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기선 윌리' 내년 저작권 풀려, 디즈니 IP 2.0시대 열리나
아시다시피 디즈니(Disney)는 IP관리에 철저하다. 자신들의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디즈니의 IP 역시 저작권법에 따라 겨우 95년만 유효할 뿐이다. 이 시기가 지나면 IP는 대중으로 귀속된다. 이는 모든 사람이 디즈니 캐릭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10월 16일 디즈니의 100번째 생일 앞두고 곤란한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 저작권이 끝난 디즈니 IP를 이용해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2023년 4월 개봉한 ‘곰돌이 푸: 피와 꿀(Winnie the Pooh: Blood and Honey)’이라는 이름의 영화다.
청소년 관람 불가인 이 영화는 어릴 적 친구로부터 버림받은 곰돌이 ‘푸’와 ‘피글렛’이 분노와 배신감을 느끼며 잔혹한 복수를 시작한다는 내용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푸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전개다.
푸를 이용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곰돌이 푸의 탄생이 1921년이기 때문이다. 푸를 담은 동화책과 스토리는 대중에게 소유권이 돌아갔다.
하지만 이 영화는 대박(?)을 쳤다. IMDB에 따르면 이 영화는 5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10일 만에 제작비 10만 달러 미만으로 제작됐다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성적이다. 하지만, 영화에는 푸의 친구 호랑이 티커(Tigger)는 등장하지 않는다. 티거가 원작 소설( A. A. Milne)의 2편까지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저작권이 아직 소멸되지 않았다.
이런 성적에 고무된 영화사는 속편 제작 계획까지 발표했다.
여기까지는 애교일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내년(2024년)이다.
1928년 디즈니의 존재를 대중에게 알렸던 애니메이션 ‘증기선 윌리(Steamboat Willie)’의 저작권이 2024년 1월 1일 풀린다.
'증기선 윌리'는 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대표 캐릭터 미키 마우스(Mickey Mouse)가 등장하는 3번째 영화다.
7분 길이로 세계 최초의 토키(유성)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하다.
[디즈니를 엔터테크 회사로 만든 윌리 저작권 풀려]
증기선 윌리는 버스터 키튼의 인기 영화 ‘증기선 빌(Steamboat Bill)’의 줄거리를 빌려와서 만들었다. 이 애니메이션에는 심술궂고 악명높은 사나이 피트(Pete)가 처음 등장하는 것으로도 팬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윌리는 많은 기록도 남겼다. 디즈니를 엔터테인먼트 테크놀로지 회사로 각인시킨 것도 바로 이 애니메이션이다.
사후 제작된(Post Produced) 사운드트랙을 사용했고 음성과 화면이 동기화된 첫 애니메이션이기도 하다. 이전에도 유성 애니메이션이 있었지만, 화면과 싱크가 맞는 영화는 윌리가 처음이었다.
다음은 또 ‘밤비(Bambi: The Reckoning)’다. 이 영화 역시, 공포 영화다. 2024년 개봉하는 영화에서 밤비는 숲속에 숨어 있는 살인 병기로 그려진다.
밤비가 첫 데뷔한 날은 1942년 8월 21일이다.(그러나 밤비의 원작 도서는 이미 저작권이 풀렸다.) 이 제작팀은 또한 ‘피터팬이 등장하는 공포영화(Peter Pan’s Neverland Nightmare)’도 준비 중이다.
[미키마우스 2.0 시대의 개막]
과거 미키의 저작권 만료가 임박했을 때, 디즈니는 미 의회 로비에 성공해 저작권 독점 기간을 연장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런 움직임이 없다.
디즈니 스스로 미키의 수명이 다했다고 보는 것으로 보인다.
디즈니가 만약 저작권 연장을 않으면 미키는 이제 디즈니가 아닌 대중 속에서 생명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미키의 저작권은 몇 년에 걸쳐서 대중에 풀린다.
미키의 목소리는 1929년 영화 ‘카니발 키드(Karnival Kid)’의 저작권이 만료되는 2025년 이후 사용할 수 있다.
이 영화는 미키 마우스 영화 시리즈 중 9번째 영화이며 지만 미키가 말을 하는 첫 번째 작품이다.
이전 미키들은 휘파람만 불었다. 지금 미키에 가까운 컬러풀 한 미키는 1940년 ‘판타시아(Fantasia)’에 처음 등장했다. 이는 1930년대까지 컬러풀한 미키가 공공영역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미키의 상표권은 살아 있을 듯]
하지만, 디즈니는 미키를 상업적으로 악용하는 사람들을 막을 장치를 가지고 있다.
바로 상표(trademarks)권이다. 미키의 저작권이 풀리는 것과는 별개로, 미키라는 단어는 쓰지 못한다.
상표권은 상표권 보유권자가 적용이나 사용에 대한 명백한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허락 없이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상표권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만료되지 않는다. 미키의 저작권과 브랜드 이미지는 2007년 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 편입됐다.
‘증기선 윌리’에서 미키가 휠을 돌리는 영상도 저작권은 만료되지만 디즈니 브랜드 이미지와 연관이 크기 때문에 디즈니가 상표권으로 적극 방어할 가능성이 있다. 미키 자체가 디즈니 상표이며 브랜드라는 개념이다.
윌리 영상을 상표로 만들어서 보호하는 것이다.
산타클라라 대학 하이테크 법률 연구소(High Tech Law Institute) 법학 교수 타일러 오초아(Tyler Ochoa)는 모닝 브루와 인터뷰에서 “디즈니는 캐릭터를 복제할 경우 대중들에게 혼란을 주고 디즈니 브랜드에 손상을 줄 수 있다는 주장을 할 수 있다”며 “이는 디즈니 상표권과 관련된 영역이며 저작권 소멸 후 이를 복제에 대한 방패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디즈니의 방패가 언제나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미키나 푸의 이미지와는 180도 다른 콘텐츠를 만들 때는 상황이 달라진다.
한편, ‘위니 푸: 피와 꿀’에서 보듯, 제작자들이 의도적으로 푸에 트레이드 마크인 노란 털의 빨간 셔츠를 입히지 않았고 가족 영화와는 전혀 다른 전개여서 디즈니의 개입 여지가 줄어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디즈니 역시, 이 영화 제작을 완전히 막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