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미국 시간 2일) 카말라 해리스가 NBC의 ‘SNL(Saturday Night Live)’에 출연한 것을 두고 ‘동등 시간 규칙(The Equal Time Rule)’을 위반했다는 논란이 생겼다.
헤리스는 SNL의 고정 멤버이자 자신을 흉내 내는 마야 루돌프(Maya Rudolph)와 함께 카메오로 1분 30초 등장했는데, 이를 두고 공화당 측 인사가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동등 시간 규칙(The Equal Time Rule)’은 라디오와 텔레비전 방송사들이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에게 동일한 방송 접근 기회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한 규칙으로 지난 1927년 제정된 법이다.
이 규칙은 방송사가 특정 후보에게만 방송 기회를 제공해 청취자나 시청자의 시각을 왜곡하거나 선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장치로, ‘동등 시간 규칙’은 주요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후보자들에게 동일한 접근권을 보장함으로써 선거 방송의 공정성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선거를 코 앞에 둔 시점에서 지상파 방송인 NBC가 인기 프로그램인 SNL에 ‘해리스’가 등장시키자 FCC(연방통신위원회)의 브렌드 카(Brendan Carr) 위원이 자신의 X 계정에 “SNL이 해리스를 출연시킨 것은이 규칙을 우회하려는 시도”라면서 NBC가 특정 후보를 위해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행동을 보였다면 문제기 제기했다.
브렌드 카는 트럼프가 속한 공화당원으로 2017년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FCC 위원으로 지명된 이후, 지난 2023년에 조 바이든 대통령에 의해 재지명된 FCC 공화당 수석 위원이다.
브렌드 카의 지적에 대해 SNL의 총괄 프로듀서 론 마이클스(Lorne Michaels)는 다른 매체 인터뷰를 통해 "선거법과 동등 시간 규정 때문에 주요 후보들을 실제로 방송에 출연시키기는 어렵다"며, 후보 한 명만 출연시키면 그 외 모든 후보들에게도 같은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국에서는 방송법과 선거방송심의규정에 따라 선거 기간 동안 방송사가 특정 후보나 정당에 대한 편파 방송을 금지하고 있다.
영국에서도 BBC는 선거 기간 동안 주요 정당과 후보자들에게 공평하게 방송 시간을 제공해야 하는 '공정성 규칙(Impartiality Rule)을 엄격히 준수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프랑스도 방송법에 따라 방송사가 선거 기간 동안 각 후보에게 '동등한 방송 시간(égalité de temps de parole)'을 제공하도록 규정하는 등 선거 방송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유사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논란이 일자 NBC는 해리스와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다음 날인 일요일에 인기 프로그램인 자동차 레이싱 경기 ‘나스카(NASCAR)’ 플레이오프와 미식축구 NFL 중계 방송 중간에 트럼프의 광고를 방송하면서 논란을 수습했다. 광고에서는 트럼프가 직접 카메라에 연설을 하는 형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