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AI가 2024년 3월 25일 출시한 GPT-4o 이미지 생성 모델이 전 세계 사용자 사이에서 '지브리(Ghibli)’라 불리는 새로운 콘텐츠 트렌드를 촉발시키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가운데, AI의 저작권 침해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사용자들이 스튜디오 지브리의 독특한 애니메이션 스타일을 모방한 이미지를 생성하는 지브리 열풍은 좀처럼 가라 앉지 않고 있다. 정작 스튜디오 지브리오의 공동 창립자인 미야자키 하야오는 AI를 활용한 예술 창작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혀왔다. 그는 AI 기술을 '삶 자체에 대한 모욕'이라고 표현하며, 자신의 작품에 AI 기술이 사용되는 것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창작물의 저작권 보호를 둘러싼 법적, 윤리적 논쟁을 다시 한 번 격화 시키고 있다.
AI로 ‘지브리 스타일’ 구현… 누리꾼 참여로 콘텐츠 폭증
GPT-4o는 사용자가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마치 스튜디오 지브리 애니메이션에서 튀어나온 듯한 스타일의 이미지를 생성한다. 사용자들은 가족사진이나 애완동물, 유명 밈(meme)까지 지브리 스타일로 재구성하며 SNS를 통해 공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My Neighbor Totoro"나 "Spirited Away"의 감성을 품은 개인 콘텐츠들이 온라인에 넘쳐나고 있으며, 일부는 유명인들을 지브리 스타일로 표현한 이미지까지 확산시키고 있다.
지브리 외에도 픽사(Pixar), 심슨(The Simpsons), 레고(Lego), 머펫(Muppets), 닥터 수스(Dr. Seuss) 등 식별 가능한 예술 스타일이 AI에 의해 재현되며, 그 수는 실시간으로 증가 중이다.
ChatGPT의 이용률도 급격히 증가했다. 시장 조사 기관인 Similarweb에 따르면, ChatGPT의 평균 주간 활성 사용자 수는 올해 처음으로 1억 5천만 명을 넘어섰다.
OpenAI의 CEO인 샘 알트먼은 지난 3월 31일 X를 통해 "지난 한 시간 동안 100만 명의 사용자가 추가되었다"고 밝혔다. 이는 2년 전 ChatGPT 출시 당시 5일 만에 10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했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의 성장 속도가 얼마나 증가했는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폭발적인 성장으로 인해 OpenAI의 서버는 과부하 상태에 이르렀으며, 이에 따라 일부 기능의 사용이 일시적으로 제한되기도 했다. 알트먼은 "우리의 GPU가 녹고 있다"며 높은 수요로 인한 기술적 부담을 언급하기도 했다.
“단순한 스타일 모방 아냐”… 저작권 침해의 본질은 ‘표현의 실질적 유사성’
문제는 단순한 유희로 보일 수 있는 이러한 이미지들이 원 저작물의 ‘표현적 요소’를 실질적으로 모방했다면, 이는 명백한 저작권 침해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이다.
IP 전문가들은 '스타일' 자체는 추상적이라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닐 수 있지만, AI가 생성한 이미지가 원작의 핵심 표현과 충분히 유사하다면 침해로 인정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GPT-4o는 단순히 스타일을 ‘참고’하는 수준이 아니라, 훈련 데이터로 활용된 창작물을 직접적으로 반영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는 주장이다.
AI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이 단순히 지브리오의 모델을 단순히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라, 작가나 스튜디오의 실질적 창작물을 학습해 복제에 가까운 결과물을 만들어고 있어 저작권 침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OpenAI의 느슨해진 가드레일… 침해 리스크는 커진다
GPT-4o는 이전 모델들과 달리 콘텐츠 생성 제한(가드레일)이 완화된 상태로 출시되었다. OpenAI 측은 폭력·성적 콘텐츠와 같이 사회적 해악이 명확한 사례에만 제한을 두고, 예술 스타일이나 유명인 이미지 생성에 대한 제한은 크게 줄였다. 오히려 ‘실제 위험 방지’에 초점을 맞춘 정밀한 제한 정책으로의 전환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OpenAI의 행보가 저작권 보호에 역행하는 조치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프랑스의 윤리적 AI 연구소 ‘Pleias’의 공동 설립자 피에르-칼 랑글레(Pierre-Carl Langlais)는 “이제 대부분의 알려진 IP뿐 아니라 덜 알려진 창작물도 실시간으로 생성 가능하다”며 “OpenAI는 더 이상 개별 IP의 표현물 보호에는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한 “일부 디즈니 콘텐츠 등 특정 대형 IP는 여전히 생성이 막혀 있지만, 상당수의 다른 IP는 문제없이 복제된다”며 현재의 시스템이 불균형하고 임의적임을 지적했다.
‘공정 이용(Fair Use)’ 주장, 시장 대체 가능성 앞에 무력화될 수 있어
OpenAI와 다른 AI 기업들은 자신들이 저작권 콘텐츠를 AI 훈련에 사용하는 것이 ‘공정 이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GPT-4o가 생성하는 이미지들이 원작 콘텐츠를 대체할 수 있을 만큼 유사하다면, 이는 공정 이용의 네 번째 요건(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위배하게 된다고 경고한다.
GPT-4o의 이미지 생성은 단순한 영감 수준의 활용이 아니라, 원작자의 수익을 침해하는 대체물 생산이기 때문에 표현적 콘텐츠를 무단 복제하고, 사용자들이 그와 유사한 이미지를 자유롭게 생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창작자에게 실질적 피해를 준다는 것이 법조계의 설명이다.
일부 전문가는 AI 모델에 '가드레일'을 적용했다는 것 자체가 침해 가능성이 높은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다는 반증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초기 AI 모델들은 소설의 특정 챕터나 저작물 전체를 그대로 ‘토해낸(regurgitate)’ 사례가 있었으며, 이는 침해 논란을 가속화시킨 바 있다.
법적 공방은 장기전… 그사이 AI는 계속 진화
현재까지 AI 생성물에 대한 본격적인 저작권 침해 소송은 몇 차례 제기되었으나, 대부분은 훈련 데이터의 사용 적법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미지 결과물 자체가 침해 증거로 제시되는 소송은 향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정 다툼은 장기전에 접어들 가능성이 높고, 그 사이 AI 기업들은 기술 고도화와 정책 변경을 이어갈 것이다.
OpenAI는 “실사용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책을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가겠다”고 밝혔으나, 이러한 ‘선택적 조정’이 IP 보유자에게 또 다른 법적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전문가들은 창작자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기술적 대응, 법적 정비, 라이선스 체계 재정립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원치 않는 데이터 수집을 기술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방법 마련과, 기업들이 콘텐츠 보유자와의 협의를 통한 라이선스 기반 모델 전환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지브리 스타일 AI 이미지 생성의 인기는 AI 기술이 예술의 표현력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인 동시에, 저작권 제도의 허점을 드러낸 경고이기도 하다. 창작자의 권리 보호와 AI의 혁신적 활용이 충돌하는 이 지점에서, 무엇을 우선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