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회 방송·미디어 에세이 공모전 수상작(우수상_선택의 진정한 의미)
안녕하세요. 다이렉트미디어랩입니다.
지난 3월 마무리된 제 1회 다이렉트미디어랩 방송·미디어 에세이 공모전에 많은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드립니다.이번 공모전에서는 43편의 작품 가운데 총 6편의 작품이 수상되었습니다.
방송·미디어 산업에 대한 대학(원)생분들의 의미 있는 통찰을 많은 분께 공유하고자 총 6편의 수상작 중 우수상, 최우수상, 대상 수상작을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입니다.
우수상 부문에는 총 4편의 작품이 선정되었으며, 분량 관계상 우수상은 1편씩 나누어 소개해 드릴 예정입니다. 수상하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전합니다! 🎉
저희 다이렉트미디어랩은 이번 제1회 공모전을 계기로, 앞으로도 대학(원)생 여러분께서 방송·미디어 산업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인사이트를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대학(원)생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부탁드립니다 😊
작품 명 : 선택의 진정한 의미
글쓴이 : 표세현(부산대)
‘차라리 통 속의 뇌였으면 좋겠다.’ SNS에 종종 소개되는 말이다. 이는 주로 자신의 현재의 삶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자조적인 표현이다. 실제로 인생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은 그저 통 속에서 어떤 장치에 연결되어 있는 뇌일 뿐이고, 경험하는 모든 것들은 현실이 아닌 전기 신호로 만들어진 정보에 불과하기를 바란다는 것이다. 이러한 표현 아래에는 자신이 잘못된 길을 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깔려있다. 좀 더 근본적으로는 자신이 내린 선택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그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콘텐츠 분야에서도 선택에 대한 불안감을 보여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넷플릭스 증후군’이다. 넷플릭스 증후군이란 감상할 작품을 쉽게 결정하지 못해, 실제 콘텐츠를 보는 시간보다 무엇을 볼지 고민하는 시간이 더 길거나 감상 자체를 포기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메조미디어의 2022 업종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OTT 소비자 분석 조사에서 응답자의 약 50%가 넷플릭스 증후군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넷플릭스 증후군이 시사하는 바는 단순하다. 사람들은 무엇을 볼지 잘 선택하고 싶어한다. OTT 플랫폼 기업은 이러한 이용자의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
잘 선택한다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는 효용의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옳다. 이용자가 콘텐츠를 선택했을 때, 이용자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것이 OTT 플랫폼 기업이 목표로 삼아야 하는 지점이다. 콘텐츠 선택에서 효용의 극대화는 곧 만족감의 극대화이다. 이것은 이용자에게 완전한 정보와 온전한 선택의 기회를 줌으로써 실현될 수 있다. 이를 가장 먼저 적용할 수 있는 분야는 옴니버스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옴니버스란 영화나 연극의 한 형식으로,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몇 개의 독립된 짧은 이야기를 늘어놓아 한 편의 작품으로 만든 것이다. 그러나 통상적으로는 그러한 형식의 모든 콘텐츠를 지칭하는 말로 사용된다.
옴니버스 콘텐츠는 이야기의 독립성이라는 특성 덕분에 순서대로 감상하는 것이 필수적이지 않다. 그래서 이용자들은 콘텐츠 내에서 어떤 에피소드를 시청할 것인가 하는 추가적인 선택권을 가지게 된다. 이용자가 더 많은 선택의 기회를 가진다면, 기업은 이용자에게 높은 만족도를 제공할 기회가 더 많아진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세 가지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검색기능 강화, 나만의 재생목록 기능 지원, 시청자 수요 분석에 기반한 에피소드 모아주기를 통해 이용자는 기존보다 더욱 능동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
첫 번째 방법은 검색기능을 강화하는 것이다. 여러 OTT 플랫폼이 제한적인 검색 기능만을 지원하고 있다. 이를테면 원하는 콘텐츠를 찾을 수는 있지만, 콘텐츠 내의 수많은 에피소드 중에서 이용자가 원하는 에피소드를 찾을 수는 없다. 이용자는 순서대로 정렬된 에피소드 중에서 자신이 감상하고자 하는 것이 몇 번째 시즌의 몇 번째 에피소드인지 다른 곳에서 정보를 얻어 손수 찾아가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는다. 에피소드마다 제목이 있는 경우는 조금 사정이 나을 수 있지만, 아예 제목이 표시되지 않거나 제목으로 에피소드를 검색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각각의 에피소드에 제목을 정확히 표시하고 이를 통해 에피소드를 검색할 수 있게 한다면 이용자는 더욱 만족스러운 선택을 경험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나만의 재생목록 기능을 지원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음악 감상 애플리케이션은 이를 제공하고 있다. 이용자가 원하는 음악만 모아 재생목록을 구성하면, 그 목록에 있는 음악들만 재생되는 것이다. 유튜브 또한 원하는 영상만을 모아 시청할 수 있는 재생목록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OTT 플랫폼에서는 이를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이용자가 특정 에피소드만 보고 싶어한다면, 보고 싶은 몇 개의 에피소드만 재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만의 재생목록 기능은 OTT 플랫폼이 이미 가지고 있는 다음 화 자동재생 기능과 시너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원하는 에피소드로만 이루어진 재생목록을 직접 만들고 목록에 포함된 에피소드가 자동으로 연속 재생된다면, 이용자는 깊은 충족감을 느낄 것이다.
마지막으로, 플랫폼이 에피소드를 모아주는 방법이다. 나만의 재생목록 기능의 한계는 품이 많이 든다는 점이다. 오래 방영되었거나 장편 콘텐츠의 경우, 에피소드의 수가 상당히 많다. 그중에서 원하는 것을 하나씩 재생목록에 추가하는 것은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들어 감상 포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런 작업을 플랫폼이 대신 해준다면 이용자의 불편이 줄어든다. 이용자들이 자주 입력하는 검색어를 분석하여, 선호도가 높은 에피소드들의 공통점에 기반해 재생목록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특정 캐릭터가 등장하는 에피소드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면, 그 캐릭터가 등장하는 에피소드를 모은 재생목록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로써 이용자는 적은 노력으로 높은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이러한 방법들을 도입하는 것은 어떤 기업들에게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한 조치로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다. 오리지널 콘텐츠와 IP 경쟁은 매우 치열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많은 기업들은 각자 최고의 기술력을 앞세운 큐레이션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용자는 플랫폼에 대한 충성도가 높지 않다. 각종 프로모션으로 체리피킹 현상이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곳이 OTT 시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용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더 높은 수준의 선택권을 제공해야만 한다.
본디 선택권은 권력을 가진 자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하다못해 점심메뉴를 선택하는 일도 내 생각보다는 상사의 취향에 의해 결정된다. 아침 일찍부터 해가 질 때까지 사회가 또는 내가 아닌 누군가가 선택한 것에 따르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잠들기 전에 볼 콘텐츠를 고르는 것은 하루 중 유일하게 허락된 선택의 기회일 수 있다. 그들에게 온전한 선택의 기회를 제공한다면, 그들은 자신이 권력자가 된 듯한 느낌을 받으며 그것을 충분히 누리려 할 것이다. 자신이 가진 권력을 스스로 내려놓으려 하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는 않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