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정면으로 겨누는 미국 애니메이션들...무엇보다 가장 풍자적인 콘텐츠

사우스파크(South Park)’가 트럼프 대통령과 자사 스트리밍 플랫폼 파라마운트+를 정면으로 비판하며 시즌 27로 복귀했다.  

2025년 여름, 미국 성인 애니메이션계의 두 거물이 시청자을 집중시키고 있다. 시즌 27로 돌아온 ‘사우스파크(South Park)’와 시즌 37을 맞아 800회 특집 방송과 새로운 게스트진을 발표한 ‘심슨 가족(The Simpsons)’이 주인공이다. 두 애니메이션은 정치와 사회를 비판하면서 식지 않은 영향력을 입증하고 있다.

사우스파크는 트럼프 대통령에 화해의 손을 내밀며 스카이댄스(SKYDANCE)와 M&A를 마무리하는 파라마운트 글로벌을 비판했고, 심슨 가족은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부모로부터 탈출시키기 위해서는 자사 방송사의 FOX 채널의 뉴스를 삭제하라는 메세지를 던지는 등 날선 비판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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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Make America Great Again) : 보통 극우적, 보수적인 정치 성향을 가진 부모 세대를 비판적으로 지칭하는 말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당시 사용한 슬로건이다.
이후 그의 지지자들과 정치 노선 전체를 지칭하는 표현으로 자리 잡고 있다. 
The Simpsons 37 Season
(출처 : screenrant.com)

돌아온 ‘사우스파크’… 1.5조 원 대형 계약의 역설

‘사우스파크(South Park)’는 1997년 첫 방영 이래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과감한 풍자와 경계를 허무는 유머로 명성을 쌓아온 애니메이션이다. 최근 제작진 트레이 파커와 맷 스톤은 파라마운트와 5년 1.5조 원 규모의 글로벌 스트리밍 계약을 체결하며 화제를 모았다. 그 직후 공개된 시즌 27 첫 화 ‘산상설교(Sermon on the ‘Mount’)’는 바로 그 파라마운트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신랄하게 풍자했다.

해당 에피소드는 학교 내 종교 문제를 명목으로 등장한 예수가 “파라마운트와의 소송 합의에 따라 출연하게 됐다”고 말하는 장면에서부터 풍자의 수위를 높인다. 결국 마을 사람들은 트럼프에 대한 ‘긍정적 메시지’로 합의를 시도하며, AI가 생성한 트럼프의 나체 영상을 ‘공익광고’로 만들어낸다. 심지어 트럼프는 지옥에서 사탄과 염문을 나누는 존재로 등장하기도 한다.

South Park S 27 E 1 Sermon On The Mount

이러한 내용에 트럼프 백악관은 공식적으로 불쾌감을 표명했으며, 방송 직후 수많은 시청자들이 온라인에서 찬반 논쟁을 벌였다. ‘사우스파크’는 방영 한 주 전까지도 시나리오를 수정하는 빠른 제작 방식으로 잘 알려져 있어, 이처럼 시의적인 정치 풍자를 실시간으로 반영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애니메이션으로 평가받는다.

‘심슨 가족’의 예언과 조롱 사이

애니메이션 역사상 가장 긴 시즌을 자랑하는 ‘심슨 가족’은 최근 시즌 37과 800회 특집 방송을 예고했다. 2026년 2월 방영될 예정인 800번째 에피소드는 두 편의 오리지널 에피소드로 구성되는데, 제작진은 “가장 완벽한 800회”라고 자신하고 있다.

이번 시즌에는 키어런 컬킨, 비올라 데이비스, 이드리스 엘바, 마이클 키튼 등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특히 할로윈 특집 ‘트리하우스 오브 호러’ 시리즈에서는 이들이 대거 목소리 출연하며, ‘더 오니언’ 출신 애니메이터 스탠 켈리가 연출을 맡았다.

제작자 맷 그레이닝은 SDCC 패널에서 “심슨 가족은 타임트래블러”라고 농담하며, ‘엘론 머스크의 화성 충돌 착륙’이나 ‘미국이 자유의 여신상을 프랑스에 반환하는 장면’, 그리고 ‘미국 청소년들이 MAGA 부모로부터 해방되는 이야기’ 등의 ‘예언 리스트’를 언급했다. 특히 마지막 내용은 “TV 리모컨에서 채널 설정으로 가서 Fox News를 삭제하면 된다”는 멘트로 마무리되며 참석자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Episode Recap: The Musk Who Fell to Earth

한편, 최근 인터넷에서 심슨이 예언했다는 ‘콜드플레이 CEO의 불륜 사건’은 실제 존재하지 않는 내용임에도 수많은 이들이 믿고 공유했다. 이에 대해 제작자들은 “우리가 마법사라도 되냐”며, ‘트릭 베이트(trick bait)’ 기사에 속지 말라고 당부했다.

18년 만에 돌아온 ‘킹 오브 더 힐’

한편 2009년 종영 이후 오랜 침묵을 깨고 돌아온 ‘킹 오브 더 힐’ 시즌 14는 다소 다른 노선을 택했다. 미국 남부의 전통적인 가치관을 지닌 주인공 행크 힐은 여전히 프로판 가스를 사랑하지만, 변화한 세상 속에서 갈등을 겪는다. 이번 시리즈는 그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귀국해 텍사스 아렌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HULU 오리지널, KING OF THE HILL 

특히 아들 바비는 이제 성인이 되어 독립한 요리사로, 독일-일본식 퓨전 음식을 만든다. 이처럼 세대 간 문화 차이와 갈등은 코믹하게 다뤄지지만, 팬들은 정작 트럼프 시대를 배경으로 한 미국 중부의 현실이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코로나 시기를 지나 데일 그리블이 9% 지지율로 시장에 당선되었다는 설정처럼 몇몇 정치적 풍자는 있지만, 전반적으로 시리즈는 ‘중도적 평정’을 지키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 제작자 마이크 저지는 행크 힐을 “합리적인 보수”로 재구성하며, 그가 축구를 좋아하게 되거나 셔틀 운전 평점을 4점으로 주는 등의 일화를 통해 고정관념을 허문다. 다만 이 과정에서 페기 힐의 비중이 줄고, 캐릭터의 깊이가 희석됐다는 평도 존재한다.

애니메이션이 가장 날카로운 장르가 된 이유

이들 세 시리즈는 모두 캐릭터가 늙지 않고, 목소리 연기만 유지되면 수십 년간 방영이 가능하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하지만 단순히 ‘지속성’ 때문만은 아니다. 현실을 직시하고, 대중문화부터 정치권력까지 그 어떤 것도 예외 없이 조롱하는 이들의 접근 방식은 미국 사회에서 애니메이션만이 가능한, 애니메이션식 풍자의 장르로 자리잡게 만들었다.

‘사우스파크’는 중국 검열을 풍자한 ‘Band in China(밴드 인 차이나)’, 흑인 비하 발언 논란을 정면 돌파한 ‘With Apologies to Jesse Jackson(위드 어폴러지스 투 제시 잭슨)’, 종교를 겨냥한 ‘Trapped in the Closet(트랩 인 더 클로젯)’, ‘Bloody Mary(블러디 메리)’ 등 숱한 문제작들을 통해 ‘방송 금기’라는 개념 자체를 깨뜨렸다. 이런 문제의식은 최근에도 지속되어, 파라마운트와의 스트리밍 계약과 그 정치적 배경까지 스스로 풍자하는 형식으로 재생산 되고 있다.

반면, ‘심슨 가족’은 오랜 시간 동안 예언이라는 형식으로 현실을 선취하는 ‘문화적 레이더’ 역할을 해왔으며, ‘킹 오브 더 힐’은 변화하는 미국 중산층의 정서를 교묘히 비틀며 소소한 진실을 전달해왔다.

어덜트 애니메이션은 가장 날선 시대의 거울

풍자와 유머, 애정과 냉소가 혼재된 이들 애니메이션은 오락물을 표방하지만, 정치, 종교, 기업, 언론, 대중문화까지 전방위적으로 날선 공격을 하며 오히려 가장 정직한 시대의 거울 역할을 하고 있다.

‘사우스파크’가 트럼프 대통령과 자사의 스트리밍 계약을 동시에 조롱하고, ‘심슨 가족’이 MAGA 부모로부터 자녀가 벗어나는 장면을 상상하며, ‘킹 오브 더 힐’이 보수주의자도 변화할 수 있음을 보여줄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이 현실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는 실사 드라마보다 애니메이션이 더 현실적인 시대다. 가장 황당한 것이 오히려 가장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시대, 그래서 이 애니메이션들은 계속해서 살아남고, 또 웃음 뒤의 진실을 끊임없이 들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