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지능 감독? AI와 가까워지는 ‘할리우드’...고개 드는 정부 규제
챗GPT(ChatGPT) 등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이 산업 전반에 스며드는 가운데 창작의 중심인 할리우드에서도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챗GPT와 같은 생생형 AI(Generative AI)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지형을 흔들고 있다.
생성형 AI는 텍스트, 오디오, 이미지 등의 기존 콘텐츠를 활용해 유사한 콘텐츠를 새로 만들어내는 인공지능(AI) 기술이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콘텐츠 패턴을 학습한 추론 결과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을 넘어선다. 콘텐츠의 생성자와 만들어진 콘텐츠를 평가하는 판별자가 끊임없이 서로 대립하고 경쟁하며 새로운 콘텐츠를 생성해낸다.
이미지의 경우 특정 작가의 화풍을 모사한 그림으로 사진을 재생성하거나 가짜 인간 얼굴을 무제한으로 생성해 영화 산업에서도 활용도가 높다. 할리우드가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AI는 이제 SF 괴물 등 상상 속 이미지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는 수준이 아니라 새로운 피조물을 만드는 중심에 서 있다. AI가 만드는 텍스트, 음악, 영화, TV드라마는 유명인들의 작품을 흉내내는 수준이 아니라 또 다른 창작물로 인정 받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창작자들을 사이에서 AI는 이제 조력자 아니라 크리에이터다.
[할리우드의 또 다른 격전지 AI]
할리우드와 콘텐츠에 주로 투자하던 밴처캐피털들도 AI를 집중 연구하고 있다. 악시오스(AXIOS)는 최근 기사에서 할리우드가 향후 몇 년 간 AI분야에서 가장 뜨거운 투자가 이어지고 경쟁의 격전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브람 클라(Brahm Klar) 캐나다 토론토 기반 벤처캐피털(VC) 파트너는 인터뷰에서 “할리우드 AI 분야에 벤처 캐피털들의 향후 몇 년 간 수십억 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확대되면서 AI 제작은 새로운 전기가 열리고 있다. 콘텐츠 제작 수요가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품질에 대한 눈높이도 매우 높아졌다. 이에 현재 인간 VFX 아티스트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물량이 발주되고 있다.
기술발전으로 인해 VFX에 대한 시청자들의 요구 수준이 올라갔고 수요는 엄청나지만, 인간 디자이너만으로는 시장이 필요한 물량을 따라갈 수 없는 것이다. 이에 VFX 업계계를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은 디지털 아티스트는 복잡하고 긴 VFX 작업 과정을 단순화하고 단축시킬 수 있다. 휴식도 필요 없다. 캐나다 토론토에 본사를 두고 있는 VFX 전문 기업 몬스터스 에어리언 좀비스(Monsters Aliens Robots Zombies (MARZ))의 COO 맷 파누시스(Matt Panousis)는 언론 인터뷰에서 “최근 AI를 이용한 VFX 작품이 전체 제작의 85% 정도나 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MARZ는 그동안 ‘미스 마블(Ms. Marvel)’ 등 마블 스튜디오(Marvel Studio)에서 제작하는 다양한 히어로 시리즈에 AI VFX 기술을 제공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인기 TV드라마 ‘웬즈데이(Wednesday)’의 등장 인물들을 기술로 재창조했다.
MAZ 역시 AI VFX툴 ‘배니티 AI툴((Vanity AI tool)을 개발해 공급 중이다. 배니티 AI는 콘텐츠 제작 전 과정에 AI VFX를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할리우드에서는 최초로 기획 단계에서부터 VFX 제작, 촬영까지 모든 과정에서 AI의 조력을 받을 수 있다. MARZ는 2023년 할리우드 스튜디오에 배니티 AI 툴(Vanity AI tool)을 임대(라이선스)할 예정이다.
파누시스 COO는 AI VFX의 장점을 ‘상상력의 확대’라고 정의했다. 그는 “미드저니(Midjourney), 달-E(DALL-E) 등과 같은 버추얼 그림 AI툴은 아티스트가 그림 콘셉트를 잡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며 “내가 다른 세계에 있는 괴물이 필요하다고 하면 미드저니는 그냥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생성형 AI 배우 시대 개막]
요즘 할리우드 AI는 VFX 작업플로우를 개선시키는 것을 넘어선다. AI는 배우도 복제한다. 스타워즈 다스 베이더(Darth Vader voice)의 목소리로 유명한 제임스 얼 존스(James Earl Jones)는 디즈니+(Disney+) ‘의 오리지널 시리즈 ‘오비완 케노비(Obi-Wan Kenobi)’에도 등장한다. 그러나 존스는 이 작품에 출연하지 않았다. 존스의 목소리는 우크라니아 보이스 클로닝 스타트업 리스피처(Respeecher)에 의해 AI로 재탄생했다.
과거에도 VFX로 노배우의 젊은 모습이나 사망한 배우들을 살려냈다. 그러나 AI가 더 발전한 지금은 유명 창작자 특징을 통해 복제해 작품을 무한대로 만들어낼 수 있다. 미국 연예 기획사 CAA 소비자 투자 대표(head of consumer investing)를 맡고 있는 마이클 블랭크(Michael Blank)는 악시오스와 인터뷰에서 “사망한 유명한 작곡가가 즐겨 쓰던 코드로 (그 또는 그녀의)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다.”라며 “만약 한스 짐머나 존 윌리엄스 혹은 다른 유명한 작곡가의 AI트레이닝 데이터를 영화에 사용한다면 사람들은 그 영화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까”라고 말했다.
이렇듯 AI(특히 생성형 AI)는 엔터테인먼트 산업 지형을 이미 바꾸기 시작했다. 때문에 많은 우려도 나온다 블랭크는 “AI 발전은 좋은 일이지만 현장에서 책임과 윤리적 사용이 필수다.”라며 “이에 많은 사람들이 함께 AI가 가지고 올 변화와 문제점 등을 다양한 각도에서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부 갈등도 발생하고 있다. 2023년 1월 초 미국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에서 활동하고 있는 카라나 오르티즈(Karla Ortiz)는 2명의 예술과 함께 생성형 AI 그림 툴 ‘미드저니(Midjourney)와 스테이블 디퓨즌(Stable Diffusion), 데비안아트(DeviantArt)를 상대로 AI가 작품을 복제할 수 있도록 허용한 데 대해 집단 소송(class action lawsuit)을 제기했다. 할리우드에 기반을 두고 있는 데비안아트는 자사의 AI 그림툴 ‘드림업(DreamUP)’을 2022년 11월 런칭했다. 당시 이 회사는 안전하고 공정하게 AI예술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데비안아트는 예술가를 위한 ‘디지털 포토폴리오 툴’로 활용되고 있다. 작가들은 이 플랫폼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찾고 있다. 하지만 미드저니, 스테이블 디퓨즌 등 AI가 만든 저작물들을 무분별학 유통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 AI가 저작권을 침해하도록 방조했다는 것이다. 또 저작권을 침해한 AI 저작물들을 유통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전에도 데비안 아트는 저작권이 있는 이미지를 원작자에게 고지하지 않고 유통해 문제가 된 바 있다.
원고들은 이들 기업이 만든 3개의 AI서비스가 스태빌리티(Stability) ‘스테이블 디퓨전 라이브러리(Stable Diffusion Software Library)를 통해 작동한다고 주장했다. 소송에 따르면 스테이블 디퓨즌의 ‘트레이닝 모델’은 대부분 저작권이 있는 사진 수백만 장을 인터넷을 통해 스크랩했고 이 이미지들을 이용해 AI가 역발상 엔지니어 아트(reverse-engineer art)하도록 가르친다.
이에 따라 스테이블 디퓨즌(Stable Diffusion)에서 훈련된 AI에 의해 만들어진 결과 이미지는 본질적으로 원본에에서 나온 파생적 이미지며 저작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소송에서 이들은 또 데비안 아트가 AI아트를 플랫폼에 허용해 ‘인간 예술가들을 밀어낸다’고 비난했다.
[AI가 만든 예술품의 저작권자는 누구인가]
AI가 새로운 예술을 창조하도록 훈련시키기 위해서는 기존의 작품을 흡수해야 한다. 때문에 인공지능이 예술을 창조하는 것을 엄격하게 반대하는 아티스트들이 증가하고 있다. AI가 기존 저작권이 있는 콘텐츠를 모방하는 것 자체가 저작권 침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선 의견이 팽팽하다.
AI 반대론자(Opponents of AI)들은 소송에서 “스테이블 디퓨즌이 작가의 동의를 받지 않거나 원작자 모르게 만들어진 수백 만에서 수십억 개 저작권 이미지를 무단 복제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AI찬성론자들은 생각이 다르다. 그들을 창작자의 권리를 무한하지 않다(the rights of creators are not unlimited)”고 설명하고 있다. 공정 이용(Fair Use)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AI툴이 실제 이미지를 복제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작품(소송하는 원고의 작품이 포함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에 대한 훈련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예술을 창조한다는 것이다. 이 소송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AI의 복제를 지지하는 기술 그룹들은 이를 설명하는 홈페이지도 개설했다. 이들은 예술가들이 소송을 진행하는 이유가 기술 발전에 따른 두려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송을 제기한 사라 앤더슨은 2022년 12월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AI가 자신의 작품을 따라하기 쉽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생성형 AI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이제 누구라도 그녀의 사인을 동의 없이 따서 만화를 만들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따라 소송에서도 치열한 논리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적 재산권(IP) 전문 변호사 안드레스
지적 재산권 변호사 안드레스 과다무즈(Andres Guadamuz)는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서 “예술가들이 AI가 자신들의 작품을 직접 모방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면 승소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말했다. 특히, AI가 만든 모든 출력 이미지는 모든 입력의 파생물이다. 만약 생성형 AI를 학습시키기 위해 100억 개의 이미지가 사용된다면 100억 명이 집단소송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별개로 이탈리아에 있는 예술가들은 “EU에게 AI 트레이닝을 규제하고 우리의 데이터를 보호하라”고 촉구하는 GoFundMe 청원을 시작했다. 현재까지 목표 7만5,000달러 중 2만 5,000달러를 조금 넘게 모금했다.
하지만, 이 소송의 결과는 매우 중요하다. 특히, 미국 저작권 위원회가 이 논쟁에 뛰어들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AI가 만든 이미지가 저작권 보도 대상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다. 저작권이 인정된다면 그 소유가 AI인지 아니면 AI를 만든 회사인지도 불분명하다.
[AI에 대한 미국 정부 규제 기관 움직임]
한국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정부는 시장보다 느리다. 이전 기술 혁신의 물결과 마찬가지로 AI의 발전 속도는 정부의 대응을 휠씬 능가하고 있다.
AI의 경우 정부나 의회의 정책 방향이나 관리 감독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다. 일부에선 우려가 나온다. 미국의 경우 AI를 규정하고 개발 범위를 규제할 수 있는 통합 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생성형 AI ‘챗GPT(ChatGPT)’는 이미 미국 의사 면허 시험도 통과하는 등 능력에 한계가 없는 점은 규제 기관에도 두려움이다. AI창작물이 사기, 증오, 가짜 뉴스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분석도 많다
미국 의회에서도 AI규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하원의원 테드 리우(민주 Ted Lieu)는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AI를 통해 더 좋은 세상(유토피아)을 만들는 동시에 예기치 않은 리스크를 최소화기 위해 AI를 규제하고 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AI를 관리 감독하는 정부 차원의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뉴욕타임스 칼럼을 통해 제안한 바 있다.
미 하원에서 일부 의원들은 AI의 안면 인식 사용(the use of facial recognition)과 다른 적용을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현재 미 백악관은 AI리서치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고 2022년 10월 ‘AI의 권리 장전 초안(AI Bill of Rights)’을 발표한 바 있다. 이 문서는 AI시스템과 관련한 안정성과 투명성을 보장고 알고리즘 차별을 막고, 사용자에게 데이터 제어권을 부여(Data Privacy)하는 등 AI시스템에 담겨야 하는 5개 원칙을 담고 있다. 또 5개 원칙에는 ‘고지 및 설명(Notice and Explanation)’, ‘다양한 고려(Human Alternatives, Consideration, and Fallback)’ 등도 포함됐다. 이외 연방공정거래위원회(The Federal Trade Commission)와 ‘고용 기회 균등 위원회(Equal Employment Opportunity Commission) 등 다른 연방 기관도 AI의 적용에 대한 새로운 룰 세팅에 들어갔다.
2023년 1월 말 미국 상무부 내 국립 표준 및 기술 연구소(The National Institute of Standards and Technology)는 오랜 기간 검토했던 ‘AI 규제 프레임 워크(AI framework)를 내놨다. AI 개발과 사용, 디자인과 관련한 기업 가이드라인으로 적용될 수 있다.
돈 그레이브스(Don Graves ) 상무부 차관(Deputy Commerce Secretary)은 “ 프레임워크는 모두를 위한 시민권, 시민의 자유, 형평성을 제한하거나 훼손하는 대신 AI 혁신과 성장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내용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이 AI 프레임 워크는 강제 조항은 아니다. 기업들은 이 프레임 워크를 지키지 않아도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AI와 관련한 규제나 정부 규칙은 이 프레임 워크에서 발전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설익은 AI규제 산업 발전 저해할 수도]
그러나 국익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다. 중국, 러시아가 AI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미래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는 분석이다.
설익은 정부 규제가 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는 우려도 있다. UC버클리 장기 사이버 보안 센터(Center for Long-Term Cybersecurity)’에서 AI보안 이니셔티브(AI Security Initiative)를 이끌고 있는 제시카 뉴먼(Jessica Newman)은 악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미국에서 논의되고 있는 AI에 대한 규제는 짜집기 식(patchwork system)”이라며 “주 차원에서 AI 차별을 방지하는 일부 법인이 있고 연방 차원에서 규제도 초기”라고 설명했다. 뉴먼은 또 “아직 갈길이 멀다. 때문에 연방 차원의 포괄적인 AI규제가 시급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기업용 클라우드 테크 기업 ‘워크데이(Workday)’에서 기업 대관 담당 부대표인 챈들러 모스(Chandler Morse)는 언론 인터뷰에서 “AI와 관련한 정부 규칙과 규제는 미래 인공지능 산업 지형에 매우 중요할 수 밖에 없다.”며 “챗GPT는 AI 관련 논의 수준을 가속화시켰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논의들을 모두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색 결과를 위한 자체 생성형 텍스트 프로그램을 담은 무료 검색 엔진 니바(Neeva) 창업주 스리다르 라마스와미(Sridhar Ramaswamy)는 악시오스에 “정부는 (업계의 발전을 막을 수 있는) 매우 미세한 법률이나 규제를 들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