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회 방송·미디어 에세이 공모전 수상작(대상_감성 시대 속 미디어 비평의 살아남기)
안녕하세요. 다이렉트미디어랩입니다.
지난 3월 마무리된 제 1회 다이렉트미디어랩 방송·미디어 에세이 공모전에 많은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드립니다.이번 공모전에서는 43편의 작품 가운데 총 6편의 작품이 수상되었습니다.
방송·미디어 산업에 대한 대학(원)생분들의 의미 있는 통찰을 많은 분께 공유하고자 총 6편의 수상작 중 우수상, 최우수상, 대상 수상작을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입니다.
수상하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전합니다! 🎉
저희 다이렉트미디어랩은 이번 제1회 공모전을 계기로, 앞으로도 대학(원)생 여러분께서 방송·미디어 산업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인사이트를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대학(원)생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
작품 명 : 감성 시대 속 미디어 비평의 살아남기
글쓴이 : 김영훈(한양대)
인간적인 것에 대한 재정의가 필요한 시대이다. 기술적 진보에 관한 논의가 휩쓸고 간 자리에는 국가 차원의 거대 담론과 그들이 선사할 희망적인 미래를 향한 기대만이 남아있을 뿐, 그 대가로 해체되고 대체될 인간성에 관한 논의는 시대에 뒤처진 것으로 치부될 뿐이다.
AI를 비롯한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우리의 소통 방식, 소비 양태, 심지어는 개인적 선호에까지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틱톡, 인스타그램, 유튜브 숏츠와 같은 숏폼 콘텐츠 플랫폼의 급격한 성장은 사람들의 미디어 소비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았으며, 논리·수리적 영역은 대체 이성을 갖춘 인공 지능의 몫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어쩌면 지금이야 말로 이제 우리에게 남아있는 것, 그리고 앞으로도 남을 것이 무엇일지 생각할 수 있는 마지막 과도기일지 모른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유행한 ‘너 T야?’ 밈은 흥미로운 현상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공감성과 감정이 결핍된 인간을 풍자하는 이 밈의 대중적 확산은 공감과 감정이 인간의 중요한 특성이라는 사회적 동의를 반영한다. 이를 방증하듯, 미디어의 영역에서도 어느새 깊이 있는 분석이나 비판적 사고보다는 순간의 감정적 반응과 공감이 중시되고 있다.
많은 블로그 플랫폼에서도 이러한 양상은 여실히 드러난다. 대표적인 블로그 플랫폼인 브런치 스토리의 상단을 장식하고 있는 글들은 흔히 기술과 기계가 쉽게 대체할 수 없는 것으로 여겨지는 ‘사랑’, ‘가족’, 그리고 ‘일상’과 같은 가치들을 주제로 하고 있다. 당연하게도 차가운 논리적 이성보다는 뜨거운 감정에 더욱 가까운 것들이다. 어쩌면 그동안 이성과 논리성의 대표적인 기호로 작동하던 글의 영역까지 감정이 침투한 것은 다소 독특한 현상이다.
감정 보존의 노력은 비단 브런치 스토리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국가 중대 사안을 다룬 기사에서도 감정을 ‘AI는 감히 달성할 수 없는 독자적인 인간의 능력’으로 은밀히 재정의하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안희재, 2024.12.07). 이처럼 감정을 인간의 고유한 영역으로 보존하기 위한 노력들은 기술 시대 속에서 소멸해가는 인간성을 지키려는 적자생존적 행태로 느껴진다.
이러한 노력은 미디어 환경 속 콘텐츠 소비·생산 방식을 적극적으로 개편하고 있다. 감정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콘텐츠 소비 방식의 변화는 공감과 분노로 대표되는 감정적 고조를 빠르게 이끌어 낼 수 있는 콘텐츠에 더 높은 조회수와 상호작용을 담보한다. 나아가 사용자의 감정적 반응과 상호작용 빈도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추천하는 알고리즘 중심의 큐레이션 시스템은 이러한 감정적 콘텐츠만을 선별적으로 배치한다. 이제 콘텐츠 생산자의 앞에는 감정적으로 선택되거나, 이성적으로 묻히거나 오로지 두 가지의 선택지만이 놓여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변동 속에서 비평의 지위는 특히 불안정하다. 감정보다는 논리와 이성적 분석을 지향점으로 두고 있는 고전적 비평 체계가 마주하는 감정적 호소의 어려움은 비평을 위기에 빠뜨린다. 하지만, 비평의 축소가 사회적 변동 속의 필연적 현상이라고 하더라도, 사회의 지배적인 담론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아가 새로운 담론을 형성하는 비평의 본질을 고려한다면 그 축소와 마땅히 예견되는 종국적 소멸을 그저 방관하는 것은 올바르지 못하다.
때문에 이제는 비평의 본질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현대 미디어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형식적 변화 뿐만이 아니라, 비평의 근본적인 사회적 기능까지도 재정립할 수 있는 변혁의 과정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전통적인 장문의 비평 형식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미디어에 최적화된 비평의 포맷을 적극 활용해야만 함을 의미한다. 예컨대, 전통적인 장문의 비평 형식을 지닌 영화 평론 기사들과 모 영화평론가의 유튜브는 영화에 대한 정보와 해석 그리고 사회적인 시사점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플롯을 지닌 비평임에도 그 접근성에서는 현저한 차이가 난다. 영화 평론 기사들의 심층적인 텍스트 비평이 여전히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부정할 수는 없으나, 독자와의 상호작용 측면에서 유튜브 콘텐츠가 즉각적이고 감각적인 정보 전달을 통해 더 광범위한 독자층과 소통하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누군가는 장문으로 드러나는 문자성을 비평의 본질로 여겨, 이러한 변화를 비평의 본질에 대한 위협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변화는 본질적 기능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기능을 더욱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전략적 적응으로 이해해야만 한다. 이러한 변화를 거치더라도 비평은 여전히 문자성과 병존할 수 있으며, 사회 문화적 맥락을 제공하고 비판적 사고를 촉진할 수 있다. 어쩌면 종전보다도 더욱 활발한 사고를 촉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는 비평이 가지는 경직된 무게를 덜어내는 것으로 시작된다. 지난 문자성의 시대 속에서 비평은 독자적 권위와 거리를 바탕으로 한 엘리트주의적 형태를 유지해왔다. 비평가는 작품과 사회를 내려다보는 절대적 관찰자의 위치에 있었고, 독자는 일방적으로 비평을 수용하는 위치에 머물렀다. 그러나 우리가 새로이 맞이한 디지털 미디어 환경은 이러한 수직적 관계를 해체하고 수평적 소통의 가능성을 내비친다.
이제 비평은 독점적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와 함께 해석하고 성찰하는 과정으로 변모해야만 한다. 이는 비평의 권위를 약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사회적 기능과 영향력을 확장하는 전략이 될 수 있다. 댓글 기능 등을 통한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중요하다는 것은 자명하지만, 그에 대한 비평가의 적극적 수용과 반응 또한 못지 않게 중요하다. 당신의 의견에 경청하고 있다는 적극적 반응은 더욱 민주적인 의견의 교환을, 나아가 진보하는 사회로의 도약을 도우리라 믿는다.
감성의 시대,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비평의 생존이란 쉽지 않은 일이다. 다만, 그렇더라도 우리는 비평을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이 변화의 시기야 말로 비평의 본질적 가치를 재발견하고, 더욱 역동적이고 포용적인 비평의 형태를 모색할 기회이다. 비평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비판적 사고와 문화적 성찰을 이끄는 중요한 지적 실천이고,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지적 실천을 보존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참고문헌
안희재. (2024.12.07) .국민의 힘 의총서 "대통령 담화, 'AI 윤석열' 같아…국민 감성 못 헤아려". SBS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