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헤이스팅스 넥스트 넷플릭스. ‘그들의 목표는 현금의 지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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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전 스트리밍 시장을 만든 넷플릭스의 새 시대가 열렸다. 창업주 리드 헤이스팅스가 25년 만에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나고 테드 사란도스(Ted Sarandos)와 그레그 피터스(Greg Peters)가 공동 CEO에 올랐다.  헤이스팅스는 어닝콜 마지막에 자신이 오늘(2023년 1월 19일)로 CEO에서 물러난다고 밝히며 그동안 총 83번의 넷플릭스 어닝콜에 참여했다고 강조했다.

헤이스팅스는 “전체적으로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우리의 첫 번째 25년은 매우 좋았다. 그리고 나는 우리의 확장된 리더십이 만들어 낼 넷플릭스의 다음 25년에 매우 흥분된다. “고 언급했다. 이에 앞서 사란도스는 “22년이 넘는 시기 동안, 리드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방향으로 내 삶을 긍정적으로 바꿔놨다”고 논평했다. (In 22-plus years, Reed has positively changed my life in every way imaginable)

그러나 이 사실만이 새 시대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헤이스팅스의 이동은 눈부신 2022년 4분기 실적과 함께 공개됐다.  이날을 넷플릭스의 새 시대 개막으로 볼 수 있는 이유는 각종 실적 발표에서 ‘이제 구독자를 쫓는 추격자’가 아니라는 점을 확실히 했기 때문이다.

구독자를 넘어선 수익, 수익을 넘어선 지속 가능성, 지속 가능성을 초월하는 ‘시간의 지배’가 넷플릭의 다음 목표다. 전문가들도 넷플릭스의 재무 상황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고 있다.

구독자의 시간을 지배하기 위해선 지속적인 투자가 필수다. 이를 위해선 잉여 현금 흐름이 매우 중요하다. 넷플릭스의 다음 스테이지는 ‘현금을 지배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애플, 구글의 사례에 우리는 내부 보유 현금의 중요성을 잘 알 수 있다. 애플은 한 때(2021년 4분기) 현금 보유액만 2,000억 달러(240조 원)에 달했다. 이 돈으로 애플의 플랫폼 제국을 완성했음은 물론이다. (누구에게는 약탈적이었지만) . 2022년 4분기 실적 발표날인 2023년 1월 19일 넷플릭스 주가도 크게 상승해 투자자들도 이날이 넷플릭스 전환의 시작이라는 것을 인지하는 모양새였다.

[가입자를 쫓으며 완성된 테크 대장주]

2002년 5월 기업 공개 이후, 넷플릭스 주가는 테크 주식에서도 고공행진을 벌여왔다. 엄청난 구독자 성장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뿐만 아니다. 넷플릭스는 2010년 이후 엔터테인먼트 지형을 바꿔왔다. 스트리밍 오리지널을 처음 내놨고 몰아보기(Binge Watching) 트렌드도 만들었다. 특히, 미국과 캐나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으로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이런 글로벌 확대는 넷플릭스를 2010년 대 최고 성과 주식으로 만들었다.

넷플릭스 매출 변화(버라이어티)

그러나 20여 년이 지난 지금, 넷플릭스에겐 시련이 찾아왔다. 경쟁이 치열해졌고 투자자들은 구독자 확보에 무분별한 지출과 막대한 부채를 가진 사업자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넷플릭스에게도 이제 수익과 매출이 중요했고 미디어 주가는 이들을 핵심 지표로 움직였다. 넷플릭스도 성공을 평가하는 내부 지표를 바꾸기 시작했다. 넷플릭스의 창업 초기부터 고정 가입자 매출 확대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이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비즈니스였다. 가입자가 산술적으로 계속 늘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넷플릭스는 2022년 10월 분기 실적에서 더 이상 구독자 전망치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시장에서 미디어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평가할 때 다른 지표를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넷플릭스의 새 시대, 광고 모델의 성공적 시작]

창업주 헤이스팅스도 이를 알았다. 이에 그동안 거부해왔던 광고 모델 도입과 스포츠 콘텐츠도 편성을 늘렸다. 마침내 넷플릭스는 2022년 11월 광고 기반 저가 구독 상품을 출시했다. 광고 출시 이후 첫 번째 실적 발표였던 1월 19일  넷플릭스는 광고 모델 구독자가 얼마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유추할 수는 자료는 나왔다. 2022년 4분기 767만 명의 구독자가 증가한 것이다. 당초 예상보다 400만 명 가까이가 많은 수치인데 광고 모델의 성공으로 해석될 수 있는 부분이다.

월 6.99달러인 넷플릭스의 광고 포함 요금제는 현재 한국, 독일 등 12개국에서만 서비스되고 있다.

공동 대표가 된 그레그 피터스(Greg Peters)는 19일 실적 발표에서 “아직 초기지만 광고 모델은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며 “넷플릭스와 마이크로소프트 애드테크팀이 힘을 합쳐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고 광고 모델에 가입자하는 고객들의 만족도도 높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기존 고가 상품(ad-free tiers)에서 저가 광고 모델로의 이동을 우려했지만 이런 고객 비중은 오히려 낮았다고 말했다.

스트리밍 광고 경쟁도 만만치 않다. 헤이스팅스는 인터뷰에서 “디즈니의 스트리밍 서비스 훌루(Hulu)는 10년 전 이미 광고 시장에 들어왔다”고 말했다.넷플릭스 이들에 비해 출발이 10년 이상 늦은 후발주자라는이야기다.

CFO 스펜서 나우먼(Spencer Neumann)도 발표에서 “훌루 구독자의 절반 가량이 광고 버전 상품 가입자”라며 “넷플릭스도 비슷한 궤적을 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우리는 첫 해에 훌루보다 많은 숫자를 확보할 수 없겠지만 향후 수년간에는 최소 훌루 정도의 구독자를 확보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2023년 1분기 말 넷플릭스는 패스워드 공유 추가 요금 징수를 확대한다.  동거 가족이 아닌 이들과 넷플릭스 비밀번호를 공유하는 구독자들은 앞으로 2~3달러 가량을 매달 더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 구체적인 비용이나 대상 국가는 공개하지 않았다. 넷플릭스는 현재 남미에서 패스워드 공유 추가 요금을 테스트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글로벌 시행 초기, 일정 수준 구독 취소는 어쩔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넷플릭스는 스포츠 중계 편성도 고려하고 있다. 실적 발표에서 넷플릭스 공동 CEO 테드 사란도스는 프로레스링 리그 WWE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사란도스는 “우리는 반스포츠( we’re not anti-sports)가 절대 아니다. 오히려 스포츠 콘텐츠를 좋아한다.”며 “다만, 빅리그 경기 중계권을 확보한 뒤 우리 구독모델에서 어떻게 수익을 낼 수 있는지 알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열려있다. “고 언급했다. 사란도스는 “우리는 다만 수익 친화적인 경영을 하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넷플릭스 나이키 운동

넷플릭스는 이미 스포츠 관련 콘텐츠를 편성하고 있다. 자동차 경주(FI) 등 다양한 다큐멘터리와 함께 새로운 운동 관련 콘텐츠도 실험 중이다. 2022년 12월 넷플릭스는 나이키와 제휴해 개인 운동 콘텐츠를 편성하기로 했다.  현재  ‘Kickstart Fitness with the Basics’ 등 5개 시리즈가 런칭했다. 이들 콘텐츠는 나이키의 ‘90 Nike Training Club Workouts’에도 포함된다.

팬데믹 기간 동안 인터넷 홈트레이닝 동영상 등이 각광  받았지만 넷플릭스는 무시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유튜브에서 무료로 볼 수 있는 콘텐츠가 넘쳐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생각을 바꿨다. 구독자들의 원하는 콘텐츠라면 독점 개발을 통해 더 나은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이다. 사란도스 대표는 “나이키와 협업을 통해 숏 폼 피트니스 콘텐츠 편성을 실험하고 있다. 이는 업계 최고 파트너와 정말 중요하고 의미있는 테스트가 될 것”이라며 “사람들이 몸매를 관리하는데 넷플릭스를 이용하길 원할까.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이 콘텐츠를 계속 공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넷플릭스는 또한 2022년 4분기에 공개한 오리지널 콘텐츠들도 공개했다. ‘글래스 어니언(Glass Onion: A Knives Out Mystery)’는 공개 첫 28일 동안 역대 4위의 스트리밍 시청 시간을 기록했다. 공개 첫 28일 동안 기록한 시청 시간은 2억 7,320만 시간이었다. 글래스 어니언은 스트리밍에 공개되기 전 극장에서 소개돼 많은 수익을 올렸다.

넷플릭스는 글래스 어니언을 극장에서 상영을 종료한 뒤 바로 스트리밍으로 상영 장소를 옮겼다. 이에 극장에서 올릴 수 있는 많은 수익을 포기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사란도스는 “회사의 핵심은 스트리밍 플랫폼 구독자를 늘리는 것”이라며 “다른 전략들은 오리지널 영화를 더 돋보이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잉여 현금 흐름(버라이어티)

[넥스트 넷플릭스 “현금의 지배자” “실시간에 대한 대비”]

리드 헤이스팅스는 스트리밍을 만들었고 오리지널 콘텐츠를 성공시켰다. 아울러 스트리밍 경쟁이 치열해지자 그가 가졌던 편견을 버렸다. 광고 도입과 스포츠 콘텐츠 편성이 그것이다.  헤이스팅스는 CEO자리에서 물러나면서 그가 묶었던 족새를 풀었다. 넥스트 넷플릭스는 이제 광고를 편성하고 스포츠에도 보다 적극적으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1인당 고객 매출(ARPU)를 높이기 위한 조치에 사활을 걸 수 밖에 없다.

넷플릭스의 뉴스 시장 진입도 시간 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디지털 뉴스 시장을 빠르게 점유하고 있는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 패스트(free, ad-supported TV (FAST))에 대한 넷플릭스의 판단에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란도스는 “지금 시장에 출시되어 있는 모든 스트리밍 수익 모델에 관심이 있고 우리는 열려 있다”며 “그러나 올해는 해야 할 일이 많다. 지금 우리 수익과 분야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털어놨다. 당장은 FAST에 들어갈 생각이 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광고를 편성했다면 그 다음 수순은 실시간 채널 런칭이다. 실시간에는 뉴스 속보 만큼 좋은 장르는 없다.

넷플릭스는 2023년 1분기 매출(revenue)이 1년 전에 비해 4%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는 매우 보수적인 예측 일 수 있다. 언급할 필요도 없이, 넷플릭스는 지속가능한 잉여 현금 흐름을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는 2023년 잉여 현금 흐름(free cash flow) 규모 3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를 위해선 새로운 수익 모델인 ‘광고’의 성공이 보다 중요하다. 초기 성과는 매우 고무적이다.  하지만, 2022년 4분기의 구독자 급증은 적어도 광고 지원 저가 상품 도입이 ‘넥스트 넷플릭스’의 디딤돌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할 수 있게 만든다. 시장에서는 넷플릭스의 자기 잠식(cannibalization)을 우려했지만 회사는 정작 큰 우려를 할 필요 없다는 반응이었다. 고가에서 저가로의 전환은 적었고  새로운 참여도는 높아졌다.

이에 넷플릭스는 “유닛 이코노믹스는 강했다.(unit economics were strong)”고 답했다. 유닛 이코노믹스(Unit Economics)란 말 그대로 '단위 경제학'이다. 회사의 수익과 비용을 개별 비즈니스 단위를 기준으로 구분해 ‘ 비즈니스 모델의 수익성’을 측정하는 도구다. 특히, 개인의 취향이 중요시되는 구독 경제일수록 이런 유닛 이코노믹스의 중요성은 매우크다.

앞서 언급했지만 넷플릭스의 수익을 높여줄 또 다른 전략은 바로 비밀번호 공유 제한(password-sharing crackdown)의 시행이다. 넷플릭스는 2023년 상반기 내 비밀번호 공유 제한 정책을 글로벌 시장에 적용할 방침이다. 현재로서는 구독자들에게 환영 받을 조치는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구독자를 늘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구독을 시작하는 흐름을 만들 것이다. 스트리밍 시장 포화로 신규 구독자 확보보다는 현재 구독자를 지키는 것이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위험이 따르는 정책이다. 이는 넷플릭스 주가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글로벌 경기 침체도 넷플릭스의 편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넥스트 넷플릭스는 이제 시작이다.

새로운 경영진이 해야할 일은 이미 정해져있다. 테드 사란도스와 그레그 피터스가 광고와 비밀번호 공유 제한을 수익화할 수 있다면 절반의 성공으로 볼 수 있다. 넷플릭스가 밝혔듯 그들은 전체 TV시장의 8%만 점유하고 있고 넷플릭스 유료 구독을 하지 않고 서비스를 보는 구독자는 전세계 1억 명이다. 넥스트 넷플릭스를 완성하는 건 이제 남아있는 이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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