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2025년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가 23일 아침(PST)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발표되었다.
뮤지컬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Emilia Pérez)가 13개 부문에 이름을 올려 올해 최다 지명작이 되면서, 역대 비영어권 영화 중 가장 많은 부문 후보 오른 영화에 등극했다. 역대 가장 많이 노미네이트 되었던 영화는 Roma(로마) 와 와호장룡(Crouching Tiger, Hidden Dragon)으로 10개 부문에 오른 기록이 최고였다.
성확정 수술을 받은 마약왕의 이야기를 그린 에밀리아 페레즈는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을 포함한 주요 부문에서 후보로 선정되며, 지난 5일 열린 제82회 골든글로브 4관왕(뮤지컬 코미디 부문 최고 작품상, 여우조연상, 비영어권 작품상, 주제가상)에 이어 큰 주목을 받게 되었다.
에필리아 페레즈와 함께 더 브루탈리스트와 위키드도 작품상 부문에 이어 총 10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오스카상을 향해 격전을 벌이고 있다. 더 브루탈리스트는 이민자 경험을 다룬 서사적인 드라마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 등에 후보에 올랐고, 브로드웨이 명작을 스크린으로 옮긴 위키드는 작품상, 여우주연상, 감독상 등에 올랐다.
이 외에도 콩클라베와 어 컴플리트 언노운이 8개 부문, 듄: 파트 2와 서브스턴스, 아노라, 닉켈 보이즈, 아임 스틸 히어 등이 작품상 등 주요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오스카 시상식의 특징
2025년 아카데미 시상식은 자연재해와 업계의 변화를 반영하며 다소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열릴 예정이다.
매년 로스앤젤레스 돌비 극장(Dolby Theatre)에서 개최되는 아카데미 시상식은 최근 L.A지역 산불 화제로 인해 후보작이 두 차례나 연기되면서 23일에서야 발표되었다. 이번 시상식에서는 산불 진화에 힘쓴 소방관들을 기리기 위한 특별한 시간을 마련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번 시상식은 미국의 국민 MC로 알려진 코난 오브라이언이 진행을 맡아 디즈니 그룹의 ABC와 Hulu에서 생중계될 예정이다. 한국에서는 2020년부터 3년 간은 TV조선에서, 2023년은 OCN, 2024년은 OCN과 tvN에서 방송되었다.
넷플릭스와 스트리밍 플랫폼의 영향력 확대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스트리밍 플랫폼의 영향력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넷플릭스는 에밀리아 페레즈를 포함해 총 16개의 후보를 배출하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고, 독립 영화, 예술 영화, 국제 영화 콘텐츠를 제공하는 스트리밍 플랫폼 MUBI가 제작한 서브스턴스는 작품상과 감독상, 여우주연상 등 후보에 올랐다. 작품상에 오른 닉켈 보이즈도 아마존 스튜디오의 작품이다.
• 큐레이션 기반 플랫폼 : MUBI는 사용자에게 매일 하나의 새로운 영화를 추천하고, 이를 한 달 동안 제공하는 "Daily Picks" 방식을 운영한다.
• 예술성과 독립성 중시 : 헐리우드 중심의 대중적인 영화보다는, 국제 영화제 수상작, 독립 영화, 클래식 영화 등 비주류 영화에 초점을 맞추면서 베를린 영화제, 칸 영화제, 베니스 영화제 등에서 주목 받는 작품들에 주목한다.
• 영화 제작 및 배급 : MUBI는 단순히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영화 제작과 배급에도 참여하고 있다.
• 커뮤니티 중심의 영화 경험 : 영화 애호가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리뷰, 평점, 토론 등을 지원하면서 플랫폼 내에서 각자의 영화를 공유하면서 영화적 경험 확장에 서비스 초점을 맞추고 있다.
• 요금제 : 유료 구독 서비스로 운영되며, 국가별로 다르게 책정되어 있다. 학생들과 영화 학교와 같은 전문 교육기관에는 할인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MUBI는 넷플릭스나 디즈니+ 같은 대형 스트리밍 플랫폼과 달리, "큐레이션"이라는 차별성을 통해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깊이 있는 콘텐츠를 선호하는 영화 관객층에게 새로운,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다.
스트리밍 플랫폼의 부상은 전통적인 극장 중심의 영화 배급 모델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극장 개봉작이 아닌 영화를 시상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이제는 많은 후보작들이 극장 개봉 없이 스트리밍으로 바로 공개되거나, 극장과 스트리밍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형태로 관객들을 찾아가고 있다.
올해 최대 기대작인 에밀리아 페레즈도 제작국인 프랑스에서는 극장에서 개봉되었지만, 넷플릭스가 판권을 보유한 영미권 국가에서는 넷플릭스에서 시청이 가능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스트리밍 플랫폼은 방송·미디어 분야 뿐 아니라 극장 업계에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팬데믹으로 관람객의 발길이 끊어져 급격히 어려워진 극장 업계는, 소비자들의 영화 소비 형태가 바뀌면서 이제는 영화 콘텐츠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현실을 맞이하면서 생존을 위한 전략이 절실해진 상황이다.
스트리밍 구독 서비스는 콘텐츠 다양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는 흥행 위주의 특정 장르 중심에서 벗어나 문화적, 성적, 인종적 다양성을 담은 콘텐츠를 제작하며 구독자층을 넓혀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 아카데미 후보작에서 이러한 성과가 반영되었다.
작품상에 오른 넷플릭스의 에밀리아 페레즈는 성확정 수술을 받은 마약왕이라는 성 소수자 이슈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고, 위키드와 아노라는 여성 캐릭터 중심으로 한 서사와 독립영화의 미학을 결합해 스트리밍 서비스의 예술적 지향점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에밀리아 페레즈가 2020년 비영어권 작품으로 처음 작품상을 수상한 기생충에 이어 또다시 수상 가능성을 높여준 작품인 것도 스트리밍 플랫폼 영향력 확대와 무관하지 않다.
스트리밍 플랫폼은 전통적인 영화 제작과 배급 방식을 뛰어넘어 독립영화, 블록버스터를 모두 포괄하는 새로운 영화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전 세계 3억 명이 넘는 구독자를 확보한 넷플릭스와 2억 명이 넘는 구독자를 확보한 아마존은 이미 대규모 예산을 투자해 독창적인 스토리를 가진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으며, 극장 관객과 동시에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영화를 공개하면서 영화 소비에도 큰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스트리밍의 발전과 확장은 이제 방송계를 넘어 영화계까지 미치는 영향이 커서, 산업의 균형을 고민해야 하는 시대 변화의 한 가운데 놓이게 되었다.
2025년 오스카 각 부문별 후보를 표로 정리한 것이다.
부문 | 후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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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상 | 아노라(Anora), 더 브루탈리스트(The Brutalist), 컴플리트 언노운(A Complete Unknown), 콘클라베(Conclave), 듄: 파트 2(Dune: Part Two), 에밀리아 페레즈(Emilia Pérez), 아임 스틸 히어(I'm Still Here), 니클의 소년들(Nickel Boys), 서브스턴스(The Substance), 위키드(Wicked) |
감독상 | 자크 오디아르 (Emilia Pérez), 션 베이커 (Anora), 브래디 코벳 (The Brutalist), 제임스 맨골드 (A Complete Unknown), 코랄리 파르제 (The Substance) |
남우주연상 | 애드리언 브로디 (The Brutalist), 티모시 샬라메 (A Complete Unknown), 콜먼 도밍고 (Sing Sing), 랄프 파인즈 (Conclave), 킬리언 머피 (Nickel Boys) |
여우주연상 | 신시아 에리보 (Wicked),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 (Emilia Pérez), 데미 무어 (The Substance), 미키 매디슨 (Anora), 페르난다 토레스 (I'm Still Here) |
남우조연상 | 유라 보리소프 (Anora), 키어런 컬킨 (A Real Pain), 에드워드 노튼 (A Complete Unknown), 가이 피어스 (The Brutalist), 세바스찬 스탠 (The Substance) |
여우조연상 | 아리아나 그란데 (Wicked), 조이 살다나 (Emilia Pérez), 마리안느 장-바티스트 (I'm Still Here), 니콜 키드먼 (Babygirl), 미리암 리오네 (Conclave) |
각본상 | Anora, The Brutalist, Emilia Pérez, Nickel Boys, The Substance |
각색상 | A Complete Unknown, Conclave, Dune: Part Two, I'm Still Here, Wicked |
국제영화상 | Emilia Pérez (프랑스), I'm Still Here (브라질), All We Imagine as Light (인도), The Shadow of the Cypress (이란), The Room Next Door (스페인) |
장편 애니메이션상 | Flow, Inside Out 2, Moana 2, Wallace and Gromit: The Return, The Wild Robot |