 수신기는 여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스트리밍 라디오 서비스 툰인(Tunin)의 CEO 리치 스턴(Rich Stern)은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에 AM콘텐츠를 전달하는 더 효율적인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NAB2023 쇼에도 라디오를 살리기 위한 하이브리드 라디오 등이 논의됐다.


[100년된 AM라디오의 운명은]


사실 AM라디오의 소멸은 미국에서 간단치 않은 문제다. 미국의 역사와 이민사 라디오와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땅이 넓은 미국의 경우 라디오는 효과적인 정치 매체였고 소식지였고 엔터테인먼트 수단이었다. 토크 라디오 산업을 취재하고 있는 토커스(Talkers)의 발행자 마이클 해리스(Michael Harrison)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AM의 소멸은 라디오의 끝은 아니지만 미국 문화의 한 조각을 잃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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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라디오는 미국 삶의 지형을 바꿨다.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노변담화를 진행한 것도 라디오였고 로날드 레이건은 1933년 젊은 시절 시카고 컵스의 라디오 아나운서였다.


AM라디오는 한 때 미국의 사운드를 지배했다. 1950년에서 1970년 사이, 미국 대도시에 음악 라디오 방송사들은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했다. 무료 50% 이상의 시청자들의 하나의 방송국을 들었다.

그러나 시간은 사람들을 AM라디오로부터 멀어지게 만들었다. 스트리밍 방송사와 팟캐스트가 부상하면서 AM라디오의 자리가 대폭 줄었다.


포드 대변인은 자체 데이터를 인용, 자동차에서 AM라디오를 드는 운전자가 5% 미만이라고 밝혔다.

포드 대변인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대부분의 AM방송국들이 자신의 프로그램을 온라인이나 FM라디오를 통해서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청취율은 낮다”며 “새로운 자동차 모델에서 AM라디오를 제외해도 여전히 좋아하는 뉴스나 음악 방송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은 많다”고 전했다.

결국 포드는 2024년 머스탱 시리즈에 AM라디오를 뺐다.

포드를 시작으로 BMW도 전기차 모델에서 AM라디오를 삭제했다. 아달 맥닐(Adam McNeill) BMW 미국 엔지니어링 담당 부회장은 법안을 발의한 에드워드 마키 의원에게 보낸 서한에서 “기술 발전으로 AM라디오를 들을 수 있는 다른 옵션이 많다”고 전했다.
그러나 많은 AM 방송사들이 다른 전송 수단을 가지고 있지 않다. 심지어 AM라디오 청취자들은 고령이어서 스트리밍, 팟캐스트 등 테크놀로지에 익숙하지도 않다.

라디오는 2022년 미국에서 110억 달러의 광고 매출을 올렸다. 이 중 2억 달러가 AM라디오 몫으로 보인다고 라디오 시장 조사 기관 BIA애드버서리 서비스(BIA Advisory Services) 밝혔다. 물론 뉴욕이나 시카고, LA와 같은 대도시의 경우 AM방송국들의 사정이 나쁘지 않다.  미국 AM방송사의 40%가 뉴스와 토크쇼, 스포츠 포맷을 방송하는 곳이다. 11%는 특정 민족이나 언어, 11%는 종교 방송을 하고 있다.

지금 대다수의 오디언스들이 차량 라디오를 통해 방송을 듣는 상황에서 전기차에 제외될 경우 향후 AM라디오는 고사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