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스트리밍 시대에도 살아남는 팟캐스트… 정서와 커뮤니티를 잡은 콘텐츠 전략
AI 생성 콘텐츠와 스트리밍 중심 플랫폼이 콘텐츠 산업을 재편하는 가운데, '팟캐스트'는 새로운 전략 콘텐츠으로 다시 부상하고 있다. 한때 라디오의 연장선으로 여겨졌던 팟캐스트는 이제 헐리우드 IP의 생명력을 연장하는 전략적 수단이자, Z세대의 감정 회복과 자기 표현을 가능하게 하는 미디어로 주목받고 있다.
종영 드라마, 다시 듣는 이야기… ‘오디오 리텐션’ 전략
헐리우드가 가장 크게 주목하는 부분은 팟캐스트의 '연결성'이다. 과거 인기 드라마 출연진이 직접 진행하는 비하인드 팟캐스트는 종영된 콘텐츠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NBC의 시트콤 <오피스>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주연 배우인 제나 피셔(Jenna Fischer)와 안젤라 킨제이(Angela Kinsey)가 진행하는 ‘Office Ladies’는 팬 커뮤니티를 다시 결집시키며, 넷플릭스 등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해당 드라마의 조회수를 다시 끌어올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
패롯 애널리틱스(Parrot Analytics)에 따르면, <오피스>는 최근 5년간 북미에서만 약 1억 2,000만 달러(한화 약 1,740억 원)의 스트리밍 수익을 올렸다. 이미 종영된 콘텐츠가 오디오 팟캐스트를 통해 새로운 수익이 창출된 것이다. <글리(Glee)>, <세인필드(Seinfeld)>, <파크 앤 레크리에이션(Parks and Recreation)> 등 다른 시리즈들도 이 같은 포맷을 활용하면서 플랫폼의 구독자 유지(retention) 전략으로 팟캐스트가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Z세대, 오디오를 ‘기분 전환’과 ‘정신 회복’의 수단으로 사용
2025년 6월 발표된 에디슨 리서치의 ‘Gen Z Audio Report’는 팟캐스트가 Z세대의 일상에서 얼마나 중요한 감정 도구로 기능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미국 13~24세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Z세대는 하루 평균 4시간 10분을 오디오 콘텐츠에 소비하고 있다. 응답자의 86%는 음악이나 팟캐스트를 통해 기분을 전환한다고 답했으며, 75%는 ‘어려운 시기를 이겨내는 데 오디오가 도움이 되었다’고 응답했으며, 43%는 시사·뉴스 정보를 기술(스마트폰 등)에 의존해 습득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오디오 콘텐츠가 Z세대에게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정서적 조절의 도구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Z세대가 자기계발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정체성 탐색과 내면의 성장을 중요한 삶의 가치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도 시사한다. 아울러 틱톡, 유튜브 숏츠, 인스타그램 릴스 등 숏폼 플랫폼을 통해 정보와 뉴스를 간접적으로 접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음악과 팟캐스트, Z세대 정체성의 일부가 되다
오디오는 감정뿐 아니라 정체성과 취향을 표현하는 수단으로도 기능하고 있다. 에디슨 리서치에 따르면, Z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음악 장르는 힙합/랩(63%), 팝(48%), R&B(38%)였으며, K-POP은 전체의 14%가 선택했다. 응답자의 60%는 음악이 감정을 연결해준다고 답했고, 54%는 자기 개성을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팟캐스트 장르에서도 Z세대의 성향은 뚜렷하다. 가장 인기 있는 장르는 코미디(37%), 음악(35%), 엔터테인먼트(30%)였으며, 청취 경로 역시 기존의 오디오 플랫폼이 아니라 유튜브 검색(28%)과 소셜미디어(26%)가 주요 경로였다. 이는 Z세대가 시각 기반 플랫폼을 통해 오디오 콘텐츠에 접근하는 멀티모달 소비 패턴을 보이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13-17세는 친구나 가족 추천을 통해 콘텐츠를 접하는 경향이 강했고, 18-24세는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트렌드를 따라가는 경향이 뚜렷했다. 이는 오디오 콘텐츠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커뮤니티 속에서 공유되고 확산되는 감성 콘텐츠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음악 발견 경로 | 13–17세 | 18–24세 |
---|---|---|
소셜미디어 | 20% | 37% |
오디오 서비스의 추천/큐레이션 | 19% | 17% |
친구 또는 가족 | 27% | 13% |
인터넷 검색 | 8% | 10% |
AM/FM 라디오 | 10% | 4% |
TV 프로그램/영화 | 3% | 4% |
비디오 게임 | 3% | 7% |
브랜드, 팟캐스트에서 ‘진정성’을 배워야 하는 이유
Z세대는 단순 광고보다 콘텐츠와 호스트의 진정성 있는 메시지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43%는 팟캐스트에서 새로운 브랜드를 발견한 적이 있다고 했고, 36%는 호스트가 소개한 제품을 실제로 구매한 경험이 있었다. 브랜드가 단지 팟캐스트에 광고를 삽입하는 것만으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오히려 호스트와의 자연스러운 파트너십이 효과적이라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Z세대가 광고에 주목하는 조건도 분명하다. ‘좋아하는 음악이 삽입됐을 때’와 ‘재미있을 때’가 각각 49%, ‘정직하고 투명할 때’가 42%로 높게 나타났고, ‘영감을 주는 콘텐츠’일 경우도 동일한 수치로 나타났다. 반면, “트렌드에 늦게 올라타는 브랜드”, “표면적인 다양성 마케팅”, “정체성이 불분명한 기업”은 ‘민망하다(cringe)’는 평가를 받았다.
Z세대(US 13-24)가 주목하는 광고 특성(EDISON) | 주목 비율 (%) |
---|---|
좋아하는 음악이 삽입되어 있을 때 | 49% |
웃음을 줄 때 | 49% |
정직하고 투명할 때 | 42% |
영감을 줄 때 | 42% |
기존과 다른 독창적이고 새로운 형식일 때 | 37% |
가치관을 공유하는 브랜드일 때 | 31% |
좋아하는 셀럽/인플루언서가 등장할 때 | 31% |
감성적으로 다가올 때 | 23% |
다양한 목소리와 관점을 포함할 때 | 22% |
AI 시대, 오디오는 ‘비인간성’의 피로를 덜어주는 대안으로
AI가 영상, 기사, 음악 등 콘텐츠 전반을 빠르게 자동화하는 가운데, Z세대는 여전히 인간이 전하는 ‘진짜 목소리’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고 있다. 팟캐스트는 바로 그 지점을 건드린다. 감정이 담긴 목소리, 자연스러운 대화, 현실적인 경험 공유는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콘텐츠 업계가 AI 생성 콘텐츠의 효율성을 좇는 동안, 오디오는 인간의 감정, 기억, 이야기라는 본질에 충실한 방식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헐리우드는 이를 활용해 IP 수명을 연장하고 있으며, Z세대는 오디오를 통해 자신과 사회를 이해하고 있다. 브랜드는 오디오 속에서 신뢰를 회복하고 있다.
AI가 콘텐츠의 양을 늘리고, 스트리밍이 접근성을 높이는 시대에도, 사람들은 결국 감정을 나누고 싶은 콘텐츠를 찾는다. 팟캐스트는 바로 그 중심에 있다.
"오디오가 다시금 ‘미래를 위한 가장 인간적인 미디어’로 회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