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애플, 아마존 그리고 축구. 스트리밍이 만든 ‘새로운 스포츠 중계권’
애플, 아마존 그리고 축구. 스트리밍이 만든 ‘새로운 스포츠 중계권’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들의 스포츠 중계권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인도 시장 최대 인기 스포츠인 크리켓 경기 중계권이 약 70억 달러 규모로 파라마운트 글로벌(Paramount Global) 계열 현지 사업자인 바이어컴18(Viacom18)로 넘어간데 이어 미국 프로축구리그(MLS) 중계권도 애플 TV가 따냈다. 애플TV는 자사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 TV+를 통해 전경기 중계에 나선다.
애플과 미국 메이저 리그 축구(Major League Soccer)는 10년 간 25억 달러 규모 중계권 계약을 맺었다. 애플은 애플TV와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 TV+(Apple TV+)에 모든 중구 경기를 송출할 계획이다. WSJ는 내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애플이 최고 연간 2억 5,000만 달러의 중계권료 보장을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스포츠 중계권 시장에 스트리밍 서비스의 등장은 ‘중계권료’ 인상과 함께 ‘새로운 질서’를 만들었다는 의미가 있다.
[MLS, 애플 TV와 애플 TV+ 전경기 중계]
현재 MLS는 디즈니, 폭스, 유니비전 등으로부터 연간 9,000만 달러(1,163억 원)의 중계권료를 받고 있다. 2억 5,000만 달러는 거의 300%가 가까운 인상이다. 이번 중계권 계약은 여러 모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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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MLS는 미국 주요 프로 스포츠 리그 중 처음으로 모든 경기를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중계하는 리그가 됐다. 애플 TV의 MLS 중계는 2023년부터 오는 2032년까지다. 팬들은 애플 TV앱에서 모든 MLS경기를 라이브와 VOD로 시청할 수 있는데 아직 구체적인 구독료는 공개되지 않았다. 일부 경기는 애플 TV앱에서 무료로 송출된다.
애플 TV앱은 삼성이나 LG, 비지오 등 스마트TV에서 다운 받을 수 있다. 또 MLS는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 TV+(월 4.99달러)를 통해서도 모두 공개된다. 애플은 “모든 MLS 경기와 리그 컵 매치의 경우 영어, 스페인어로 중계되며 캐나다 팀의 경우 프랑스어로도 중계가 된다”며 “애플 뉴스앱(Apple News)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팀들을 팔로워하고 기사와 하이라이트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계약에는 미국을 넘어 글로벌 방송권이 포함됐다. 통상적으로 스포츠 리그는 국가나 지역별로 방송과 스트리밍 권리 따로 판매 된다. 애플의 스트리밍 서비스 부사장 에디 큐(Eddy Cue)는 인터뷰에서 “최종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중계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상당히 크게 작용했다”며 “우리는 일반적으로 게임을 성장시키는 데 관심이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9년 런칭한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 TV+는 넷플릭스나 디즈니+ 등과는 다른 길을 걸어왔다. 경쟁사들이 콘텐츠 투자에 올인할 때도 상대적인 관망세를 보였다. 대신 애플은 고품질 콘텐츠에 집중하는 틈새 시장(niche strategy)을 공략했다. 에미상 수상작 시리즈인 ‘테드 라소(Ted Lasso)’나 영화 ‘CODA)’ 등을 제작했다. 이 결과 애플은 CODA로 스트리밍 서비스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을 받기도 했다. 스트리밍이라는 시장을 만든 넷플릭스에게는 힘빠지는 결론이다.
현재 MLS 경기는 디즈니(Disney)의 스포츠 스트리밍 서비스 ESPN+를 통해 중계되고 있다. 그러나 내년 애플(Apple)이 경기를 맡게 되면 ESPN 중계는 중단된다. ESPN은 MLS 스트리밍 중계권 경매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애플에게 스트리밍의 가치는]
스트리밍은 애플의 전체 비즈니스에 매우 작은 부분이다. 애플 매출의 절반은 아이폰에서 나온다. 애플은 스트리밍 서비스 매출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번스테인(Bernstein)의 애널리스트인 토니 사코나기(Toni Sacconaghi)는 WSJ 인터뷰에서 “애플 스트리밍 서비스 매출이 지난 2021년 22억 달러(2조 8,000억 달러)에 달했을 것”이라고 추정한 바 있다. 이는 전년의 두 배에 달하는 매출이다.
하지만, 애플은 올 들어 달라지기 시작했다. 주요 스포츠 중계권 입찰에 계속해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2022년 5월 애플은 금요일 저녁 미국 프로야구경기 MLB(Major League Baseball) 중계권을 따냈다.
매출을 넘어 애플 TV+는 애플에게 매출 외 다른 의미가 있다. 실제 MLS 중계는 애플의 디지털 생태계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다. 아이폰 구매자들에게 계속해 애플에 대한 충성도를 유지하게 하는 것이다. MLS도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MLS는 애플과 구독자 증가와 연동된 수익 공유 메커니즘(revenue-sharing mechanism)을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MLS 경기 중계로 애플TV+ 신규 구독이 늘어난다면 약속한 최소 수익(minimum)보다 더 많은 중계권료를 가져갈 수 있는 계약이다. 이 경우에도 물론 애플 TV+구독자들은 계속해 주가 비용 없이 경기를 즐길 수 있다.
MLS의 인기와 미국내 시청률은 증가하고 있다. 현재 MLS는 29개 팀이 활동하고 있는데 이는 15년 내 두 배로 늘어난 수치다. MLS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의 최고 수준인 국적도 82개에 달한다. 특히, 오는 2026년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가 FIFA월드컵을 중계하기 때문에 수년 내 주목도와 시청률은 더 높아질 수 있다. 애플은 “MLS가 북미 지역 프로 경기 리그 중 팬 연령이 가장 낮고 다양한 오디언스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은 다른 주요 리그와 축구 경기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낮은 TV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2021년 12월 MLS 파이널(Portland Timbers와 New York City FC 간 경기)경기는 당시 ABC에 중계됐는데 시청자 수가 110만 명 정도였다. 이에 반해 UEFA챔피언스리그의 최종전은 CBS에서 중계돼 210만 명의 시청자 수를 기록했다.
[기존 스포츠 중계 질서를 흔드는 스트리밍]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스포츠 경기의 중계권을 쓸어 담고 있다. 스포츠 콘텐츠는 스트리밍 서비스들에게 구독자를 끌어모으기 위한 핵심 키가 되고 있다. 실시간 경기 중계로 특정 기간 구독자를 모을 수 있는 데다 전통적인 TV사업자들도 잡고 싶어하는 젊은 층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기 때문이다. 특정 스포츠 리그가 개막되는 시기에는 신규 가입이 늘어나는 경향도 있다. 때문에 많은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스포츠 리그를 중계하고 있다.
아마존(Amazon)은 올해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리그는 NFL 중계권을 획득했다. 스트리밍 서비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Amazon Prime Video)에 목요일 NFT경기( Thursday Night Football) 중계를 위해 오는 2033년까지 매년 10억 달러의 금액을 지급하는 조건이다.
또 인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크로켓 프로리그인 ‘인도 프리미어 리그 옥션(Indian Premier League auction, lPL)’ 중계권을 바이어컴18(Viacom18)과 디즈니(Disney, TV중계권)가 확보했다. 미국 파라마운트 글로벌 계열 미디어인 바이어컴18은 2023~2027년 인도 IPL중계권(스트리밍 권리)을 확보하는 조건으로 26억 달러 지급에 합의했다. 같은 기간 디즈니(Disney)는 TV 중계권리를 얻는 조건으로 30억 달러(3조 8,600억 원)를 지불했다고 인도타임스는 보도했다.
스트리밍의 가세로 ‘케이블TV와 지상파 방송사’들이 만들어놓은 경기 중계 질서도 바뀌고 있다. 애플의 MLS 전경기 중계에 숨어 있는 디테일 중 하나는 더이상 미국 지상파 지역 스포츠 경기 채널(local regional sports networks (RSNs))에서 MSL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TV스포츠 중계 시스템은 독특하다. 케이블TV나 위성방송, 스트리밍 서비스 등이 전국 단위 중계를 하지만, 또 다른 핵심은 각 지역 케이블TV, 지상파 TV와 온라인에 경기를 중계하는 지역 스포츠 네트워크(Regional Sports Network, RSN)다. 일종의 지역 케이블TV스포츠 중계 채널인 셈이다. 이들 RSN은 케이블TV플랫폼을 통해 지역 내에서 벌어지는 스포츠 경기를 중계한다. 케이블TV사업자들은 이 채널 가입자들에게 별도 구독료를 받는다. 또 일부 경기들은 지역 지상파 방송에 재전송된다. 물론 지역 지상파는 RSN에 재전송료를 준다.
때문에 싱클레어 등 많은 지역 지상파 방송사들이 RSN을 보유하고 있다. 스포츠 지역색이 매우 강한 미국만의 방송 시스템이다. 스포츠 중계는 미국 실시간 방송에서 여전히 중요한 콘텐츠다. 닐슨에 따르면 2021년 방송된 시청률 상위 25개 프로그램 중 23개가 스포츠였다.
때문에 RSN은 미국 케이블TV 상품(Bundle)에서 가장 비싼 유료 채널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사업자 간 프로그램 사용료 협상에 대한 갈등으로 가끔 공급이 중단되는 채널도 RSN이다. RSN은 케이블TV와 지역 스포츠 중계 방송사(NBC, CBS, ABC 지역)와의 잦은 수신료 분쟁으로 케이블TV를 가입하고도 ‘블랙아웃’을 경험하는 사례도 많다.
인터넷을 통해 케이블TV채널을 송출하는 가상유료방송사업자(VMVPD)인 유튜브TV도 RSN과 프로그램 사용료에 합의하지 못해 이 채널들의 송출을 대거 중단한 바 있다.
여러 개의 RSN을 보유하고 있는 지역 방송 사업자들은 자체 RSN채널을 묶어 단독 스트리밍 서비스를 구축하기도 한다. 미국 뉴잉글랜드 지역 방송사업자는 월 이용 가격 29.99달러로 ‘New England Sports Network (NESN) service’ 런칭을 발표했다. 미국 2위 지역 지상파 방송 그룹인 싱클레어(Sinclair)가 소유한 발리 스포츠(Bally Sports+)도 19.99달러로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이 스트리밍은 ‘스포츠 때문에 케이블TV’를 구독하는 지역민들을 타깃으로 한다. 발리 스포츠를 이용하면 프로농구 경기 하나를 보려고 월 이용료가 100달러 가까이나 되는 유료 방송을 가입할 필요가 없게 된다.
그러나 MLS와 같은 스포츠 리그가 RSN에서 빠질 경우 심각한 고객 이탈이 발생할 수도 있다. 비록 MLS가 최고 인기 리그(6위)가 아니지만 꾸준히 시청자들을 끌어모으는 스포츠임에는 분명하다. 이에 RSN 관계자들에게 MLS의 이탈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다가갈 수 있다.
인기 스포츠 경기가 방송 라인업에서 빠진다면 ‘지역 경기 중계’라는 상대적인 강점으로 유지해왔던 RSN의 차별성은 사라진다. 미국 지역 스포츠 중계의 근간도 흔들릴 수 밖에 없다. MLS사례에 따라 다른 메이저 스포츠 리그(NBA, MLB, NHL)도 지역 중계권까지 모두 스트리밍에 넘길 수도 있다. RSN의 스포츠 중계 권리 상실은 ‘케이블TV 플랫폼’의 지배력 약화도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MSL이 RSN을 뛰어넘어 스트리밍 서비스와 손을 잡은 이유는 잃을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MLS는 인기가 높아지고 있지만, 전통 TV 시청률은 정체 상태다. 결승전인 MLS 컵 파이널 게임은 지난 6번 중 5번이 지상파 TV에서 중계됐는데 시청률이 들쑥날쑥했다. 롱텀으로는 성장하고 있지만 적어도 지상파 TV 시청률 숫자로는 성공 방정식이 보이지 않는다.
[스포츠 중계는 스트리밍에게는 정말 도움되는가]
요즘엔 대부분 스포츠 경기들이 팬 중심으로 소비되기 때문에 전국 단위의 방송 플랫폼보다 구독 기반의 스트리밍 서비스가 더 적합해지고 있다. 물론 스트리밍 서비스도 미 전역을 넘어 글로벌 오디언스가 대상이다. 또 유료 방송 가입자가 감소하는 등 전체 시청자가 스트리밍 서비스로 이동하고 있어 미래를 위해서도 ‘스포츠 스트리밍’ 이득이 된다.
결론적으로 현재 스포츠 경기의 스트리밍 이동은 사업자와 스포츠 경기 리그 입장에서도 이득이 되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스포츠 경기 스트리밍이 실제 구독자 증가에 도움을 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애플 TV가 MLS, MLB 등에 투자했지만 아직은 구독자 증가로 이어지는 지는 알수 없다. 만약 애플 TV+ 구독자가 더 늘어나지 않는다면 MLS의 노출도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2033년 다시 입찰할 MLS에 중계권 가격은 높아지기보다 낮아질 수도 있다.
한편, ‘크리켓’은 세계에서 (인구 기준)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나라의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다. 인도에서 크리켓 중계권(IPL) 확보는 큰 기회임이 분명하다. 스트리밍 서비스들에게는 많은 추가 구독자 확보를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인도 IPL중계권은 원래 폭스(Fox)가 가지고 있었지만 디즈니에 인수된 후 디즈니 계열 인도 지역 스트리밍 스타 인디아(Star Indian)에 넘어갔다. 스타 인디아는 2017~2022년 IPL TV와 스트리밍 플랫폼 중계로 25억 달러를 지출 했다. 그러나 이번에 디즈니는 IPL 스트리밍 중계권 경쟁에서 이탈했다.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는 IPL 권리를 잃어 구독자 중 상당수를 잃을 수 있다. 오는 2024년 2억 3,000만 명~2억 6,000만 명이 었던 가입자 확보 목표도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디즈니의 이번 선택은 잘못이 아닐 수도 있다. 인도 지역 스트리밍 가입자는 디즈니에게는 고민이다. 워낙 낮은 1인당 고객 매출(ARPU) 때문이다. 당초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도 입찰 참가 사업자였지만, 막판에 포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