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스튜디오 투자의 겨울…한국을 주목한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계속되자, 미디어 기업들의 콘텐츠 투자 전략도 바뀌고 있다. 투자 일변도에서 비용을 의식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기업들의 콘텐츠 투자가 향후 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도 보다 명확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2023년 할리우드 주요 스튜디오들의 콘텐츠 투자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가하더라도 상승폭은 예년에 못미칠 전망이다. 하지만, 동시에 스트리밍 투자에 대한 효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지전이 되고 있는 스트리밍 전쟁]
모펫내탄슨(MoffettNathanson)은 그래도 메이저 미디어 기업과 테크 기업의 2023년 전략 1순위는 스트리밍 콘텐츠에 대한 투자라고 분석했다. 이들은 글로벌 시장을 위해 스포츠 중계, 오리지널 등에 집중투자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2021년 처럼 과격한 투자는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스트리밍 전쟁은 국지전이 될 것이며 1년 전에 비해 1% 가량 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모펫내탄슨은 내다봤다.
시장 변화에 따라 콘텐츠 투자비를 조정하는 대표적인 기업이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WBD)다. 모펫내탄슨의 자료에 따르면 WBD의 현금 기준 콘텐츠 투자(content spending on a cash basis)는 2023년 200억 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WBD는 CEO 데이비드 자슬라브(David Zaslav)가 집권한 이후 공격적인 비용 절감 조치에 따라 2022년 약 215억 달러에서 줄었다.
NBC유니버설 역시, 1년 사이 252억 달러에서 248억 달러(2023년)로 투자금액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스트리밍 서비스 피콕에 대한 투자로 증가로 이전에는 2023년 역대 최대 금액이 될 것으로 전망했었다.
아울러 넷플릭스는 2023년 투자 금액이 2022년과 비슷하고 디즈니와 파라마운트의 경우 2023년 콘텐츠 투자비가 전년 대비 소폭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증가폭은 예전에 비해 낮아졌다.
[투자 대신 수익을 선택하는 스튜디오들]
콘텐츠 제작에 대한 지출 감소는 스트리밍의 투자 전쟁이 마무리되고 수익 개선 전쟁이 시작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암페어(Ampere) 역시, 2월 2023년 글로벌 콘텐츠 투자가 2,430억 달러로 전년 대비 2% 성장하는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2020년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글로벌 콘텐츠 시장 투자는 스트리밍 전쟁 이전에 비해선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스트리밍 등 DTC(Direct to Consumer)의 경우 2023년 전체 투자 감소에도 불구하고 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전체 콘텐츠 투자액 중 스트리밍에 대한 지출 비중은 계속 늘고 있다. 이는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모펫내탄슨에 따르면 NBC유니버설의 콘텐츠 상각(content amortization)은 2% 감소했지만 DTC콘텐츠 상각(DTC content amortization)은 1년 전에 비해 28% 늘었다.
스튜디오의 자산에 해당하는 콘텐츠 상각이 많다는 이야기는 그만큼 투자도 크다는 말이다. 보통 스튜디오의 콘텐츠 투자금은 5년 내 100% 회수된다.
DTC에 대한 투자 증가는 실시간 콘텐츠 투자 감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케이블TV 구독자가 줄어드는 등 유료 방송 생태계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이제 오리지널 공급이 부족하면 케이블TV생태계는 빈곤의 악순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적은 투자비로 높은 효율을 올리기 위해선 ‘신선한 기획’으로 이른바 기대 외의 대박을 기대할 수 밖에 없다. 이른바 수요가 높은 콘텐츠(The Most In-Demand)다. 이런 고수요 콘텐츠는 더 많은 구독자를 몰고 온다.
[다시 한번 한국, K콘텐츠]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한국산 K콘텐츠는 또 다른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적은비용(할리우드에 비해 상대적으로)으로 큰 효과를 내는 콘텐츠 중 K드라마 만큼 뛰어난 작품이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콘텐츠 수요를 측정하는 패럿애널리스틱스(PA)에 따르면 2022년 넷플릭스에서 초연(Premiere)된 콘텐츠(인터내셔널) 중 한국 드라마 ‘지금 우리 학교는(All of Us Are Dead)’의 첫 30일 수요가 58배나 됐다.(평균에 비해 58배가 높은 수요)
최고 인기작이었던 ‘웬즈데이(Wednesday)’의 85.7배와 견주어 크게 뒤지지 않았다.
엄청난 돈을 쏟아 부은 경쟁작에 비하면 매우 큰 수학인 셈이다. 플랫폼을 제외하고 1위 수요 콘텐츠는 HBO의 신작 ‘하우스 오브 드래곤(House of the Dragon)이었는데 114.9배나 됐다. (첫 30일 동안) 버라이어티에 따르면 10부작인 하우스 오브 드래곤의 제작비는 편당 2,000만 달러(266억 원)이나 됐다.
[투자는 줄이고 효율은 높여야 하는 상황]
때문에 스튜디오들은 스트리밍 서비스 딜레마에 빠졌다. 투자는 줄이고 효율은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스트리밍 시장 성장과 필수 콘텐츠의 공급이 중단되지 않은 동시에 비용도 축소하는 묘안이 필요하다.
할리우드의 변화한 계산법은 콘텐츠 투자와 스트리밍 시청 시간 간 실험과 관련한 모펫내탄슨의 다른 데이터로도 증명된다. 이 결과 시간 당 수익성이 높은 SVOD서비스들은 오히려 콘텐츠 비용 측면에서 높은 수익율을 달성하기 어렵다. 스트리밍 피콕을 운영하는 NBC유니버설이 대표적이다.
피콕은 많은 인기작(실시간 시청 콘텐츠)으로 미국 1위 시간당 수익률(the highest U.S. revenue per hour of content)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마진율은 -64%로 가장 낮다. 가입자 규모가 너무 작기 때문이다. 비싼 제품을 팔아도 손님이 별로 없는 것이다.
과거 구독자 숫자에 모두가 열광할 당시에는 이런 복잡한 매트릭스가 의미가 없었다. 그러나 미국 증권 투자자들은 이제 스트리밍에 보다 명확한 수익을 요구하고 있다.
때문에 앞으로도 비즈니스 관점의 수익 증대는 중요해 질 수 밖에 없다. 현재 거의 모든 할리우드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2024년 흑자를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수익의 드라마틱한 성장이 없다면 흑자를 위해선 투자를 줄일 필요가 있을 지도 모른다. 2023년 투자 규모가 경기에 따라 더 감소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