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C의 주가를 보면 '극장의 미래'가 보인다
팬데믹 당시 가장 큰 타격을 받았던 산업 중 하나는 극장이었다.
2020년 5,500개에 달했던 미국 극장 숫자(영업 중)은 2020년 팬데믹 첫 해 10분의 1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 현상은 2021년까지 이어졌고 2022년에야 영업 중인 극장 숫자가 회복됐다.
[팬데믹 이후 극장 공급 물량 늘리는 스튜디오]
팬데믹이 끝나고 극장을 방문하는 고객들이 늘어나자 할리우드 스튜디오들도 극장에 공급하는 영화 물량을 늘리고 있다. 이에 극장의 부활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실제 2022년과 2023년에는 극장의 생존을 알리는 작품들도 나왔다. 글로벌 시장에서 23억 달러의 수익을 올린 ‘아바타: 물의 길(Avatar: The Way of Water)’나 15억 달러를 번 ‘탑 건: 매버릭(“Top Gun: Maverick)’ 등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가 살아 있음을 증명했다.
그러나 잃어버린 2년 사이 극장은 많이 변했다.
블록버스터나 슈퍼 히어로 영화도 더 이상 극장 박스 오피스의 방탄이 아니었다. 일부 영화를 제외하곤 큰 재미를 못 본 것이다.
오히려 호러 영화나 예술 영화가 극장 개봉의 성공 신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오디언스들의 시청 습관도 변화하고 있다. 이에 극장이나 스튜디오들의 윈도우나 디지털 유통 전략도 덩달아 바뀌고 있다.
일단 팬데믹 이후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박스 오피스는 침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중국과 미국의 냉전은 글로벌 영화계를 강타하고 있다.
2020년 이후 중국은 미국 영화의 최대 수요처였다. 미국 내에서 실패한 수요를 중국에서 벌어 들였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이 공식은 깨졌다. 미국 시장은 조금 개선됐지만 중국 영화 시장은 침체가 계속됐다. 중국 없이는 글로벌 영화 흥행은 쉽지 않다. 인도, 영국, 프랑스 시장은 각각 20억 달러 미만의 수익을 거두면서 더 늘린 속도로 성장했다. 물론 2023년 중국 극장가는 다소 살아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문제는 속도다.
[미국 극장가의 건강 지수
2023년 여름 현재, 미국에서 영업 중인 극장 숫자는 2020년 초에 비해 10% 감소했다. 그 사이에 오미크론 변이 등 코로나 바이러스가 괴롭혔지만 극장 스크린 숫자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극장 숫자 변화는 미디어 플랫폼의 진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
2022년 이후 영화 공급량이 일부 늘었지만 팬데믹 당시 부족했던 영화 공급 트렌드는 개선되지 않았다.
이에 일부 영화관은 개봉 영화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대형 영화를 기다리는 사이, 매출 부족분을 매워 줄 영화가 필요하지만, 이런 영화 대부분은 스트리밍으로 가고 있다.
[극장에 대한 미국 증권가의 의심]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극장에 대한 시각도 바뀌고 있다. 새로운 콘텐츠를 공개하는 주요 플랫폼이었지만 역할이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극장에 대한 인식 변화는 미국 증권가에서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다. 팬데믹이 사실상 끝났지만, 미국 증권가는 극장의 미래 전망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2022년 영화관 주식은 곤혹을 치뤘다.
대표 주식이 글로벌 1위 극장 체인 AMC다. AMC는 개미들의 투자 전당이 된 게임스톱(GameStop)의 밈(Meme) 주식으로 주가가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밈 트렌드는 끝났지만 AMC의 고난은 종료되지 않았다.
2023년 들어서도 AMC의 주가는 여전히 펜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AMC는 오히려 2022년 가을 이후 주가가 계속 하락하고 있다. 2023년 1분기 실적이 나온 5월 5일에도 주가가 16%가 빠졌다. 2023년 6월 16일 AMC 회사의 주가는 주당 5달러 미만이다. 사실 글로벌 1위 극장이라고 보기에는 초라한 수준이다.
물론 모든 극장 주식이 AMC를 따라가는 것은 아니다.
AMC를 제외한 미국 2위와 3위 극장, 시네마크(CineMark)와 마커스(Marcus Theater)의 주가는 상승 추세다. 2022년 가을 이후 극장을 방문하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회사 주가도 2020년 1월 이후 저평가 되어 있지만 2023년 ‘아바타 물의 길(Avatar: The Way of Water)’ 흥행 이후 상승세임은 분명하다. 또 2023년 4월 개봉한 ‘슈퍼 마리오 영화’가 최근 10년 이내 애니메이션 사상 최대 박스 오피스를 올리면서 극장주의 가치도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AMC는 분위기가 다르다. 2023년 5월 현재 AMC의 기업 가치는 123억 달러다. 여전히 다른 극장 체인에 비해 가치가 두배 이상이지만 가치 하락이 문제다.
2023년 5월 만해도 123억 달러였던 AMC의 시가 총액은 6월 중순 73억 수준까지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AMC가 매출 1위를 당분간 지키겠지만 향후 2년간 주당순이익(EBITDA)전망은 시네마크(Cinemark)가 AMC보다 높다고 보고 있다.
2022년 AMC는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손실을 봤다.
미국의 경우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이 끝난 뒤 대부분의 산업이 정상을 찾았지만 AMC는 그러지 못했다. 2023년 1분기에도 매출은 올랐지만 상당 수준 순손실을 봤다. 매출이 21.5% 상승한 9억 5,540만 달러였지만 손실 규모는 총 2억 3,000만 달러에 달했다.
전년 동기 손실은 1억 190만 달러였다. 올해(2023년) 연말까지 애널리스트들은 AMC의 손실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시네마크와 아이맥스, 마커스 등은 실적이 다소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극장 객단가 인상에 대한 시장의 부정]
우리가 AMC의 어려움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그들이 극장의 미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AMC도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AMC는 부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으며 추가 자본 유치에도 힘쓰고 있다.
하지만, 시장은 AMC의 노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AMC의 수익 전략은 투자에 따른 객단가 인상이다. AMC는 프리미엄 구독 모델을 만들고 대형 스크린 형식을 채용, 소비자가 티켓 구입과 현장 방문에 더 많은 돈을 쓰도록 하고 있다.
아이맥스(IMAX)급의 영상 체험을 제공해 많은 이들이 극장을 방문하게 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런 투자는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아이맥스는 돈을 벌지만, AMC는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극장을 갈 기회가 적어진 사람들은 아이맥스를 가지 AMC를 방문하지 않는 것이다. 많은 극장에서 기술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 따른다.
AMC는 타사에 비해 체력회복이 더딜 것으로 보이지만, 씨네월드(Cineworld)처럼 파산까지는 이르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극장 산업의 미래가 밝지 않은 만큼 향후 생존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극장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지표가 또 있다. 극장들의 체력 회복에는 광고도 매우 중요하다. 미국 극장의 최대 광고주 내셔널 시네미디어 National CineMedia)는 2023년 3월 파산 신청을 발표한 뒤 6월 채권자 투표를 앞두고 있다. 이래저래 쉽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극장이 살아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가격 인상이지만 변해버린 미디어 시장은 ‘가격 결정권’을 극장에 두지 않는다. 이에 극장이 다시 과거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선 다른 수익원이나 전략이 필요하다.
AMC는 지난 2023년 5월 좌석 위치에 따라 다른 가격을 받는(콘서트나 스포츠 이벤트에 쓰는) ‘변동 좌석 가격제’를 일부 지역 극장에 도입했다.
하지만, 스크린을 통한 간접 경험에서 극장 좌석 위치가 실제 구매 가격 차별에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다.
모닝컨설트가 지난 달 3번 이상 극장을 방문한 미국 성인 2,203명을 대상으로 2023년 3월 조사한 결과 밀레니얼(54%)과 Z세대의 절반 가량이 ‘좋은 좌석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하는데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베이비 부머 세대는 10명 중 2명(25%)만 관심이 있었다.
결국 미국 극장이 살아나기 위해선 새로운 수익을 찾아야 하는데 아직은 어떤 것도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관객들을 극장에 불러와야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극장에 관객을 모이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영화지만, 스트리밍과의 전쟁, 개봉 영화 부족 등으로 쉽지 않다. 그래도 극장은 관객을 오게 승산이 있다. 영화가 확실하지 않다면 함께라는 수식어 주목해야 한다.
현장 이벤트, 가족 단위의 관객 등에 집중할 필요도 있다.
한편, 씨네월드의 운영사 리걸시네마는 파산 (Chapter 11)에서 벗어나기 위해 2023년 5월 22억 6,000만 달러의 부채 금융을 조달 했다. 이 작업은 7월이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