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FAST(Free Ad-supported Streaming TV) 채널이 OTT와 달리 엔터테인먼트, 스포츠, 리얼리티를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닐슨의 데이터 사업 부문인 그레이스노트(gracenote)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2월 기준으로 운영중인 FAST 플랫폼의 총 채널 수는 1,610개 이상이다. 장르별로는 엔터테인먼트 채널이 303개로 가장 많았으며, 스포츠 채널 220개, 리얼리티 채널이 138개, 뉴스·해설 채널이 101개, 드라마 채널이 97개로 나타났다.
프로그램 수 역시 엔터테인먼트 장르가 총 10,190편으로 스포츠(3,797개), 뉴스·해설(2,899개)을 압도적으로 앞섰다. 이는 주로 드라마 장르(23.4%)를 중심으로 제공하는 SVOD 플랫폼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실제 주요 SVOD 서비스에서 스포츠 콘텐츠는 1.3%, 엔터테인먼트는 1.6%, 리얼리티 콘텐츠는 1.9%에 불과해 FAST 플랫폼과 대조적인 콘텐츠 전략을 나타내고 있다.

FAST 채널이 올드한 콘텐츠를 중심으로 서비스한다는 것도 이제 옛말이다. 현재 FAST 채널의 프로그램 중 1990년 이전에 제작된 콘텐츠는 13.4%에 불과하며, 유명 브랜드 콘텐츠, 오리지널 프로그램, 지역 뉴스와 라이브 스포츠 등 다양한 콘텐츠로 채널이 구성되어 있다. 특히 스포츠 채널은 2024년 7월 107개에서 2025년 2월 220개로 두 배 이상 확대되었다.
FAST 플랫폼은 독점 콘텐츠 중심의 SVOD(구독형) 플랫폼과 달리, 동일한 콘텐츠를 여러 플랫폼에서 동시에 제공하는 배급 전략을 취한다. 실제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가 제공하는 콘텐츠 중 91.5%가 자사 독점으로 제공되는 반면, FAST 플랫폼은 서로 채널을 공유하는 경우가 흔하다. 파라마운트 글로벌이 운영하는 플루토 TV의 대표 채널 '저지 주디(Judge Judy)'는 경쟁 서비스인 로쿠(Roku TV)에서도 시청할 수 있다. NFL, MLB, PGA 투어 등 스포츠 채널 역시 플루토 TV, 로쿠 TV, 투비 등 여러 플랫폼에서 동시 송출된다.

이 같은 전략은 최대한 많은 플랫폼에서 콘텐츠를 노출함으로써 시청자 수를 극대화하고, 이를 통해 광고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FAST 시장에서 미국은 74%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영국, 독일, 캐나다에서도 FAST는 성장하고 있다. FAST 플랫폼이 성장하는 핵심 요인은 CTV(Connected TV) 보급 증가, SVOD 비용 상승과 가입자 이탈, 광고주들의 관심 증가 때문이다.
• CTV(Connected TV) 보급 증가
삼성, LG 같은 가전업체들이 스마트TV에 자체 FAST 채널을 기본 탑재하며 FAST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시청자들에게 별도의 앱 설치 없이 무료로 콘텐츠와 채널을 접하는 기회를 제공하며, TV 제조업체들이 콘텐츠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 SVOD 비용 상승과 가입자 이탈
최근 넷플릭스, 디즈니+, 아마존 프라임 등 주요 SVOD 서비스들의 가격 인상이 지속되면서 시청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딜로이트의 '2024년 디지털 미디어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인의 40%가 최근 6개월 내에 최소 하나 이상의 SVOD 구독을 해지했다고 응답했으며, 36%는 "콘텐츠가 가격에 비해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시청자들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FAST 플랫폼에 자연히 관심을 돌릴 수 밖에 없다.
• 광고주들의 관심 증가
FAST의 성장과 함께 광고 업계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Grand View Research는 FAST 시장이 2024년 94억 달러 규모에서 2030년까지 연평균 23%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광고주들은 특히 FAST의 프로그래머틱 광고(Programmatic Advertising) 기능을 활용해 타겟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FAST 플랫폼 '빅3'의 놀라운 성과
미국에서 FAST 플랫폼을 주도하는 로쿠(Roku TV), 투비(Tubi), 플루토 TV(Pluto TV)는 2024년 괄목할 만한 재무적 성과와 콘텐츠 경쟁력을 보여주었다.
• 로쿠(Roku TV)
로쿠는 2024년 총매출 41억 달러(약 5조 4,000억 원)를 기록했으며, 플랫폼 사업이 전체 매출의 86%를 차지했다. 비록 순손실 1억 2,930만 달러(약 1,700억 원)를 기록했으나, 4분기에는 분기 매출 최초 10억 달러(약 1조 3,200억 원)를 돌파하며 강력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로쿠 채널은 8만 편 이상의 무료 영화와 TV 프로그램, 350개 이상의 라이브 채널을 제공하면서 미국 전체 TV 시청 시간의 2.1%(2025.01)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 투비(Tubi)
폭스가 운영하고 있는 투비는 2024년 연간 매출 약 10억 달러(약 1조 3,200억 원)를 달성하며 급성장했다. 방대한 콘텐츠 라이브러리(27만 5천 편)와 300편 이상의 독점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공하며 미국 내 TV 시청 점유율 1.7%(2025.01)를 기록했다. FOX의 투비는 지난 2월, 슈퍼볼을 4K로 생중계하면서 분당 평균 1,360만 명, 최고 1,550만 명의 시청 기록을 기록했다.

• 플루토 TV(Pluto TV)
파라마운트 글로벌(Paramount Global)이 운영하고 있는 플루토 TV는 꾸준한 성장하고 있다. 특히 파라마운트+와 함께 2024년 광고 수익 9% 성장에 기여하고, 시청 시간도 전년 대비 28%가 증가했다. 미국 3대 FAST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플루토 TV는 250개 이상의 채널을 제공하면서 시청점유율 0.9%(2025.01)를 기록하고 있다.
FAST 시장의 미래와 과제
로쿠, 투비, 플루토 TV 등 대표적인 FAST 플랫폼들은 다양한 채널과 무료 접근성으로 기존의 케이블TV와 구독서비스(SVOD)로부터 시청자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그러나, FAST 플랫폼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콘텐츠 차별화 부족, 콘텐츠 검색의 어려움, 광고 효율성 개선 등의 과제가 남아있다. 특히 너무 많은 채널과 콘텐츠로 인해 시청자들이 콘텐츠를 찾기 어렵다는 점과 대부분이 시청자가 무엇을 시청해야 하는지 모른다는 점은 FAST 플랫폼이 콘텐츠 큐레이션과 사용자 경험(UX) 개선을 통해 해결해야 할 가장 큰 숙제 중 하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FAST 채널은 기존 TV 시장에 빠르게(fast) 침투하며 레거시 TV, OTT와 함께 '3대 플랫폼'으로 자립 잡을 가능성이 높다. FAST가 앞으로 어떻게 차별화된 콘텐츠 전략과 기술 혁신을 통해 시청자의 관심을 끌어 모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