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가 담긴 콘텐츠는 사람들을 몰입하고 열광시킨다. 여기에 테크놀로지가 결합된다면 수용자들에게 더 큰 몰입감을 주거나 더 많은 사람들을 기쁘게 할 수 있다. 테크놀로지와 콘텐츠의 결합의 최전선에 있는 기업은 바로 디즈니(Disney)다.
1923년 설립된 디즈니는 1955년 우리 모두의 꿈을 그린 공간 테마파크 디즈니랜드(Disneyland)를 만들었다. 거의 70년이 넘는 시간 디즈니파크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기쁨을 전달했다.
디즈니의 엄청난 스토리를 어트랙션이나 라이드(Ride)를 통해 팬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했다. 또 테마파크, 호텔, 크루즈, 어드벤처(Adventure)를 넘나들며 디즈니 파크는 순간 순간이 평생의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수 있는 마법의 장소들을 개인에게 전달하고 있다.
[100년 전 스타트업이었던 디즈니 ‘스토리에 기술을 입히다.’]
상상의 공간을 현실로 만든 디즈니는 어쩌면 세계 최대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 축제 SXSW2023에 가장 잘 어울리는 기업이다. 콘텐츠와 혁신, 도전과 실패, 경험과 테크놀로지, 그리고 사람을 다루는 이 행사가 필요한 모든 것을 가지고 있고 이를 실제로 구현한 기업이기 때문이다.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린 SXSW2023 에서 ‘Creating Happiness: The Art & Science of Disney Parks Storytelling’ 컨퍼런스는 ‘디즈니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파악하기에 최적의 행사였다.
강연은 디즈니의 파크와 관련 상품을 책임지고 있는 디즈니 파크&엑스페이언스&프로덕트 대표 조쉬 다마로(Josh D’Amaro) 대표가 책임졌다. 그는 현장에서 “디즈니의 역사와 어떻게 손님들을 매혹시키고 기억에 남을 경험을 선사하는 지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특히, 그는 스토리텔링에 창의성과 혁신이 더해지면서 디즈니가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 지에 대해 상세히 전달했다.
다마로는 ‘테크놀로지가 지배한 SXSW에 디즈니는 도대체 왜 온 거야”라는 말로 연설을 시작했다. 그가 제시한 답은 ‘디즈니 역시 100년 차고에서 탄생한 스타트업’이었다는 것이다.
다마로 대표는 “100년 전인 1923년 월트 디즈니는 캔자스 시티의 집을 떠나 LA의 나무 차고로 이전해 스타트업 비즈니스를 시작했다”며 “그와 동생 로이 디즈니는 디즈니 카툰 스튜디오를 열었고 이후 디즈니 스튜디오가 됐다”고 설명했다. 디즈니도 처음부터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몇 년의 실패 끝에 1928년 최초의 디즈니 유성 애니메이션 ‘증기선 윌리’를 탄생시킨다”며 “월트 디즈니는 혁명가였고 늘 내일을 생각했다. 증기선 윌리(Steamboat Willie)는 ‘휘파람 소리’가 담긴 디즈니의 첫 애니메이션으로 디즈니가 오늘날 캐릭터 왕국으로 발돋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월트 디즈니는 자신이 만든 캐릭터 ‘오즈월드 럭키 래빗(Oswald the Lucky Rabbit)’의 판권을 유니버설에 빼앗긴 뒤 미키마우스 캐릭터를 만들어 재기를 꿈꾼다.
미키가 등장하는 첫 번째 애니메이션은 ‘정신 나간 비행기(Plane crazy)’라는 제목의 작품이지만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그러나 두 번째 작품 ‘질주하는 가우초(The Gallopin’ Gaucho)’ 역시 대중의 주목을 받는데는 실패한다. 하지만, 월트는 마지막 남은 돈으로 작품을 만들기 시작하고 새로운 스토리와 테크놀로지를 고민한다.
작품 제작 도중 월트는 할리우드 최초 유성영화였던 ‘재즈 싱어(The Jazz Singer)’의 시사회에 초대받고 무성영화 시대가 끝났음을 직감한다. 월트는 시사회 이후 제작 중이었던 ‘증기선 윌리’을 무성이 아닌 유성으로 만들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무성영화는 영사기로 초당 18프레임을 투사하는데 반해, 월트는 제대로 된 발성을 하려면 초당 24프레임이 필요함을 파악했다.
이에 당시로는 엄청난 돈인 1만 달러가 넘는 제작비를 투자한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증기선 윌리다.
배경음과 효과음을 영상과 함께 들려주는 것이 아닌, 캐릭터의 음성을 입 모양에 맞추는 토키 영화였다.
1928년 11월 18일 ‘증기선 윌리’는 콜로니 극장에서 다른 영화의 개막극으로 첫선을 보이며 관중의 열광적인 환호를 받는다. 다음날 버라이어티, 뉴욕타임스 등은 이 작품을 유성 애니메이션의 시작으로 명명한다.
[3대 키워드: 스토리텔링, 크리에이티브, 이노베이션 ]
다마로 대표는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디즈니는 3개의 핵심 축을 소개했다. 이 요소들을 이용해 고객들에게‘행복’을 주기 위해 디즈니는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모든 개인에게 의미를 주려고 노력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다마로 대표는 “행복은 모두에게 다르다. 가족들에게는 자녀의 졸업식에 디즈니랜드에 간 날, 젊은 연인들에게는 디즈니랜드 불꽃놀이가 그들의 인생에 기억남는 이벤트일수 있다”며 “디즈니는 고객들에게 행복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들의 최선에는 스토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디즈니가 스토리와 함께 행복의 핵심 요소로 꼽는 것이 음악과 음식이다. 음식은 이야기를 풍성하게 만든다. 테마파크에서 좋아하는 이들과 함께 먹는 음식은 기억을 증폭시킨다.
테마파크에도 늘 배경 음악과 효과음이 나오고 테마가 있는 식당과 음식을 제공하는 것이 이런 이유다.
디즈니는 새로운 음식 개발에도 엄청난 돈을 쓴다. 디즈니랜드에서 먹을 수 있는 츄러스의 경우 12가지 맛이 있다. 푸드에는 새로운 테크놀로지도 매우 중요하다. 디즈니파크에서는 ‘앤트맨’이 먹는 대형 츄러스도 즐길 수 있다.
음악과 사운드 역시, 행복에 빠질 수 없는 요소다. 최근 디즈니는 디즈니랜드의 공간에 녹아 들어가는 ‘뮤직 에코 시스템’을 구현 중이다. 디즈니랜드 스타워즈 존(갤럭시 엣지)에서 지속적으로 들을 수 있는 팔콘, X윙의 비행기 소음이 바로 그것이다.
음악은 고객들의 몰입도를 더 높인다. 존 윌리엄스가 작곡한 스타워즈 음악을 디즈니 파크에 들어서는 순간, 고객들을 이미 스타워즈에 있다.
음악은 핵심적인 스타워즈의 경험을 위한 핵심적 파트다. 다마로 대표는 개인적인 에피소드를 공개하며 “스타워즈가 아버지와 함께 본 첫 영화여서 ‘갤럭시 엣지’를 처음봤을때 눈물을 흘릴 뻔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자극제는 테마 상품이다. 스타워즈의 대표 무기는 라이트세이버(Lightsaber)다. 라이트 세이버에도 많은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가 탑재되어 있다.
[테크놀로지는 사람에서 나온다]
결국 이런 행복과 기술들을 현존시키는 것은 사람이다.
디즈니의 모든 어트랙션과 상품, 음식 등에는 이매지니어(imaginers)라고 불리는 테크니션(기술자)들의 호기심이 녹아있다. 디즈니의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 기업 ‘월트 디즈니 이미지어링(Imagineering)에서 근무하는 엔지니어와 프로듀서들이다. 이들은 라이프세이버의 소리를 만들고 스파이더맨에 하늘을 나는 기술을 선사한다.
이미지니어링의 사훈운 ‘불가능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디즈니는 상상을 상품으로 만든다.
SXSW2023 행사장에 등장한 레즐리 에반스 이매지니어링 디자이너는 엔터테인먼트가 기술을 만나 현재가 되는 순간을 소개했다.
에반스는 ‘상상’을 ‘상품(Product)’으로 구현하는 것이 그들의 R&D의 핵심이라고 전했다. 에반스는 “모든 부품이 직접 연구하고 수제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최종 제품이 나오기 전에 100개 넘는 프로토타입 제품을 만든다”고 강조했다. 에반스는 “이는 매우 어려운 작업”이라며 “왜냐하면 아무도 실제로 라이브세이버를 본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I, 디즈니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다]
생성형AI 챗GPT가 전세계를 흔드는 가운데 AI에 기반한 캐릭터도 SXSW2023 디즈니 행사에 등장했다. 디즈니 캐릭터는 ‘즐거움과 행복’을 고객들에게 선사한다.
캐릭터에도 테크놀로지가 숨겨져 있음은 물론이다. AI는 디즈니 캐릭터를 더 실체화 한다. 또 고객들과의 연결성도 강화한다. 디즈니는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캐릭터에 생명력을 부여한다.
다마로 대표는 강연장에 AI가 탑재된 요정 ‘팅커벨’을 들고 나왔다. 대화형 AI는 팅커벨과 실제로 대화하는 능력을 부여했다. 개발자의 질문에 답하고 자신의 생각을 청중들에게 말했다.
팅커벨과 대화하는 순간이 사실 이 강연의 절정이었다. 관객들은 이 장면 하나로 ‘디즈니의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와 그들이 추구하는 행복’의 방향을 알 수 있었다.
팅커벨은 진행자의 질문에 친구처럼 답했다. ‘SXSW에는 첫 방문이냐’는 질문과 ‘왜 항상 녹색 옷을 입냐’는 궁금증에도 팅커벨은 응답했다. 팅커벨의 답은 단순했다. ‘그냥 녹색을 좋아한다’
캐릭터 개발자들은 디즈니 애니메이터처럼 자연에서 영감을 얻고 있다.
캐릭터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고객들까지 만족시키는 것이 그들의 목표다. 마이클 일라드는 강연에서 “‘팅커벨은 실제’라는 말을 드는 것이 목표”라며 “팅커벨은 녹색이고 진짜다”라고 강조했다.
[캐릭터에 사람을 입히는 디즈니]
최첨단 로보틱스는 디즈니의 캐릭터 진화를 보여주는 정수다. 디즈니는 SXSW2023에서 그들의 최신 ‘다이내믹 로보틱스(Dynamic Robotics) 프로젝트를 최초 공개했다
더 실제같은 캐릭터를 만들기 위한 하드웨어 테크놀로지도 디즈니의 강점이다. 디즈니는 캐릭터가 고객들의 파크 경험의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그래서 고객들과 상호교감하는 캐릭터와 보다 실제(Real)같은 전에 보지 못한 캐릭터를 구현하는 하드웨어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공연 로봇의 목과 손목 발목 관절의 유연성은 가장 신경쓰는 요소다.
이매지니어링 개발자 조나단 베커와 마이클 일라드가 오스틴에서 소개한 ‘디즈니의 캐릭터 테크놀로지’는 놀라웠다. 디즈니는 하늘에서 공중 곡예를 벌이는 로봇과 하늘에 갑자기 떨어지는 자이로드롭의 유연성을 화면으로 보여준 뒤, 소녀 모습을 한 휴머노이드 로봇을 선보였다.
롤러스케이트를 탄 로봇의 특징은 인간에 가까운 유연성이다. 사람처럼 앉아있기도 하고 이매지너들의 목마를 탈정도로 다리가 자연스러웠다.
[아이 러브 디즈니랜드(I love Disneyland)]
기술이 중요하지만 디즈니의 중심은 사람이다. 결국 인간이 디즈니의 스토리텔링 매력을 완성한다. 캐스트 멤버(Cast Member)들은 방문객과 눈을 마주치고 교감하며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낸다. 다메로 대표는 “우리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스토리텔러”라고 강조했다. 물론 캐스트 멤버들이 교감하는 방식은 테크놀로지와 함께 진화한다.
디즈니는 플로리다 매직킹덤 파크 등에 가족과 어린이 고객을 위한 ‘위시 라운지(Wish Lounge)’을 운영하고 있다. 누구를 기다리기도 하고 감시쉬거나 사고가 생겼을 때 응급조치를 받는 곳이다. 이 공간 안에는 고객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게스트 북’도 비치되어 있다. 다멜로 CEO는 “우연히 게스트북을 봤는데 ‘나는 디즈니가 너무 좋다’는 어린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며 감격해했다.
월트 디즈니의 미래는 여전히 진화 중이다.
1971년 디즈니는 이미지니어링과 함께 ‘미래 세대를 위한 공간’을 고민했다. 이에 마케팅 전문가, 아티스트, 엔지니어, 인류학자 등 모두의 지혜가 합쳐 ‘우리의 미래 희망’을 담은 장소를 구현하고 싶어했다. 월트 디즈니의 생각은 1982년 지금 엡콧(EPCOT) 에 구현됐다. 엡코의 중심에는 있는 커다란 구형 모형은 사이언스 아트, 비즈니스, 혁신, 대화가 모두 구현된 미래를 의미한다.
다마로 CEO는 월트 디즈니의 말로 SXSW 강연을 마무리했다.
“만약 그것을 추구할 열정이 있다면, 우리의 모든 꿈은 현실이 된다.”(All Our dreams can com true, if we have the courage to pursue them)’
[디즈니 파크의 목표는 해피 플레이스]
100년동안 디즈니는 고객들의 ‘해피(행복)’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심지어 월트 디즈니는 LA애너하임에 디즈니랜드를 오픈하면서도 그곳을 ‘행복한 장소(Happy Place)’로 불렀다.
글로벌 1위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 기업 디즈니에게 행복 구현을 위해 테마파크는 매우 소중하다. 먼저 파크는 최고 매출을 올리는 사업이다.
디즈니 테마파크 매출은 전체의 디즈니 3분의 1가량을 차지한다. 동시에 이 곳은 디즈니 열정과 역량이 모두 담긴 장소이기도 하다. 디즈니의 이야기, 디즈니의 아트, 그리고 디즈니의 테크놀로지, 디즈니의 캐스트(직원), 디즈니의 열정 모두가 테마파크에 담겨있다.
디즈니는 LA 등 미국과 글로벌 지역에서 12개 파크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호텔 50개와 크루즈선도 운영하고 있다. 디즈니에 근무하는 직원만 17만 명으로 하나의 도시 규모를 형성하고 있다.
디즈니의 테마 파크 역시 팬데믹 당시 상당히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이제 팬데믹이 끝난 지금, 서서히 매출이 살아나고 있다. 2022년 4분기 역시, 파크 매출로 인해 디즈니가 기사회생했다.
2022년 12월 말 분기 디즈니 파크 부문(Disney Parks, Experiences and Products) 매출은 87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1% 상승했다. 분기 영업 이익도 25% 상승한 31억 달러였다. 2022년 12월 말 분기 디즈니의 매출은 235억 달러였다.
디즈니는 2023년 이후의 디즈니 파크를 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고객들의 현장 방문 욕구가 더 강해지고 있고 경기 불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디즈니 파크 매출은 계속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디즈니는 스타워즈 등 자체 IP를 중심으로 한 ‘테마파크 생태계’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2019년 디즈니는 ‘스타 갤럭시 엣지(Galaxy’s Edge)’ 공사에만 6억 달러를 투입했다. 단순 콘텐츠 회사와 디즈니의 차이점은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디즈니는 고객의 경험을 디즈니 이야기와 기술과 사람을 ‘수직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들의 이런 열정은 디즈니랜드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