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증명한 넷플릭스 콘텐츠의 미래, 넷플릭스의 다음 전쟁터는 IP
넷플릭스가 여름 스트리밍 시장을 다시 한번 장악했다. 2025년 7월 21일부터 27일까지 집계된 Samba TV의 주간 스트리밍 차트에 따르면, 아담 샌들러 주연의 '해피 길모어 2'가 넷플릭스 최고 데뷔 성적으로 1위에 오르며 플랫폼의 독주를 이어갔다. 이 작품은 첫 주말에만 470만 가구가 시청한 것으로 나타났고, 이는 넷플릭스 올해 영화 중 최고 기록이다.
최근 8주 동안 넷플릭스는 서로 다른 여섯 개의 작품으로 차트 정상을 석권했다. 흥미로운 점은 넷플릭스가 8주 연속으로 1위를 지키고 있지만, 그 주인공이 매주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메디아의 웨딩 여행', '올드 가드 2' 같은 콘텐츠는 한 주 만에 순위권에서 사라졌고, 시청자들은 매주 새로운 콘텐츠로 빠르게 갈아타고 있다. 이러한 '일회성 소비' 트렌드는 스트리밍 시대의 특징이기도 하지만, 넷플릭스 내부에서도 새로운 전략적 전환의 필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서 유일하게 예외가 되는 콘텐츠가 있다. 바로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이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는 공개 6주차에 2,630만 뷰를 기록하며 최고 시청수를 갱신했고, 현재까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중 가장 늦게, 최고치에 도달한 영화가 되었다. 첫 주에는 930만 뷰로 다소 조용한 출발을 한 케데몬은, 2주차부터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다가 5주차와 6주차 연속으로 시청 수가 상승하는 기록까지 세웠다.
넷플릭스의 새로운 실험, 케데몬의 프랜차이즈 전략
넷플릭스는 이 작품을 단순한 일회성 콘텐츠가 아닌 프랜차이즈로 확장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넷플릭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후속 영화는 물론, 단편, 뮤지컬, 시리즈 등 다양한 확장 프로젝트가 논의되고 있다고 한다. 넷플릭스는 케데몬을 디즈니의 '겨울왕국'처럼 포지셔닝하려고 하고 있다. 특히 주제곡 'Golden'은 빌보드 HOT1O0과 글로벌 200 차트에서 상위권을 앞다투면서, 올해 아카데미 주제가상 출품작으로도 선정됐다.
넷플릭스는 초기에는 이 영화의 성공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원래 2021년 소니 픽처스 애니메이션에서 기획된 작품으로, 넷플릭스는 이후 공동제작 형식으로 참여했다. 2025년 6월 20일 공개 당시 픽사(Pixar)의 '엘리오'와 같은 날 출시됐고, 극장 개봉도 거의 없었으며, 별도의 오프라인 이벤트도 진행되지 않았다. 심지어 넷플릭스 스토어에도 상품이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입소문과 SNS 바이럴을 통해 관심이 폭발했고, 넷플릭스는 급하게 제작진에게 증정용으로 만든 호랑이 인형을 재생산해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 인형은 현재까지 넷플릭스 스토어 연간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으며, 삼성전자와의 콜라보 광고에서도 해당 캐릭터가 등장해 주목을 끌었다.
광고와 협업, 콘텐츠 외 수익 창출 본격화
넷플릭스는 삼성전자와 협력해 갤럭시 Z 폴드 7 광고에 영화 속 캐릭터를 활용했다. 광고 콘셉트는 기기의 멀티 카메라 구조를 까치의 다중 눈에 비유한 것으로, 단순한 프로모션 이상의 창의적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향후 브랜드 협업이나 인터랙티브 콘텐츠 확장 가능성도 열려 있으며, 팬 커뮤니티와 연동된 마케팅 전략도 점차 강화되고 있다.
넷플릭스가 말하는 성공의 새로운 기준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스트리밍 사업자들에게 중요한 사실을 다시 한번 깨우쳐 주었다. 콘텐츠 하나가 단순한 시청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IP 확장을 통해 머천다이징(MD), 음악, 공연, 팬덤 등 다양한 수익 모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다시 한번 증명한 것이다. 넷플릭스 공동 CEO 테드 서랜도스 역시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이 작품을 직접 언급하며, "음악과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작품의 생명력을 더욱 길게 만들 것"이라 평가했다.
이는 넷플릭스가 단순히 주간 스트리밍 순위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활용 가능한 IP를 어떻게 만들고 관리할 것인가의 전략이 중요한 관리지표 임을 보여준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올해 들어 자체 IP에 대한 투자와 상품화를 강화하고 있으며, 디즈니나 픽사처럼 자체 브랜드 캐릭터를 활용한 글로벌 확장도 모색 중이다.
이러한 변화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처럼 콘텐츠 자체의 매력뿐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세계관, 캐릭터 설정, 음악, 팬 커뮤니티 등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한 시청률이 아니라, 팬이 반복해서 보고, 구매하고, 공유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스트리밍 플랫폼의 다음 과제가 된 셈이다.
해외 스트리밍 시장에서 '단발성 흥행'과 '지속 가능 IP' 간의 균형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넷플릭스는 이 둘 사이에서 전자를 넘어서 후자를 본격적으로 키워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다. '해피 길모어 2' 같은 콘텐츠가 플랫폼에 단기적인 활력을 주는 것은 분명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케이팝 디먼 헌터스'처럼 다층적 수익을 창출하고, 문화적 파급력을 갖춘 콘텐츠가 장기적 성장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넷플릭스는 이제 수치보다 오래가는 콘텐츠, 즉 콘텐츠의 생애주기(COTENT LIFE CYCLE)를 길게 가져가는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지 넷플릭스만의 과제가 아니라, 스트리밍 시대 전체가 마주한 중요한 전환점이다. 팬들이 사랑하는 캐릭터, 자주 듣는 노래, 사고 싶은 굿즈가 있는 콘텐츠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성공작'이라는 사실을,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증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