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로 진화하는 FAST. 그들은 '한국에도 유효하다'

광고를 보는 대신 콘텐츠를 무료로 볼 수 있는 TV 채널인 FAST(Free-Ad Supported Streaming TV)는 사람들에게 재방송(Rerun)채널로 분류되어 있다. 오리지널이나 신작이 아닌 콘텐츠지만 무료로 TV를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2차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FAST의 영향력을 평가절하하는 사람들도 바로 이 지점을 두고 ‘FAST는 확장성’이 없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FAST 오리지널이 늘고 있다. 장르를 가리지 않지만, 뉴스와 스포츠를 중심으로 한 FAST오리지널 트렌드가 강하다. 제작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반복 방문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플랫폼과 광고주 모두 선호한다.

치열한 경쟁과 제작 부족에 허덕이고 있는 넷플릭스 등 유료 스트리밍이 오리지널을 줄이고 있는 것과 다른 흐름이다. 그러나 어느 미디어 플랫폼과 한 쪽의 날개로만 살수 없다.  유료 스트리밍의 미래가 오리지널에만 있지 않지만 FAST의 미래도 라이브러리에만 존배하지 않는다.

결국 사람들이 모이고 콘텐츠 소비 시간이 늘어날 경우 이들이 찾는 프로그램은 다양해져야 한다. 오리지널로의 진격을 시작한 FAST의 힘은 이제 시작이다.

[진화하는 FAST 메이저들의 진격]

2022년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 CEO 데이비드 자슬라브(David Zaslav)는 FAST의 영향을 평가 절하 했다. 그는 FAST를 과거 서부 영화(Rawhide, Bonanza)에 적합한 플랫폼이라고 평가 했다.

하지만, 자슬라브의 생각은 과거다. FAST가 재방송 프로그램과 유튜브  콘텐츠를 기반으로 태어났지만 이는 2019년 상황일 뿐이다.

이제 FAST에는 메이저 스튜디오와 유명 엔터테인먼트 회사들도  들어오고 있다. 지상파나 케이블TV 등에서도 방송하고 있는 브랜드 채널(Branded Channel)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급격히 증가하는 오디언스에 할리우드에서 FAST를 무시할 수 있는 메이저 스튜디오는 더 이상 없다. 박준경 뉴아이디 대표는 “FAST를 알고 서비스하지 않는 것과 FAST를 모르고 대비하지 않는 것은 미디어 기업의 미래에 큰 차이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뉴아이디(New ID)는 아시아 최대 FAST 사업자다.

브랜디드 FAST채널 증가(버라아이터 미국)

[진화하는 FAST 이제는 오리지널]

주요 메이저와 스튜디오들이 가세한 미국 FAST 시장은 오리지널 콘텐츠로 진화를 시작했다.

FAST채널들은 오리지널에 대한 투자를 시작했다. FAST오디언스오 광고주가 투자를 견딜만큼 성장했다는 이야기다. 많은 FAST채널과 기업들이 오리지널 콘텐츠를 앞세워 광고와 시청자를 확보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전통 TV가 쓰는 전략을 그대로 적용하는 셈이다.

FAST 오리지널은 거의 모든 장르에서 등장하고 있다. 드라마, 예능, 뉴스, 스포츠 등 TV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장르가 FAST에도 오리지널로 방송되고 있다.

FAST오리지널은 저렴한 예산으로 만들어진 작품은 아니다. 평가도 좋다. 테이스트메이드(Tastemade), 프리비(Freevee) 등과 같은 FAST서비스들의 오리지널 콘텐츠는 에미상(Daytime Emmy) 후보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프리비의 모큐멘터리 시트콤 ‘Jury Duty’가 75회 에미상 후보 3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이런 성과는  케이블TV와 유료 스트리밍에서도 통할 콘텐츠가 FAST오리지널로 서비스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기업의 FAST진출(버라이어티)

테이스트메이드 채널의 FAST서비스 진출(버라이어티)


[테이스트메이드의 전략에서 보는 FAST 오리지널]

FAST채널의 오리지널은  성공과 차별화를 위한 가장 훌륭한 방법이 된다. 음식과 여행 콘텐츠를 제공하는 온라인 스튜디오 테이스트메이드(Tastemade)가 좋은 예다. 2019년 10월에는 4개 메이저 FAST서비스가  테스트메이드 채널을 송출했지만 2023년 8월에는 11개로 늘었다.

이렇게 빠른 시간 플랫폼을 확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물론 오리지널이다. 테이스트메이드 채널은 2021년 이후 27개 오리지널 콘텐츠 시즌을 방송했고 6개는 독점(exclusive acquisitions)이었다. 2022년에는 에미상 교양 부문(Daytime Emmy)에서 뛰어난 요리 프로그램 호스트(Outstanding Culinary Host, Frankie Celenza, “Struggle Meals”) 상을 받기도 했다.

다른 채널도 있다. 코미디언 케빈 하트(Kevin Hart)가 보유하고 있는 LOL네트워크는 ‘Cold as Balls’라는 이름의 오리지널을 FAST에 편성했다.

베보(Vevo)는 최근  FAST채널 베보 팝(Vevo Pop) 통해 오리지널 롱폼 시리즈 'Extended Play’를 런칭했다.‘트러스티드 미디어 브랜드(Trusted Media Brands)는 5개 FAST 채널을 운영 중인데 이 중 85%의 콘텐츠를 직접 제작했다.  

독립 배급사 필름라이즈(FilmRise)는 FAST채널에 방영되는 13개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었다.  킨(KIN)이나 폭스 소울(Fox Soul), 레볼트 맥스테입(Revolt Mixtape)과 같은 FAST채널도 오리지널 예능, 교양 시리즈를 보유하고 있다.

폭스의 FAST서비스 후보(Fubo)는 유명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Ryan Reynolds)와 새로운 채널 ‘맥시엄 이펙트 채널(Maximum Effort Channel)’을 런칭했는데 오리지널 콘텐츠 ‘베드타임 스토리 위드 라이언(Bedtime Stories With Ryan)’를 주축으로 하고 있다.

[FAST플랫폼도 가세한 오리지널 콘텐츠 시장]

투비(Tubi)나 주모(Xumo) 등 FAST서비스 플랫폼 역시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FAST플랫폼의 오리지널은 AVOD이나 자체 FAST채널로 유통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투비 오리지널(Tubi Originals,  전용), ‘로쿠 채널 무비&TV(Roku Channel Movies & TV, Roku Channel에서만 방송) , 프리비의 ‘주디 저스티스 채널(Judy Justice Channel)’ 등이 있다.

FAST 플랫폼들은 드라마(scripted content)에도 투자하고 있다.  폭스가 운영하고 있는  투비는 수백 편의 오리지널 영화를 제작해 FAST에 송출하고 있다.

아마존의 프리비(Freevee)는  프리비 오리지널(Freevee original) ‘레버리지: 리뎀션(Leverage: Redemption)’을 내놨다. 제작은  일렉트릭 엔터테인먼트(Electric Entertainment) 맡았다.

프리비는 또  ‘저지& 저리 채널(Judge and Jury channel)’도 운영하고 있다. ‘저지&저리 채널’은 다른 프로그램 두 개 )‘Judy Justice’와 ‘Jury Duty)를 섞은 드라마다.

로쿠는 2021년 숏 폼 스트리밍 ‘퀴비(Quibi library)’의 오리지널 라이브러리를 전량 인수해 드라마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이와 함께 로쿠는 FAST 오리지널 영화(Weird Al Yankovic)를 만들기도 했다.

[FAST 오리지널의 또 다른 핵심 스포츠]

스포츠 역시, FAST서비스를 위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든다.

CBS 스포츠는 지난 4월 일일 아침 프로그램이 포함된 FAST채널 ‘CBS Sports Golazo Network’를 런칭했다. 골라조 네트워크(Golazo Network)는 FAST 플루토 TV(Pluto TV)나 파라마운트+와 웹사이트에서 24시간 7시간 방송된다.

여성 스포츠 관련 내용만 방송하는 ‘우먼 스포츠 네트워크(Women’s Sports Network)’는 FAST전용 스포츠 중계와 스튜디오 토크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스포츠 토크 프로그램 역시 FAST오리지널이 나온다.

모회사 프라임 비디오가 목요일 풋볼 경기(NFL Thursday Tiket)을 중계하고 있는 프리비(Freevee)는 ‘프라임 비디오 토크(Prime Video Sports Talk)’를 방송하고 있다.

로쿠 채널은 인기 스포츠 앵커 리치 아이젠이 진행하는 ‘더 리치 아이젠쇼(The Rich Eisen Show)’를 방송 중이다. 이 프로그램은 팟캐스트와 유튜브로도 송출되고 있다.  스포츠 토크나 전문 스포츠 중계(여성이나 대학, 고등학교 경기)는 한국 FAST에서도 충분히 도전 가능한 포맷으로 보인다.

[뉴스 오리지널은 FAST성공의 지표종]

오리지널 뉴스 보유 FAST채널을 송출하는 FAST서비스(버라이어터)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또 다른 FAST오리지널은 뉴스다. 뉴스는 FAST에서 핵심 콘텐츠 영역이다. TV와 FAST를 동일시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 있다.

온 국민이 다보는 뉴스. 그리고 새로운 뉴스(오리지널)가 FAST에 늘어나는 순간이 FAST가 활성화 단계에 왔다는 지표일 수도 있다.

NBC, 폭스, ABC, CBS 등 미국 지상파 방송은 모두 미국 전역을 커버하는 ‘FAST전용 네트워크(NBC News NOW, CBS Streaming Network, ABC News NOW)’와 ‘오리지널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다.

지역 뉴스 스크립스 네트웍스(Scripps Networks)도  스크립스 뉴스(Scripps News)를 FAST에 송출한다.  스페인 전문 텔레비사 유니비젼(Televisa Univision)은 FAST플랫폼에 ‘노티시아스 유니비젼 247(Noticias Univision 247)’을 제공한다.

FAST 날씨 뉴스 역시 인기가 많다. 아큐웨더(AccuWeather), 폭스웨더(Fox Weather) 등은 FAST플랫폼이 가장 선호하는 FAST채널 중 하나다.

현재 미국 주요 뉴스 방송사 중 FAST에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는 곳은 CNN이 유일하다. CNN이 운영하는 FAST채널 ‘CNN헤드라인(CNN Headline)’은 재방송 뉴스 클립을 제공한다. 시청률이 잘 나올리 없다.

CNN의 라이브 채널은 FAST에 적합할 수 있지만 CNN은 새로운 선택을 했다.

2023년 8월 25일 CNN은 모회사 WBD의 스트리밍 서비스 MAX에 CNN을 라이브 채널 ‘CNN MAX’를 런칭하기로 했다. 하루 4시간 라이브 뉴스와 기존 방송된 프로그램을 전송한다. 케이블TV와의 계약 위반을 피하기 위해 ‘인터내셔널’에 방송되는 라이브 프로그램을 이용할 방침이다.

[결국 FAST는 성공할 것인가?]

뉴미디어에 관한 글을 쓰면서 ‘실패할 가능성이 있는 플랫폼’을 자세히 설명하는 경우는 드물다. 과거 분석 기사가 아니라면 말이다.(가장 가까운 과거에는 8개월 만에 접은 숏 폼 스트리밍 퀴비(Quibi)가 있었다.)

현재 보수적인 광고주들과 방송 미디어 경영진 사이에서 FAST는 1950~2000년대 콘텐츠를 재방하는 플랫폼으로 평가 절하하는 인식이 팽배하다. 그러나 오디언스가 이동하고 있는 지금, 이 인식은 바꿀 필요가 있다. FAST에서 유통되는 콘텐츠가 대부분 과거 라이브러리 프로그램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동시에 FAST가 성장하면서 오리지널 프로그램이 과거 어느 때보다 늘어나고 있다는 것도 거부할 없는 트렌드다.

케빈 하트와 라이언 레이놀즈와 같은 최정상급 셀럽들이 FAST에 가세한 만큼, 미국 FAST의 성장은 시간 문제(only a matter of time)로 보인다.

이들이 앞서 유명 코미디언 코난 오브라이언은 이미 삼성 TV플러스와 손을 잡고 미국 등에서 오리지널 프로그램을 FAST로 내보내고 있다.  이 관점에서 더 많은 오리지널이 FAST를 찾을 것이라는 상상은 매우 쉽다.

오리지널이 있다고 해서 주류 플랫폼이 되는 것은 분명 아니다. 다이렉트미디어랩이 FAST를 더 주목하는 이유는 ‘FAST는 사람을 모을 힘’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 힘은 플랫폼(스마트TV)과 가격(무료)에서 나온다.

한국 FAST에 대해선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분들이 더 많다. 콘텐츠가 다양한 미국에선 되지만 한국에서는 통하지 않을 문법이라는 생각도 더 큰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아직 레거시 미디어들은 FAST에 본격적으로 발을 담그지 않고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한국 FAST의 성공을 희망적으로 본다.

콘텐츠의 품질이 우수하고 라이브러리 콘텐츠가 많지만, 여전히 후방 시장에서 소화할 수 있는 플랫폼은 레거시에 국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 주요 메이저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광고 시장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도 한국 FAST에는 적기다. 물론 한국 FAST는 볼 것이 많이 없다.

하지만 이는 앞서 언급했지만 시간의 문제다. 한국에서도 그 시작은 FAST오리지널 뉴스와 스포츠 토크 프로그램으로 본다.

그리고 글로벌 진출을 위해서도 한국 스튜디오 입장에서는 FAST플랫폼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