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파이 감원이 말해주는 2023년 팟캐스트 전망


팬데믹 시절, 이용자가 급격히 증가한 글로벌 1위 오디오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Spotify)도 경제 위기를 넘지 못했다. 스포티파이는 경기 불확실성 증가에 회사 구조조정에 나선다며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전체 인원의 6% 정도를 줄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선 2022년 말에도 스포티파이는 팟캐스트 담당 인원을 줄인 바 있다. 전문가들은 팬데믹 시절 이용이 급증했던 팟캐스트 시장도 구조조정이 시작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팟캐스트 시장이 여전히 성장하고 있지만 커지는 속도 만큼, 광고나 구독자 규모가 함께 증가하지 못하고 있다. 음원 스트리밍 넘어 오리지널 팟캐스트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는 스포티파이의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다.

[팬데믹 수혜주 스포티파이, 전체 인원 6% 감원]

미국 언론들은 이번 스포티파이의 구조조정 규모를 600명 정도로 보고 있다. 2022년 9월 30일 기준 스포티파이의 풀타임 임직원은 9,800명 가량이다. 회사는 정리해고 대상자들에게 지급되는 보상금 규모(severance-related charges)가 3,500만~4,5000만 유로 정도로 보고 있다. 창업주이자 CEO인 다니엘 엘크는 이 결정에 대해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구조조정은 매우 힘든 결정이다. 그러나 우리는 미래를 위해 결단할 수 밖에 없다”며 “우리는 야심찬 목표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이행하기 위한 우리의 약속은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엘크는 메모에서 또 “최근 몇 년 간 우리는 엄청난 속도로 발전해지만,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에는 집중하지 못했다. “며 “우리는 여전히 다양한 전략들을 펼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며 이는 우리의 변화 속도를 늦춘다.  경제 환경에서 효율성은 더 큰 중요성을 가진다. 따라서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제어하며 의사 결정 속도를 높이기 위해 조직을 재구성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엘크 CEO 메모에 따르면 정리해고 대상 직원들은 총 5개월의 평균 임금을 보상으로 받게 된다. 아울러 향후 2개월 간 이직 준비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스포티파이의 감원 규모는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 등에 비하면 크지 않다. 그러나 스포티파이가 2020년 팬데믹 당시 집에 거주하는 시간이 늘어난 소비자들로 인해 외형이 급증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본격적인 포스트 팬데믹 시대’가 돌입했다고도 볼 수 있다. 특히, 2022년 말 이후 디지털 광고 매출이 크게 줄었다는 점은 음원보다 팟캐스트를 늘리고 있었던 스포티파이에게는 악재다.

스포티파이는 지난 2022년 10월 말 기준 글로벌 시장에서 월간 활성 이용자(monthly active users) 규모가 4억 5,600만 명에 달한다. 2022년 3분기 기준, 분기 매출은 30억 4,000만 달러였다. 당시 광고 매출이 1년 대비 19% 성장했는데 팟캐스트 광고가 늘었기 때문이다. 스포티파이 전체 매출에서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13%였다. 유료 구독자는 1억 9,500만 명(13% 증가)에 달했다.

스포티파이 미국 팟캐스트 광고 매출(버라이어티)

스포티파이는 또한 2023년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미국 시장 프리미엄 서비스(유료)의 이용 가격은 미국 런칭 당시인 2011년 이후 월 9.99달러다. 애플 뮤직 역시, 2022년 10월 월 이용 가격을 10.99달러로 1달러 인상한 바 있다.

스포티파이는 수년 간 팟캐스트 콘텐츠 확보에 많은 돈을 투자해왔다. 오디오 스튜디오 인수를 위해서도 10억 달러 이상을 썼다.  조 로건,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해리 왕자와 매건 부부 등의 오디오 팟캐스트를 단독 편성했다.

아울러, 스포티파이의 CESO 다니엘 엘크(Daniel Ek)는 고위 간부들도 교체했다. 최고 콘텐츠와 광고 사업 담당자(chief content and advertising business officer) 돈 오스트로프(Dawn Ostroff)가 회사를 떠난다. 또 스포티파이 최고 임원 중 2명 구스타프 쇠데르스트룀(Gustav Söderström)과 알렉스 노르스트룀(Alex Norström)은 공동 대표로 승진했다. 공동 대표의 임명은 스포티파이가 테크놀로지와 상품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들 둘은 엔지니어와 유료 상품 콘텐츠(freemium business) 전문가다.

[비디오와 동반 하락 오디오 스트리밍 시장]

하지만, 팟캐스트 시장은 수년째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특히, 투자 대비 수익이 플러스로 돌아서지 못하면서 2023년도 오디오 시장은 힘든 한 해가 될 수 있다. 미국 위성 라디오 시리우스XM은 2023년 초 직원을 감원했고 2022년 11월 미국 공영라디오 NPR은 기관 콘텐츠 예산을 삭감하고 신규 고용을 동결했다. 메이저 오디오 기업들은 공식적으로 자신들의 콘텐츠 투자를 줄이고 있다. 비디오 스트리밍과 마찬가지로 팬데믹 이후 급증했던 상승세가 꺽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2020년 이후 유행했던 ‘플랫폼 단독 모델(platform-exclusive model)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기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단독 콘텐츠에 돈을 집행하는 것은 매력적이지 않다. 디지털 광고 시장 전망도 계속 축소되고 있다. 팟캐스트 광고 경쟁은 현실화되고 있다.

미국 디지털 광고 전망 추이(버라이어티)

스포티파이에서 서비스되는 팟캐스트 갯수는 2019년 말 70만 개에서 2022년 9월 말 기준, 470만 개로 늘었다. 팟캐스트 광고 시장도 커지고 있지만 이런 양적 성장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스포티파이는 오는 2024년 연간 기준, 미국 팟캐스트 광고 매출이 40%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2020년이나 2021년의 폭발적 성장률에는 못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인기 있는 팟캐스트도 수익화를 실현하기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최고 상위의 팟캐스트가 아니면서 수익을 만들어내기 힘들다는 이야기다. 광고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크리에이터들은 단독 유통 모델(exclusive distribution model)을 유지하기 어렵다. 여러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유통해 광고 수익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미 유명 팟캐스트 크리에이터들은 단독 유통 모델을 꺼리고 있다. 전 대통령 오바마의 경우 2019년 스포티파이 거래에서 ‘독점 유통’ 조항에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2022년 4월 결국 오바마의 콘텐츠 스튜디오 ‘하이어 그라운드(Higher Ground)는 스포티파이와 결별했다. 하이어 그라운드는 이어 2022녀 6월 아마존 오디오 플랫폼 ‘오디블(Audible)’과 새로운 계약을 맺었다. 물론 아마존과의 계약에는 독점 공급 조항이 없다.

[신규 오리지널 팟캐스트 제작도 감소]

2022년 가을 스포티파이는 자회사 김렛 미디어와 파라캐스트 스튜디오(Paracast Studio)가 만드는 오리지널 팟캐스트 11개를 폐지했다. 스포티파이는 이들 스튜디오를 2019년 2억 5,000만 달러를 들여 인수했다. 그러나 최근 두 조직 모두 구조조정에 돌입해 2022년 10월 40여 명을 정리해고 있다. 이에 두 스튜디오의 노조는 공동 성명을 내고 오리지널 팟캐스트 축소가 오디언스 감소를 불려왔고 일부 쇼는 4분의 3을 줄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스포티파이에서 가장 구독자가 많은 팟캐스트도 ‘독점 거래’의 저주를 피하지 못했다. 버지(Verge)에 따르면 2021년 조 로건은 스포티파이와의 독점 계약으로 많은 구독자가 떨어져나가 영향력이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점 계약 전 로건은 방송 다음 주  평균 4,000명의 트위터 팔로워를 확보했지만 스포티파이와의 계약 이후에는 2,000명으로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조 로건 독점 계약 후 트위터 팔로워 변화(버라이어티)

실제 스포티파이와의 독점 계약이 끝난 이후 더 성장한 팟캐스도 있다.

버라이어티는 “팟캐스트 회사 에이캐스트(Acast)가 공급하고 있는인기 스페인어 프로그램인 ‘Se Regalan Dudas’(에이캐스트가 직접 배급)는 스포티파이 독점 계약이 만료된 후 청취자가 크게 늘었다.”고 보도했다.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계약 종료 90일 이후 25%의 청취가 늘었고 1년 뒤에는 56%의 청취자가(독점 때 비해) 증가했다.

시리우스 XM과 아마존 뮤직도 신규 팟캐스트 공급이 줄었다. 차트르(Chartr)에 따르면 2022년 신규 오리지널 팟캐스트는 2020년에 비해 80% 감소했다. 또  크리에이터들와의 광고 수익 공유에서도 플랫폼들은 자신들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

[콘텐츠가 왕이 아닌 팟캐스트 시장( content is not king in the podcasting space)]

이에 대해 버라이터는 “영화, TV스트리밍과 반대로 팟캐스트 시장은 콘텐츠가 왕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독점 플랫폼에서는 왠만한 인기 프로그램도 대량 청취자를 확보하기 어렵다면, 이런 거래는 점점 더 매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시장 침체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에 크리에이터들은 하나의 메이저 오디오 플랫폼보다 더 큰 도달율을 기록하기 위해 다양한 플랫폼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

지금과 같은 경제 상황에서는 스포티파이나 아마존 같은 기업들이 독점 팟캐스트를 위해 엄청난 계약금을 지불하는 상황은 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돈 로스트로프 스포티파이 최고 콘텐츠 책임자는 재임 당시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독점 거래 계약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수준의 오디오 콘텐츠 투자는 보기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점 거래가 스포티파이를 키운 것이 사실이다. 스포티파이가 독점 거래를 한 이유는 오디오 플랫폼에서 팟캐스트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다른 플랫폼에서 오디오 오디언스를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었다. 이 전략은 제한적 성공을 거뒀다.

투자자들도 오디오 시장 정체에 스포티파이의 미래에 우려를 표해왔다. 오디오 시장 성장이 정체할 것이라고 전망했기 때문이다. 회사는 2022년 6월 성장을 위한 청사진을 공개했다. 엘크 CEO는 당시 “스포티파이는 현재 규모에 10배 이상 성장하기 위해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30년 청취자 규모가 10억 명을 넘길 것이며 연간 매출이 1,0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왔다.(평균 이익 40%)

때문에 스포티파이 역시, 오리지널 팟캐스트를 다른 플랫폼에 제공하는 것이 수익 측면에서 나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팟캐스트 사업의 상당히 암울한 마진을 고려할 때 말이다. 스포티파이는 2021년 팟캐스트 비즈니에서 51% 총 이익율을 기록했고 2022년은 적자가 최고치에 달했다.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팟캐스트는 성장 비즈니스다. IAB는 2024년까지 미국 팟캐스트 광고 시장이 40억 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IAB의 예측측은 2022년 오디오와 미디어 기업의 정리해고 분위기가 반영되지 않은 수치다.  시리우스XM과 아이하트미디어는 2022년 2분기와 3분기 여전히 팟캐스트 매출이 성장했고 팟캐스트 전망에 희망적인 광고주들도 많다.

NPR과 독점 후원 계약을 맺고 있는 내셔널 퍼블릭 미디어(National Public Media) 대표는 모닝브브루(Morning Brew)와의 인터뷰에서 “더 많은 브랜드와 기업들이 다양하고 몰입도 높은 오디언스와 만나기 위해 팟캐스트를 찾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특히,팟캐스트 미디어 기획 플랫폼 마젤란 AI(Magellan AI)는 일부 브랜드들이 팟캐스트에서 철수하겠지만 소매와 금융 회사들이 팟캐스트에 더 많은 돈을 쓸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 변화에 따라 팟캐스트의 수익 모델도 계속 바뀔 수 밖에 없다. 결국 팟캐스트의 유료 구독 모델도 열릴 것이다.

[스포티파이 프리미엄(Freemium) 전략  책임자 물러나]

회사를 떠나는 최고 콘텐츠 책임자 오스트로프는 지난 2018년 중순 ‘콘데 나스트 엔터테인먼트( Condé Nast Entertainment) 대표를 역임한 이후 스포티파이에 합류한 바 있다. 스포티파이에서는 오리지널 및 유료 팟캐스트 콘텐츠를 개발하는 임무를 맡았다.

오스트로프는 오리지널 팟캐스트 등 스포티파이의 오디오 상품 라인업을 완성시킨 장본인으로 불린다. 그녀는 광고를 기반으로한 무료 오디오 콘텐츠와 독점(exclusive)와 오리지널을 강화한 유료 오디오를 적절히 섞어, 광고 매출(Free)과 구독 매출(Premium)을 동시에 높였다.

오스트로프의 책임 아래 스포티파이는 미국 1위 팟캐스터 조 로건(Joe Rogan)과 2020년 2억 달러 계약을 했다. 이 계약은 팟캐스트 시장 역대 최대 규모였다. 김렛(Gimlet), 링어(The Ringer), 파라캐스트(Paracast) 등 오디오 스튜디오를 사들으면서 독점과 오리지널 오디오 콘텐츠를 강화했다. 또 애드 테크 회사 메가폰(Megaphone)을 인수하고. 팟캐스트 분석 회사 ‘파사이트(Podsight)’와 ‘차터블(Chartable)’도 사들였다. 팟캐스트의 광고와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해 수익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엘크는 오스트로프의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엘크 CEO는 “돈(Dawn)은 스포티파이뿐만 아니라 오디오 업계 전반에 매우 큰 업적을 남겼다. 그녀의 노력 덕분에 스포티파이는 의미있는 혁신을 했고 팟캐스트 콘텐츠가 40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에 스포티파이가 음악과 함께 팟캐스트 분야에서도 업계 선두가 될 수 있었다”며 “오스트로프 덕분에 스포티파이는 다양한 오디오 광고 포맷을 개발해 우리의 광고 매출이 15억 유로로 총 2배가 넘게 성장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