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와 영상, 하나의 구독으로…배민·티빙의 실험, 쿠팡 넘을 수 있을까?

국내 배달 플랫폼 '배달의민족'과 OTT 플랫폼 '티빙(TVING)'은 각각의 경쟁사인 쿠팡이츠와 쿠팡플레이에 맞서기 위해, 배달과 영상 시청을 결합한 구독 상품을 새롭게 선보인다.

배민클럽은 배달의민족이 작년 9월 선보인 유료 구독 서비스로, 월 3,990원에 알뜰배달 배달비 무료, 한집배달 배달비 할인, 장보기 및 쇼핑 쿠폰 지급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알뜰배달: 배달기사가 여러 곳을 동시에 배달하는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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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집배달: 배달기사가 한 곳을 빠르게 배달하는 서비스

배민클럽X티빙 구독 상품 포스터
출처: 배달의민족

이번 제휴로 6월 2일부터 8월까지, 배민클럽 가입자는 월 3,500원을 추가하면 티빙의 광고형 스탠다드 요금제를 함께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첫 구독 달에는 티빙 이용료가 100원으로 제공돼 총 2,090원으로 이용 가능하다.

또한, 결합상품 출시와 관련된 다양한 이벤트도 진행된다. 결합상품 출시 전 사전 이벤트로 5월 19일부터 6월 1일까지 알림 신청을 한 고객에게는 6월 첫 달 이용료 100원을 포인트로 환급해주는 이벤트가 진행된다.

6월 9일부터 7월 6일까지는 야구 중계와 연계한 ‘야구푸드로우’ 이벤트를 통해 추첨을 통해 티빙 연간 프리미엄 이용권과 배민 상품권을 제공할 예정이다.


쿠팡의 무료공격에 맞서는 배달의민족X티빙 연합군

배달의민족과 티빙의 이번 제휴는, 배달과 OTT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며 시장을 장악해가는 쿠팡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쿠팡은 무료 배달을 앞세워 빠르게 점유율을 넓히고 있으며, 서비스 시작 1년 만에 배달앱 1위인 배달의민족을 거세게 추격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쿠팡은 멤버십 회원인 와우회원을 대상으로 ‘무료배달’ 서비스를 업계 최초로 도입하였으며 이후 전국으로 빠르게 확대하면서 ‘요기요’를 제치고 국내 배달앱 2위 자리에 올랐다.

이에 맞서 배달의민족도 같은 해 5월, 유료 구독 서비스인 ‘배민클럽’을 론칭, 2024년 7월 9일부터 9월 10일까지 무료 체험 기간을 거친 뒤 본격적인 유료화를 진행했다.

국내 배달 플랫폼 3사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 
출처: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 재가공

쿠팡은 OTT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쿠팡은 오는 6월부터 와우 멤버십 가입자를 대상으로 쿠팡플레이 일부 콘텐츠를 무료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해당 서비스는 광고 기반 AVOD 모델로, 영상 시작 전과 중간에 광고가 삽입되는 대신 무료 시청이 가능하다.

기존 유료 회원에게는 고화질 스트리밍, 최신 영화 무료 시청 혜택을 제공하며, HBO 시리즈 등 일부 콘텐츠는 유료 회원 전용으로 운영된다.

한편, 네이버가 국내 최다 MAU(월간 활성 이용자)를 보유한 넷플릭스와 제휴한 상황에서, 티빙 역시 국내 OTT로서의 입지를 지켜내기 위한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었던 것이다.


국내 최초 배달플랫폼X스트리밍 업계의 만남, 해외에서는?

배달의민족과 티빙의 결합은 국내 최초의 배달앱-OTT 제휴 사례로, 식사와 콘텐츠 소비를 하나의 구독 경험으로 통합한 시도다.

이는 해외의 대표적 사례인 아마존 프라임(Amazon Prime)과 음식 배달 플랫폼 그럽허브(Grubhub)의 제휴와 유사한 흐름이다.

Grubhub와 Amazon의 제휴 광고 프로모션 

아마존은 직접 음식 배달 서비스를 운영하지 않지만, 프라임 멤버십 혜택의 범위를 확장하기 위해 2022년부터 그럽허브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Grubhub+’ 1년 무료 이용권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용자는 무료 배달, 리워드 적립, 우선 주문 혜택 등 프리미엄 서비스를 추가 비용 없이 이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아마존 프라임에 포함된 프라임 비디오를 통해 OTT 콘텐츠까지 함께 제공됨으로써, 음식 배달과 영상 시청이라는 일상적인 활동이 하나의 구독 서비스 안에서 통합되는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모델은 ‘배송+배달+OTT’를 통합 멤버십 하나로 해결할 수 있는 구조로, 국내의 쿠팡의 '와우 멤버십'과 유사한 방식이라 볼 수 있다.

쿠팡과 아마존의 구독 서비스 내용

배민과 티빙의 연합작전, 성공 가능성은?

최근 배달 플랫폼의 무료 배송이나 할인 혜택도 결국 유료 멤버십 가입이 전제되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무료’에 대한 체감 혜택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배달앱들도 단순한 가격 할인에서 벗어나 OTT 구독 등 새로운 가치 요소를 결합하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 점에서 배달의민족과 티빙의 제휴는 의미 있는 실험이지만, 성공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다.

무엇보다 가격 측면에서 쿠팡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 한계이다. 쿠팡은 ‘와우 멤버십’을 통해 무료 배송, 쿠팡이츠 배달비 무료, 쿠팡플레이 무료 이용까지 모두 포함된 서비스를 월 7,890원에 제공하고 있다.

반면, 배달의민족의 배민클럽(3,990원)에 티빙 광고형 요금제 추가 이용료(3,500원)를 합산하면 총 월 7,490원으로 쿠팡과의 가격 차이는 사실상 400원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쿠팡은 이 금액에 쇼핑, 배달, OTT를 통합 제공하는 반면, 배달의민족과 티빙은 서로 분리된 플랫폼에서 각각의 혜택을 제공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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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해, 멤버십이 분리되어 있고 혜택 범위도 제한적인 만큼, 두 서비스를 모두 자주 이용하지 않는 이상 실질적인 이점을 느끼기 어렵다. 이러한 구조는 결합 상품에 대한 체감 가치를 떨어뜨리고, 장기적 고객 유지에도 제약이 될 수 있다.

쿠팡이 쇼핑, 배달, OTT를 하나의 멤버십으로 유기적으로 통합해 사용자들에게 ‘가입 한 번으로 일상 소비 대부분을 해결하는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 것처럼, 배민과 티빙 역시 진정한 시너지를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서비스 묶음을 넘어서는 전략이 필요하다.

두 플랫폼의 결합이 시장에서 지속적인 파급력을 갖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사용자 경험 설계와 함께, 각자의 강점을 살린 콘텐츠·서비스 혁신이 병행되어야 한다.

특히, 식사와 영상을 단순히 나란히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두 소비 행위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려는 노력이 관건이다.

예를 들어, 콘텐츠 장르에 맞춘 메뉴 추천, 영상 시청 중 배달 연동 기능, 오리지널 콘텐츠와 연계된 전용 메뉴 출시 등은 사용자가 두 플랫폼을 ‘동시에’, ‘자연스럽게’ 사용하도록 만드는 실질적인 통합 전략이 될 수 있다.

완전한 플랫폼 통합은 당장은 어려울 수 있지만, 이번 제휴가 단순 할인 혜택을 넘어 ‘일상의 경험을 함께 만드는 시도’로 발전해 나간다면, 향후 배달 어플리케이션과 OTT의 협업 모델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