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이후, 차기 교황 선출 과정을 그린 영화 <콘클라베(Conclave)>에 대한 전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4월 21일, 로마 가톨릭 교회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했다. 이후, 그의 고향인 아르헨티나를 포함해 브라질, 스페인 등 중남미 국가들이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장례 이후에는 차기 교황을 선출하는 절차인 '콘클라베'가 시작될 예정이다.
이같은 상황 속에서 영화 <콘클라베>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해당 영화는 영국의 소설가 로버트 해리스(Robert Dennis Harris)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작품으로 교황 선종 이후 새로운 교황을 뽑는 '콘클라베'의 과정을 스릴러 형식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콘클라베>는 아카데미 시상식 각색상, 골든글러브 각본상, SAG(미국배우조합) 시상식 최고영화상,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을 차지하며 뛰어난 작품상을 인정받은 작품이다.

아마존 프라임 무료 공개 후 시청 시간 급증하며 1위 등극
<콘클라베>는 지난해 10월 미국에서 극장 개봉을 마친 뒤, 12월부터 4개월간 피콕(Peacock)에서 공개된 후 종영하였고, 이후 올해 4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Amazon Prime Video)를 통해 공개되었다.
스트리밍 시장조사 업체 루미네이트(Luminate)에 따르면, 미국에서 <콘클라베>는 4월 20일 기준 약 180만 분의 시청 시간을 기록했으며, 21일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서거한 후 이 숫자는 690만 분으로 급증했다.
특히 아마존 프라임은 기존 5.99달러(대여), 19.99달러(구매)였던 콘텐츠 가격을 4월 22일부터 무료로 전환했고, 이에 따라 하루 만에 시청 시간은 1,830만 분으로 치솟았다.
플릭스패트롤(FlixPatrol)의 자료에 따르면, 콘텐츠 무료 공개일인 22일에 아마존 TOP 10 내 <콘클라베> 순위가 1위를 차지하며 큰 화제를 모았다.

국내 OTT에서도 이어지는 <콘클라베> 물결
한편, 한국에서는 올해 3월부터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으며 현재 왓챠, 쿠팡플레이, 웨이브, 애플TV 등에서 개별 대여 및 구매 형태로도 제공되고 있다.
그가운데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 이후, 쿠팡플레이와 왓챠는 대여 콘텐츠는 기존 11,000원에서 8,800원으로, 소장 콘텐츠는 16,400원에서 13,200원으로 각각 20% 할인된 가격에 제공하고 있다.

OTT 플랫폼은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집합한 공간이다. 단순한 영상 유통 채널을 넘어, 수많은 인물과 사건의 이야기를 담는 디지털 시대의 아카이브이자 감정 매개의 장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러한 성격은 사회적 이슈가 발생했을 때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예컨대, OTT 데이터 분석기관인 윕미디어( Whip Media)에 따르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서거한 직후, 넷플릭스의 영국 왕실 드라마 <더 크라운(The Crown)>의 시청률은 같은 기간 대비 800% 이상 급증했다. 이는 단지 시리즈의 인기 때문이 아니라, 이슈와 맞닿은 기억과 감정을 되짚기 위한 시청자들의 자발적인 참여였다.
또한 국내에서도 작년 12월 발생한 비상계엄 이후, OTT 내 계엄령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와 영화의 조회수가 동시에 상승한 바 있다. 웨이브는 비상계엄이 발발 전후 데이터를 비교했을때, 개별 구매 영화콘텐츠인 <서울의 봄>의 판매량은 687.3% 증가하여 웨이브의 유료 영화 카테고리 '영화플러스'에서 이틀 연속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사회적 이슈는 시청자들의 감정적 공명과 기억을 자극하고, OTT는 그 기억을 되짚는 첫 번째 장소가 된다. 이에 따라 많은 OTT 플랫폼들은 이슈와 연결된 콘텐츠를 무료로 공개하거나,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며 플랫폼 유입을 유도한다. 이는 실시간 검색량을 끌어올리고, 감정적 주목도를 활용해 트래픽을 증가시키는 일종의 마케팅 전략으로도 기능한다.
지금의 OTT 시장에서 이러한 전략은 일종의 ‘상식’처럼 작동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콘텐츠의 무료 공개나 가격 인하는 단순히 수익을 노린 전략일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플랫폼이 사회적 감정에 반응하고, 시대와 함께 호흡하려는 조용한 제스처가 담겨 있다. 사용자는 그 전략의 계산보다는, 콘텐츠를 통해 시대의 한 장면과 감정을 함께 돌아보며 ‘함께 보기 위한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결국 OTT는 더 이상 단순한 콘텐츠 유통 채널이기보다는 사건을 기록하고, 감정을 큐레이션하며, 사회적 정서에 함께 반응하는 문화적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플랫폼이 무료로 혹은 할인된 가격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결정은 어쩌면, 이윤과 공감 사이를 절묘하게 넘나드는 오늘날의 ‘디지털 애도’이자, 공동의 기억을 만들어가는 하나의 방식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